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장돌뱅이 뱀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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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장돌뱅이 뱀장수

서인식/ 자유기고가

  • 승인 2026-02-03 13:37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장날이면

사람들이

모이기 전부터

말이 먼저

고이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

뱀장수가 왔다.

멍석을 펴고

약보다

이야기를 먼저 풀었다.



애들은 가라,

아주머니 앞에와 앉으시고

뒤에 있는 아저씨들

가까이 오세요.



자 이 비얌은

땅속에서 삼백 년,

물속에서 삼백 년,

다시 땅 위에서

삼백 년을 살고도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비얌의 생을.



백 년이 모자라

하늘에 닿지

못했다는 말에

사람들은 웃었다.



그 웃음은

장터의 먼지와

하루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했다.



독사는 폐에,

능사는 허리에,

구렁이는

허약한 몸에 좋다며

그는 뱀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그리고

잠깐의 침묵 끝에

말을 낮추어

덧붙였다.



꽃뱀은

정력에 정말 좋다고.



웃음이

한 박자 늦게 번졌다.

믿음과 민망함과

늦은 기대가 섞인

웃음이었다.



이 비얌을 잡숴봐!

여든의 할머니가 생을 품고,



아흔의 할아버지가

전붓대에

오줌을 갈기면

전기줄이 띵까띵까 한다고



그러며

뱀장수 마누라는

일주일 굶겨도

도망갈 생각을 않는다



말은 과했고 웃음은 진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말 속에서

약보다

먼저 기운을 얻었다.



정력도, 건강도

뱀에게 있던 것이 아니라

함께 웃을 수 있었던

그 짧은

시간 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한다.

그날

장터에서 팔린 것은

비얌이 아니라



삶을 다시

견디게 하는

이야기 한 첩

이었으리라고.

서인식
서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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