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립박물관, 화려한 재개관 2년…'거점 박물관' 자평 속 놓친 본질은 무엇인가

  • 전국
  • 부산/영남

밀양시립박물관, 화려한 재개관 2년…'거점 박물관' 자평 속 놓친 본질은 무엇인가

관람객 늘었지만, 공공성·접근성·지역성은 여전히 점검 대상

  • 승인 2025-04-23 16:55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밀양시립박물관 재개관
밀양시립박물관 전경<제공=밀양시>
경남 밀양시립박물관이 2022년 재개관 이후 연 8만 명 이상이 찾는 지역 대표 문화시설로 부상하며,

관람객 수 기준 '성공적인 리뉴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설의 화려함과 관람객 수에 가려진 박물관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검토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밀양시는 2021~2022년 국비 등을 포함해 전시 리모델링, 어린이박물관 신설, 실감 콘텐츠 체험존 조성 등 약 2년에 걸친 전면 개편 사업을 완료하고, 2022년 9월 재개관했다.



이후 관람객은 2023년 8만806명, 2024년 8만333명으로 재개관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SNS 후기와 블로그를 중심으로 가족 단위 외지 관광객이 유입되며 '밀양 명소'로 부상했다는 평가도 잇따른다.

그러나 관람객 90%가 외지인이라는 점은 '지역 박물관'이 지역사회와 얼마나 연결돼 있는가에 대한 의문도 함께 남긴다.

특히, 밀양시립박물관은 문체부 평가인증에서 3회 연속 '우수 박물관'으로 선정됐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평가 기준은 전시 기획, 시설 규모, 교육 운영 등 '형식적 요건'에 치우쳐 있어 실질적인 공공성, 지역사회 기여도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물관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지역 정체성 보존과 교육, 시민 접근성 향유가 중심이 돼야 한다.

그럼에도 화석 전시, 실감 콘텐츠 체험 등 이벤트 중심 구성은 오히려 지역사와의 연결 고리를 약화시킬 수 있다.

'재미'에 집중한 콘텐츠가 지역의 역사적 맥락이나 학습적 깊이를 뒷전으로 밀어낸다는 우려다.

또한 체험 프로그램 역시 어린이·청소년 중심으로 제한돼 있어, 청년·노년층 등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는 '문화권 확대 전략'은 여전히 부재하다.

진로교육원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도 2만 명 참여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실적 중심 운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고, 실제 참여자 만족도나 교육 효과에 대한 검증은 빠져 있다.

정영선 문화예술과장은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즐겨 찾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진정 시민이 '주인공'인 박물관이 되기 위해선 수치 너머의 방향성이 필요하다.

박물관은 전시장이 아니라 공론장이다.

보이는 것만 바꿔선 안 된다.

지역을 담고, 미래를 여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거점'이라 부를 수 있다.
밀양=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지역 9개 대학 한자리에… 대전 유학생한마음대회 개최
  2. "광역교통망 수도권 빨대 효과 경계…지역주도 시급"
  3.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4. [건강]대전충남 암 사망자 3위 '대장암' 침묵의 발병 예방하려면…
  5. 태권도 무덕관 창립 80주년 기념식
  1. [편집국에서]배제의 공간과 텅빈 객석으로 포위된 세월호
  2. 대청호 녹조 가을철 더 매섭다…기상이변 직접 영향권 분석
  3. [대입+] 2026 수능도 ‘미적분·언어와 매체’ 유리… 5년째 선택과목 유불리 여전
  4.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돌입…한화볼파크 계약 행정 실효성 부족 도마 위
  5. [홍석환의 3분 경영] 친구의 빈소에서

헤드라인 뉴스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조선선박 600년만에 뭍으로… ‘태안 마도4호선’ 인양 완료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이 '마도4호선'이 60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태안 마도 해역에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진행해 지난달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마도4호선은 10년 전인 2015년 처음 발견됐으나 보존 처리를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했다가 10년 만에 인양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 선박은 15세기 초에 제작된 조운선(세곡 운반선)으로, 전라도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불꽃축제, 대전 하늘에 수놓는다"...30일 밤 빛의 향연

이장우 대전시장은 10일 주재한 주간업무회의에서 한화 불꽃축제 개최의 안전대책과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확대, 예산 효율화 등을 지시했다. 이 시장은 대전시 한화 불꽃축제 개최와 관련해 "축제 방문자 예측을 보다 넉넉히 잡아 대비해야 한다"며 "예측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 안전과 교통에 있어 대책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화구단은 30일 한화이글스 창단 40주년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기념해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및 엑스포다리 일원에서 불꽃축제를 개최한다. 불꽃놀이와 드론쇼 등 대규모 불꽃 향연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대전 유학생한마음 대회] "코리안 드림을 향해…웅크린 몸과 마음이 활짝"

8일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이 주최한 2025년 제9회 대전 유학생 한마음 대회를 방문했다. 대전 서구 KT인재개발원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마주한 건 엄청난 활기였다. 제기차기, 딱지치기, 투호 등의 한국 전통 놀이를 850명 가까운 유학생들이 모여 열중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와 아쉬움의 탄성, 그리고 땀과 흥분으로 데워진 공기에 늦가을의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후끈 달아오른 공기는 식을 틈이 없었다. 이어진 단체 경기, 그중에서도 장애물 이어달리기는 말 그대로 국제 올림픽의 현장이었다. 호루라기가 울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답지 전국 배부

  •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보행자 우선! 함께하는 교통문화 만들어요’

  •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수험생 여러분의 꿈을 응원합니다’

  •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 ‘황톳길 밟으며 가을을 걷다’…2025 계족산 황톳길 걷기대회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