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노란봉투법 시행, 현장의 우려와 남겨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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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노란봉투법 시행, 현장의 우려와 남겨진 과제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 승인 2026-05-10 10:29
  • 신문게재 2026-05-11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박범정11
박범정 태평양노무법인 대전지사 대표노무사
2026년 3월 1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 노동쟁의 범위의 확장,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이라는 세 가지 핵심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시행 초기부터 현장에서는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실질적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취지는 분명하다. 법리적 근거 역시 이미 대법원 판례를 통해 상당 부분 다져져 있었던 것이긴 하다. 그러나 법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은 법 규정과 다를 수 있다. 시행 첫해를 맞은 지금, 현장 전문가로서 몇 가지 우려와 과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문제는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의 불명확성이다. 이번 개정으로 직접 고용계약이 없더라도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은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된다. 고용노동부는 해석 지침을 통해 근로조건 결정권, 업무지휘·감독 여부, 인사·평가 개입 정도 등 다섯 가지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기준들은 여전히 사례별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업장 현장에서 예측이 어려운 점이 있다.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이 '실질적·구체적'인지 여부는 결국 개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밖에 없어, 같은 업종·유사한 도급 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도 결론이 엇갈릴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현실적 작동 가능성이다. 하나의 원청 사업장 안에 여러 곳의 협력업체 노조가 병존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이들 노조가 동시에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경우, 개정 노조법이 도입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각 하청 노조는 업종과 임금 수준, 근무 형태가 서로 달라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창구 단일화 과정 자체가 노조 간 갈등, 교섭 지연, 사건 적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세 번째 문제는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항이 가져올 법질서 불균형의 문제다. 이번 개정은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더라도 개별 조합원의 역할·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달리하고, 법원이 경제 상태와 최저생계비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거액의 손해배상과 가압류가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위축시키고 단체행동권 행사를 사실상 봉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일정 부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장에서는 또 다른 우려도 적지 않다.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해 생산 차질, 납기 지연, 거래처 손실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손해 회복이 지나치게 제한될 경우, 결과적으로 법질서 준수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손해배상 제한 자체가 아니라,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쟁의행위의 경위와 위법성 정도, 손해 발생 과정, 조합원의 실질적 관여 범위를 얼마나 정교하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노란봉투법 역시 그 균형 위에서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들을 바탕으로 실무전문가로서 세 가지 개선 과제를 제언해 본다. 우선 정부와 노동위원회는 원청 사용자성 판정 사례를 신속하고 일관되게 축적·공개해야 한다. 현장의 법적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장 실효적인 방법은 예측 가능한 판단 기준을 사례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해석지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음으로 원청 기업은 지금 즉시 자사의 도급·위탁 구조를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 근태 관리, 안전 체계가 어느 범위까지 이루어지고 있는지 법률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관행적으로 유지해 온 방식이 예고 없이 법적 분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은 확장된 교섭 권한에 걸맞은 책임 있는 교섭 역량을 갖춰야 한다. 정당한 교섭 과정 없이 쟁의행위부터 앞세우는 방식은 이 법이 열어 준 가능성을 스스로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노란봉투법'은 반시장적 법안도, 노동현장을 전면 재편하는 혁명적 입법도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판례를 명문화한 것이다. 그 방향 자체는 필자도 지지한다.다만 법의 완성은 조문이 아닌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용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정부 모두가 이 법을 이념의 도구가 아닌 노사 자치의 실질적 토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이 법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범정 노무사, 태평양노무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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