부여의 한 마을 이장 선거에서는 아버지(전 이장)에 이어 아들이 당선됐지만 민원이 제기되면서 그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유는 2년 이상 거주도 주민등록도 되어 있지 않았다는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부여군 조례에는 2년 이상 살고 주민등록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부적격 사유로 재선거가 이뤄졌고, 예상과 달리 아버지가 또다시 당선돼 바통을 또다시 이어받았다.
이처럼 2번의 선거 과정에서 동네 사람들이 갈라지는 등 정다웠던 시골 민심은 각박해지고 있다. 다른 동네도 이장 선거 과정에서 잡음은 끊이지 않게 일면서 조선시대의 분당 정치로 비유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이장은 "옛날에는 마을에서 조율을 통해 이장이 정해졌지만, 요즘은 마을에서 싫은 사람이 출마하면 경쟁이 붙는다"며 "어떤 동네는 3명이 이장 선거에 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이로 인해 주민들이 갈라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장 선거가 뜨거워지면서 불법적으로 받은 회의 수당도 수면으로 드러났다. 2023년 회의도 나오지 않고 수당을 받은 금액은 1300여 만원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익감시로 드러난 금액이다. 유치장에 있는데도 회의 수당을 지급한 것이 알려지면서 부여군 전체로 불똥이 번졌다.
이장 회의는 한 달에 1∼2번씩 열리고, 그에 따른 참석 수당 2만 원이 지급된다. 부여군 전체 이장이 437명인 것을 감안하면 회의 수당만 1년에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1300만 원이 불법적으로 나간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보는 이에 따라 쌈짓돈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장 임기도 문제다. 부여군 조례에는 3년에 연임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명기돼 있지만 일부 마을은 2년∼5년까지 다양하다. 면장이 임명장을 주고 면 소식 등 다양한 정보를 이장들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관리주체는 면장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이장들은 노동력과 시간적 투입 대비 월 30만 원의 적은 보수를 받지만, 일부 마을에서는 감투를 차지하기 위해 전투적으로 경쟁을 하면서 순수하게 봉사를 하는 대다수 이장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따라서 군이 이장 선거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각 읍·면에 제공하고, 면장이 선거 때 결격사유와 조례 등을 적시한 벽보를 확실하게 주민들에게 공시한다면 지금까지 불거진 문제는 많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십년 전 마을에 설치된 투박한 스피커에서 "오늘은 대보름이니 마을로 몇 시까지 나오세요!"라는 말을 노인들은 그리워하고 있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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