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결산에서 다시 시작하는 지방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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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결산에서 다시 시작하는 지방의회

권인호 대전시의회 의원

  • 승인 2026-09-20 12:26
  • 신문게재 2026-09-21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권인호
권인호 대전시의회 의원
대전광역시의회 제299회 정례회에서 2025회계연도 결산과 2026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했다. 지난해 대전시가 시민의 세금을 어디에,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 돌아보는 동시에 올해 하반기 대전시정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시간이었다.

결산서와 예산서에는 수많은 숫자가 담겨 있다. 세입과 세출, 집행률과 불용액, 명시이월과 사고이월, 성과지표와 보조금 정산 결과가 빼곡하다. 그러나 그 숫자를 한 겹 걷어내면 시민의 삶이 보인다. 집행되지 못한 복지예산 뒤에는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한 시민이 있을 수 있고, 반복되는 이월사업 뒤에는 늦어진 시설과 행정서비스를 기다린 주민이 있다. 성과목표를 달성했다는 숫자도 시민이 실제로 체감한 변화와 일치하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이번 심사를 거치며 결산은 단순히 지난해의 장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결산은 대전의 제도와 행정을 들여다보고 시민의 삶을 점검하며 도시의 다음 비전을 만드는 엄중한 과정이다. 공공재정 혁신방안을 연구하는 단체인 나라살림연구소는 '결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한다. 집행부의 계획과 집행 결과를 시민의 관점에서 검증하고, 발견된 문제를 다음 정책과 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지방의회의 책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방대한 결산서와 사업별 설명자료가 짧은 기간에 집중되고, 상임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일정도 촘촘하다. 의원과 정책지원 인력이 수백 개 사업의 적법성과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까지 검증하기에는 시간과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시민이 자료를 쉽게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통로도 제한적이다. 이를 개선하려면 집행부가 주요 사업의 집행률과 성과, 이월 가능성을 연중 공개하고, 의회도 심사 이전부터 사업을 추적하는 상시적인 재정 감시체계를 갖춰야 한다. 결산 지적사항이 다음 예산과 사업계획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공개하는 점검체계도 필요하다.

이번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시민의 관심이 가장 높은 정책은 온통대전 2.0이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의 부담을 덜고 소비를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민생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화폐는 발행 규모만으로 성과를 설명할 수 없다. 혜택이 시민에게 고르게 돌아가는지, 실제 소비 증대와 소상공인 매출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대형 유통업체보다 골목상권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지를 구체적인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추경에는 기초연금과 노인일자리, 주거급여,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등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복지예산도 증액됐다. 대전청년의회와 시민참여 제도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 결정과 예산으로 이어지는지, 공공의료 시설과 장비에 대한 투자가 시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지도 살펴야 한다.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인 앵커 사업 역시 대학에 재원을 배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지역산업의 수요와 청년의 취업·정주, 지역문제 해결을 연결해야 한다. 예산을 편성했다는 사실이 곧 정책의 성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산이 누구에게 도달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비로소 정책이 완성된다.

이를 위해 지방의회 내부의 협력도 넓어져야 한다. 제10대 대전시의회는 출범 이후 전폭적으로 여러 정책토론회와 현장방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의원연구회와 학습회 등을 통해 공동의 정책과 조례를 만들어내야 한다. 상임위원회는 주요 정책 동향을 상시적으로 파악하고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심층 토론을 축적해야 한다. 운영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정파와 상임위원회의 경계를 넘어 지역현안과 대전의 미래를 논의해야 한다.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으려 한다. 다가오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시민과 청년이 대전시정을 쉽고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대전시 파헤치기 대작전'을 시작하고자 한다. 복잡한 행정자료를 시민의 언어로 풀어내고, 현장에서 겪은 문제와 정책 아이디어가 실제 질의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게 만들 것이다. 좋은 심사는 의원 한 사람의 날카로운 질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의 경험과 공무원의 전문성, 의회의 책임 있는 검증이 연결될 때 정책은 비로소 삶을 바꾼다. 결산은 한 해의 끝이지만 더 나은 행정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대전의 살림을 시민과 함께 살피고 그 결과를 다음 정책과 예산에 분명히 반영하는 지방의회를 만들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인호 대전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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