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오스트리아 빈과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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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오스트리아 빈과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오지희 음악평론가

  • 승인 2024-10-07 14:45
  • 신문게재 2024-10-08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오지희 음악평론가
오지희 음악평론가
여름이 끝날 것 같지 않던 가을에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했다. 도착한 날 꾸물꾸물하더니 일주일 내내 비바람이 우산을 종횡무진 날린 천재지변 날씨가 이어졌다. 축축한 신발로 추위에 시린 손을 옷 안에 집어넣고 다녔다. 돌아오는 날 반짝이는 햇빛을 보고 단 하루라도 해를 볼 수 있음에 감격했다. 날씨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겨울이 춥고 긴 오스트리아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기도 했다. 추울수록 그림과 음악 활동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문화는 발달하기 마련이다.

오스트리아 빈은 16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초까지 신성로마제국의 주요 도시였고 사실상 수도역할을 했을 정도로 대단한 위상을 갖고 있었다. 20세기 초까지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수도로 명실상부 유럽 최고 합스부르크 왕가의 견고한 중심지였다. 새로운 세기를 맞은 유럽과 양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빈 역시 제국의 해체와 도시 축소를 피할 수 없었지만, 고풍스러운 왕궁과 대성당의 당당한 건축 안에서 귀족들과 시민들이 예술을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즐긴 전통까지 잊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과거 제국의 위용을 예술로 간직한 품격있는 도시가 됐다.



클래식 음악에서 빈은 정말 특별한 도시다. 현재도 빈 소년 합창단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국립 오페라 극장 등, 클래식 음악 무대가 가장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곳이 빈이다. 흔히 클래식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실내악, 소나타, 교향곡은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까지 빈 고전파라 불린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세 작곡가가 형식과 내용을 다듬고 완성했다. 빈은 이들이 태어난 곳이 아닌 이들을 받아주고 성장을 돕고 아낌없이 후원해 준 도시였다.

빈에서 남동쪽으로 48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하이든의 음악적 소양은 빈에 유학 와서 발전했다. 일찍이 7세에 빈에 온 하이든은 가장 웅장하고 상징적인 성 슈테판 성당의 소년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하이든은 이 성당에서 10년간 노래하며 다양한 음악을 익혔다.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하이든 음악은 빈의 전문 연주자뿐 아니라 아마추어에게도 훌륭한 교본으로 각광 받았다. 하이든 미사곡은 빈 바로크 교회건축에 걸맞은 화려한 양식으로 작곡됐고, 말년에 빈 대학 대강당에 참석해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공연으로 축하받기도 했다. 이렇듯 하이든 음악은 광범위한 대중의 지지를 얻었고 빈 전문가들에게도 찬사를 받았다.



진정한 신동인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연주여행을 다녔고 16세부터 대주교 콜로레도 궁의 악사 장으로 지냈다. 25세가 되던 1781년, 마침내 아버지 반대를 무릅쓰고 잘츠부르크를 떠나 빈에 정착했다. 빈에서 모차르트는 레슨을 하고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직접 연주하며 수많은 걸작 오페라와 기악을 발표했다. 모차르트는 하이든이 합창단원으로 있었던 성 슈테판 성당에서 결혼식도 올렸다. 어느 날 모차르트 집에서 열린 현악사중주 연주에서 하이든은 모차르트 아버지 레오폴트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 앞에서 정직한 인간으로 당신에게 말씀드립니다. 당신 아들은 내가 아는 음악가 중 가장 위대한 작곡가입니다..." 하이든은 24살이나 어린 모차르트를 존중했고 모차르트도 하이든을 존경했다.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 베토벤은 북부 독일 본에서 태어났다. 조부와 아버지가 모두 퀼른 선제후 궁정 음악가였던 베토벤은 뛰어난 음악적 소질을 보였다. 청소년기 혹독한 훈련을 거쳐 탁월한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린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고 1792년 빈으로 이주했다. 빈에서 첫 스승은 하이든이었다. 베토벤은 하이든에게서 작곡법뿐 아니라 귀족들에게 후원받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베토벤은 빈의 최고 귀족들과 친분을 맺었고 부유한 후원자들로부터 충분한 재정지원을 받아 작곡가로서 자신의 역할을 원 없이 해낼 수 있었다. 베토벤의 그 위대한 음악들은 모두 빈의 후원과 활동으로 나온 찬란한 결과물이었다.

빈 여행은 예술에 대한 자부심과 품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느낀 생생한 경험이었다. 빈의 열정과 전통은 그들의 음악에 살아있었다. 오지희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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