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DRY TRIPPING, 절제의 미학과 산림치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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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DRY TRIPPING, 절제의 미학과 산림치유의 만남

김기현/국립산림치유원장

  • 승인 2026-05-18 10:1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김기현 원장
김기현 원장
5월의 산야는 사람을 부른다. 연둣빛으로 물든 숲길과 따뜻한 바람, 곳곳에 피어난 꽃들은 잠시 일상을 벗어나 보라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길, 혼자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산책로, 자연 속에서 하루를 쉬어가기 좋은 여행지가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어디론가 떠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 계획 속에는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뿐 아니라 '어떻게 쉬고 돌아올 것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놓이기 시작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음주를 지양하고 절제된 삶을 추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금주나 절주를 강제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술을 멀리하려는 이 자발적인 흐름은 특히 여행, 여가, 일상문화 전반에서 새로운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세대의 가치관과 일상의 구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과거에는 여행 중 음주와 유흥이 주요한 일탈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명료한 정신과 건강한 감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더욱 가치 있게 여기는 흐름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여행 형태가 바로 '드라이 트리핑(DRY TRIPPING)'이다. 드라이 트리핑은 술 없는 여행을 뜻하며, 단순히 음주를 배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 속에서의 회복과 자기 돌봄을 중심으로 한 절제 기반의 웰니스 여행이다. 정적인 활동, 규칙적인 수면, 심신을 정화하는 루틴이 주요한 구성 요소이며, 무엇보다 외부 자극이 아닌 내면의 균형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이 절제의 여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 바로 숲이다. 숲은 자연 그 자체로 인간의 긴장을 낮추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치유의 공간이다.

산림청의 '산림치유 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성인의 스트레스 지수는 평균 28.9% 감소하고, 수면 만족도는 31.8%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숲길을 걷고, 피톤치드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명상이나 해먹 휴식을 통해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단순한 힐링을 넘어선 회복의 경험으로 이어진다. 술 없는 하루, 숲에서의 조용한 시간은 감각을 맑게 하고 일상에서 소홀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국의 산림복지시설은 드라이 트리핑을 실천하기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다. 이곳은 전문 산림치유지도사와 함께하는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자연 속 숙박 인프라를 갖추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음주를 피하고도 풍성한 휴식과 만족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혼자만의 정리된 시간을 갖고 싶거나, 가족 단위로 건강한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처럼 조용하고 치유적인 여정을 선택할 수 있다.

지금 여행의 의미는 점점 달라지고 있다. 자극과 소비를 넘어서, 절제와 회복, 자연과 감정을 다시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드라이 트리핑은 그 새로운 전환의 상징이며, 산림치유는 그 여정을 지지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어준다. 술 없는 삶, 맑은 정신, 그리고 깊은 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나를 만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김기현/국립산림치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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