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곡선]AI별곡

  • 오피니언
  • 청풍명월

[직선곡선]AI별곡

황미란 편집팀 차장

  • 승인 2014-03-17 16:52
  • 신문게재 2014-03-18 17면
  • 황미란 편집팀 차장황미란 편집팀 차장
내리쬐는 햇살이 제법 봄스럽다. 시골집 볕 좋은 화단엔 벌써 노랗게 물오른 개나리. 나뭇가지 뒤흔드는 바람의 앙탈에도 의연하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그래서 봄은 항상 설렌다. 요란해야 할 닭장 안이 휑하다. 주인집 딸, 사위 오갈 때마다 삼계탕으로, 볶음으로 제 맡은바 소임 다했던 토종닭들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 고약한 AI 때문이렸다. 올 여름 보양식은 물건너 갔나보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청둥오리떼 울음소리 괘씸하다.

AI의 기세가 심상찮다. 1월 17일 전북 고창 씨오리 농가에서 처음 발병. 두달만에 땅에 묻힌 가금류가 1000만마리를 넘어섰다. 사상 최악의 기록, 과거 4차례의 AI발생시 평균 지속 기간 97일. 얼마나 더 많은 피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두렵다. AI 창궐하면 닭·오리 묻고, 구제역 유행하면 소·돼지 묻는 사후약방문식 축산 정책. 살처분과 소비위축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농가. 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앞에 둘러앉은 높으신 분들의 삼계탕, 삼겹살 시식행사. 매년 되풀이 되는 그림, 불편하다.

설상가상 천안 AI 발생농장에서 기르던 개에서 'H5형 항체'가 나왔다.(개의 체내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으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를 이겨냈다는 뜻). AI가 조류에서 포유류로 이종 감염된 국내 첫 사례. 천방지축 병든 닭을 날로 먹어서인지, 고약한 철새의 분변세례를 받아서인지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황스러워 보이는 정부 당국. 과거 4차례의 경험(?)이 있고, 다른 나라에서 유사 사례가 보고됐음에도 가금류외 다른 가축종에 대한 처리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다. 닭, 오리처럼 살처분 해야 할지, 별도로 관리해야 할지…. 말그대로 무대책. 인체감염 가능성은 희박하다지만 농장내에 격리돼 처분을 기다리는 'AI 개'의 상황이 개운치 않다.

현재의 축산과학으로 AI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천수답 비오기 고대하듯 철새 떠나기만을 기다릴텐가. 농가의 관리 부실탓으로 책임을 몰아가는 것은 더더욱 안될 일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축산과학원도 뚫린 상황에 명분도 염치도 없다.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 축산농민들이 애지중지 병아리 보살펴 닭으로 성장시키듯 정부도 허술한 방역체계에 살을 붙이고 다듬어 철통 방역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멀쩡한 가금류까지 마구잡이식으로 땅에 묻는 살처분 방식에 대한 회의론, 공장식 사육환경을 개선해 가금류의 면역력을 강화하자는 주장 등 한사람의 말도 허투루 들어선 안된다. 내년 이맘때 또 한번 철새탓, 농가탓 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코흘리개 아이들의 허풍선이 과자처럼 마트 한켠에 등장한 1+1닭, 그 신세가 애처롭다. 자식처럼 키운 닭·오리 지키겠다며 자녀들 고향길 막아섰던 이땅의 축산농민들, 더 이상 그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속보>대전 갈마동 타이어업체서 화재
  2. 세종 스마트시티 2100세대 분양 초읽기…11월 견본주택 오픈
  3. 국방부, 대전 문화동 부지 '전면 매각' 추진…터전 잃을 위기 화훼단지
  4. 대덕대 야구부 창단 4년만에 프로선수 배출
  5. 대전 용두동2구역, 분양가 이견에 사업 표류… 이자 눈덩이
  1. 국립한밭대 동문 윤통섭 비전세미콘 회장, 발전기금 1억원 기부
  2. 대전교원시니어직능클럽 한글아카데미 합창단 정기공연
  3.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4. 을지대병원의 을지재단 출범 70년…박준영 회장 "새로운 100년 열어가자"제안
  5. “피해자 중심 수사로”…대전경찰청 경청회서 피해자 보호 강조

헤드라인 뉴스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Merck)가 대전 생산센터 준공을 계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전 바이오산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AIST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연구시설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전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생산거점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열린 머크 대전 생산센터 준공식에서 머크 독일 본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에 따..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30일 오전 10시 2분께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타이어 판매점에서 발생한 화재가 4시간 31분 만인 오후 2시 33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짙은 연기와 거센 불길이 치솟으면서 화재발생 직후부터 150건 이상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으며, 대전소방본부는 대전시와 산림청 헬기 2대와 소방장비 98대, 인력 238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과 방수 작업을 벌였다.소방당국은 최초 신고 18분 만인 오전 10시 20분께 관할 소방서의 모든 소방력을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현장 주변에서는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도 진행됐다.타이어판매점..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한화이글스의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가 다시 독수리 군단의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MLB) 재도전에 나섰던 와이스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풀리면서 한화 복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와이스에게 걸려 있던 2027시즌 500만 달러 규모의 구단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바이아웃 5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와이스는 새로운 소속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와이스에게 올해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시즌이었다. 지난해 한화에서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