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2025-12-03 09:56

상곡초와 아토피자연치유마을
충남 금산군 군북면 상곡리에 위치한 아토피 치유마을, 마을 아래쪽에 아토피 안심학교로 지정된 상곡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금상진 기자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충남 최고봉 서대산 품 아래 자리한 군북면 상곡리. 산세가 마을을 포근히 감싸 안은 작은 분지에 국내 최초의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2010년, 황토집 4개 동을 시작으로 조성된 이 마을은 현재 한옥형의 목조주택부터 경량철골 주택까지 친환경 건축으로 조성된 주택이 들어서 있다. 입주 가구 대부분은 서울·수도권에서 내려온 아토피 환아 가정들이다.

마을 초입에 있는 '산꽃마을 자연치유센터'는 마을로 이주 주민들에 대한 행정 서비스를 비롯해 아토피 환아 치유를 위한 교육과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 속 놀이 교실을 비롯해 힐링요가와 명상테라피, 천연제품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 등 아토피와 천식 치유에 대한 정보를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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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자연 치유마을 초입에 위치한 '산꽃마을 아토피 자연치유센터'에서는 아토피 환아 치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금상진 기자
입주 5년 차를 맞이하는 김슬미 씨(인천 출신)는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을 '두 번째 삶을 시작한 곳'으로 말한다. 김 씨는 "아침이면 진물이 말라 베개에 피부가 들러붙을 정도로 아이 상태가 심했다"며 "이 마을로 이주 후 아이 상태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도심과 달리 미세먼지도 거의 없고 같은 환경에 있는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어울리다 보니 눈에 띄게 호전됐다. 지금은 치료 자국만 미세하게 보일 정도로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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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설계 시공한 아토피자연치유마을의 일반형목조주택.아토피치유마을에는 17평~30평대의 소형 주택이 입주해 있다. 금상진 기자
아토피자연치유마을에서 몇 걸음 떨어진 상곡초등학교는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로 지정된 '상곡초등학교'가 있다. 마을이 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이른바 초품아(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아토피치유마을)마을이다. 상곡초등학교는 서른 명 남짓한 전교생 중 70%가 아토피를 앓고 있거나 치료 중이다.

학교 곳곳에는 아토피 치유 학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숨어 있다. 교실 벽면은 항균 기능이 탁월한 황토벽으로 조성했고 교실마다 공기정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생들이 쓰는 책상과 의자는 편백나무로 제작해 항균 효과를 높였다. 보건실에는 고가의 시술 비용이 들어가는 원적외선 치료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 스스로 아토피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보건 교육을 정규 수업으로 편성해 교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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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초등학교는 아토피 환아들의 교육과 치료 병행을 위해 교실마다 공기 정화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금상진 기자
아토피 환아 가정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은 급식이다. 상곡초등학교는 아토피 아이들의 증상에 따라 '아토피·천식 맞춤형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아토피를 앓고 있어도 체질과 병력에 따라 세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자녀 3명을 둔 이주 10년 차인 황근혜(경기 성남 출신)씨는 "우리 아이들은 된장국이나 간이 들어간 음식을 전혀 먹지 못했다. 학교에서의 세심한 식단 관리로 치유에 큰 도움이 됐다"며 "교내시설부터 급식까지 세밀하게 배려하는 학교는 이 학교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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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곡초등학교는 아토피 환아들의 증상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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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일별로 맞춤형 식단을 편성해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상곡초등학교, 영양 게시판에 학생들의 체질을 배려한 흔적이 돋보인다 . 금상진 기자
상고곡초등학교는 불과 십수 년 전까지 학생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폐교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2009년 '아토피·천식안심학교'로 지정된 이후 학생 수가 꾸준히 늘었고, 현재는 금산군 관내 벽지 학교 중 가장 많은 재학생이 다니고 있다.

학교 살림을 이끄는 권재용 상곡초등학교 교장은 "아토피가 심한 아이들은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고 너무 많이 긁어 눈썹이 거의 없는 아이들도 있다"며 "아이들이 학교의 보살핌 속에 아토피가 서서히 좋아지고 성격도 밝아지며 변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 교장은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확대 방침에 따라 교실 확장과 세부 운영 계획을 교육청과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전입 가정 학생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치유와 교육이 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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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은 2030년까지 아토피 치유마을을 205가구로 확대하는 장기 체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소형주택이 대부분인 주택 규모를 25평형 이상의 중형 주택을 신축하고 마을 인프라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신축 친환경 치유주택 조감도) 금산군 보건소 제공
금산군은 아토피 자연치유마을을 단순한 치유공간이 아닌 지역 인구 구조를 되살리는 핵심 전략으로 키울 계획이다. 현재 마을 확대를 위한 신규 주택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소형 주택이 대부분인 친환경 주택을 25평형 이상의 공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아토피자연치유마을 1블록에 조성되는 치유주택 13동은 2026년 2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준공 후 입주자를 맞이해 본격적인 마을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입주 문의와 신청은 금산군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홈페이지(www.geumsan.go.kr/atopia/)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산군은 오는 2030년까지 주거 환경과 인프라를 확대해 205세대의 친환경 마을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을과 학교, 행정이 함께 만든 금산군의 도전, 지방소멸 위기를 힐링과 치유로 극복하는 금산군의 희망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초등학교를 품은 아토피자연치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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