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AI 시대, 다시 생각해 보는 인간적인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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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AI 시대, 다시 생각해 보는 인간적인 가치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6-09-03 17:05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송복섭(신규 사진)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조감도 이미지가 필요했던 적이 있다. 20여 년 전 경험으로는 전문 업체에 의뢰해 카메라를 장착한 무선조종 헬리콥터를 띄우고, 여러 각도에서 항공사진을 촬영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수고와 시간은 물론 비용도 꽤 많이 들었다. 요즘은 드론 기술로 해결한다지만, 여전히 촬영 준비와 현장 운용에는 여러 번거로움이 따른다. 정작 내게 꼭 필요했던 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조감도의 범위를 좌우로 조금 넓히는 소박한 작업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생들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불과 10분 만에 깔끔한 결과물이 도착했다. 어떻게 해결했느냐고 물으니, 기존 조감도 파일에다가 인터넷에서 확보한 주변 항공사진을 함께 제공하고 AI에게 범위를 넓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신통방통한 세상이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도 놀라웠지만, 그런 기발한 방식을 생각해 낸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더욱 신통했다.

얼마 후 많은 인원을 소속별로 정돈한 주소록을 만들 일이 생겨 고민하던 차에, 나 역시 AI를 직접 이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름과 소속이 불규칙하게 적힌 문서 파일, 그리고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가 적힌 엑셀 파일을 AI에게 주고 주소록을 완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불과 1분도 안 되어 깔끔한 주소록을 내놓았다. 내친김에 우편물 봉투에 붙일 라벨지 양식으로 바꿔 달라고 하자, 뚝딱할 사이에 곧바로 인쇄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 냈다. 이렇듯 AI는 단순 반복적이고 지루하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들을 손쉽게 처리해 주는 편리한 도구로,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 세상 사람들의 반응은 신기함과 호기심 그 자체였고, 심지어는 열광적인 호들갑을 떨며 반기기도 했다. 한때는 자신이나 타인의 얼굴을 일본 애니메이션 지브리 캐릭터 스타일로 바꾸는 필터가 대유행을 끌기도 했다. 여전히 여기저기서 AI 활용법을 배우기 위한 강좌가 성행하고 있으며, 주식 투자와 대학 강의실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중이다.

그러나 AI를 전적으로 믿고 중요한 일을 맡기다 보면 황당한 상황을 겪게 된다. 홍보물 제작에 들일 시간이 부족해서 직접 찍은 사진에 적당한 문구를 넣고 AI에게 디자인을 맡겨 보았다. 불과 일 분 만에 그럴듯하고 화려한 포스터가 완성되었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급하게 사람들에게 회람시켰더니, 곧바로 곳곳에서 지적이 들어왔다. 텍스트에 오타가 섞여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시 AI를 통해 수정해서 보냈더니 이번엔 다른 문장에 새로운 오타가 생겨 있었다. 또 수정했더니, 이번엔 배경 속 건물이 전혀 다른 장소의 건축물로 바뀌어 버렸다. 하나를 고치면 다른 부분이 엉뚱하게 바뀌는 도깨비장난이 반복된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AI의 작업 과정을 완벽히 제어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중에 더 진화한 프로그램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AI가 내부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처리하는지 알 수 없으니 오롯이 AI가 내놓는 처분만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최근 온라인상에 등장하는 AI 생성 사진 속에서 유독 간판이나 안내 표지판의 글자가 틀려 있거나, 어느 나라 문자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단어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현상만 봐도 이 미세한 통제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음을 방증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AI를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에 세심한 변화가 감지된다. AI를 무작정 믿고 맡기기보다는 오히려 '믿을 수 없다'는 불신과 회의론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AI가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해 의심하고 얕잡아 보는 시각마저 생겼다. 아무리 멋지고 화려한 그림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고뇌가 빠진 AI의 생성물은 정교한 '키치(Kitsch)'나 가벼운 모조품으로 치부되는 형국이다. AI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나타나고 있다지만 선뜻 감동을 주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사람의 온기와 손때, 정성이 깃든 결과물에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하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더욱 빠른 속도로 AI 중심으로 바뀌어 가겠지만, 그 속에서도 인간을 위한 인간적인 가치는 변함없이 빛을 발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더욱 인간다운 가치를 찾아내고 지키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따뜻한 마음씨, 팍팍한 삶 속의 인정, 남을 도울 줄 아는 배려, 이기적이거나 탐욕스럽지 않은 절제, 그리고 서로 손을 잡고 공감할 줄 아는 태도... 손으로 하나하나 꼽아보니, AI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가 가슴에 품어야 할 인간적인 유산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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