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유기견(遺棄犬)의 모성애(母性愛)

[공감 톡]유기견(遺棄犬)의 모성애(母性愛)

  • 승인 2016-06-11 08:33
  • 김소영(태민)김소영(태민)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지난해 동짓날, 썰렁한 바람을 안고, 남편 공장에 낯선 방문객이 드나들었다.

꼬질꼬질한 털에 슬픔이 가득한 눈을 가진 유기견(遺棄犬) 한 마리. 백구(白狗)였다. 이 낯선 손님 백구는 조심성이 많아 맛있는 간식으로 맘을 얻으려고 해도 좀처럼 곁을 주지 않았다. 먹이를 두고 사람이 멀리 떨어져서야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리고 경계심이 가득한 눈을 사람에게 고정시킨 채 먹이만 먹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서둘러 가버리곤 했다. 녀석의 매정함에도 백구에 대한 남편의 사랑은 날로 애틋해지기만 했다.

그러기를 한 달쯤 되었을까? 드디어 남편의 정성이 통한 것인지 백구는 남편이 다가가자 받아드리겠다는 듯 벌러덩 배를 보였다. 그날 남편은 큰 경사라도 난 것처럼 사진을 연신 찍어 댔다.

그 날이 유기견으로 떠돌던 방랑자가 반려견(伴侶犬)이 되는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이 방랑자에게 ‘유반’이라는 이름을 지어 부르기로 했다. ‘유기견’과 ‘반려견’에서 첫 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내가 생각해도 녀석에게 퍽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유반이는 매일 출근하는 남편 차 소리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는 배웅을 나와 꼬리가 끊어질 듯 흔들어대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고 주인으로 받아들인 남자가 어딜 가나 한 두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앞발에 턱을 고이고는 눈을 떼지 못하는 주인바라기가 되었다.

둘의 애정행각이 눈꼴사납기까지 하더니 어느 날부터 유견이는 잠이 많아지고 만사가 귀찮다는 듯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했다.

‘어디 아픈가?’
걱정 반 서운한 맘 반으로 남편은 단골 식당에서 밥을 얻어다 이것저것 섞어 맛있는 개밥다운 개밥을 대령했다. 그 정성을 아는지 게걸스럽게 먹고는 또 어기적어기적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늘을 찾아 털썩 주저앉아 이내 잠을 청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의 모습이 안됐던지 직원 한분이 “유반이 임신한 거 아니에요?” 한 마디 건넨다. 그때서야 부리나케 배에다 손을 대본다. “맞구나”

배가 두둑한 것이 예전하고 다르다. 남편의 행동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유반이를 위한 보양식이 집으로부터 공장으로 배달되어갔다. 내가 개를 좋아해서 망정이지 부부사이에 비상이 걸릴 뻔 했다. 남편은 큰 개집을 준비하고 사람들이 잘 드나들지 않는 곳에 새끼를 낳을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기를 40일쯤 되던 날, 평소와 다르게 유반이는 마지막 인사라도 하듯 남편의 주위를 맴돌다가 집을 나가 돌아오질 않았다. 필경 다른 곳에 새끼를 낳으러 간 것이었다.

안달이 난 남편과 직원들은 공장주변을 유심히 살피며 유반이를 찾아 다녔다. 나도 임신한 유반이가 염려 되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구석구석 누볐다. 아, 천우신조라는 말이 이럴 때 어울리는지는 몰라도 유반이 비슷한 개가 눈에 띄었다. 따라 갔지만 놓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려는데 어디선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수로로 만들어놓은 좁은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전화로 남편을 불렀다. 공장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금세 달려왔다. 남편이 꺼내온 6마리의 새끼들은 눈도 못 뜬 채 서로 뭉쳐져 꼬물꼬물 거리고 있었다.

“에구 유반아 아빠가 얼마나 좋은 집을 꾸며 줬는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
그래도 바닥이 차가울까 어디서 구해 왔는지 종이박스가 수로 안에 깔아져 있고 그 위에 새끼를 낳았다. 용하다.

조심스럽게 가져간 박스 안에 새끼들을 담아 집으로 옮겼다. 그날 유반이도 새끼를 뒤따라 집으로 왔다. 온갖 정성을 다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새 생명의 탄생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비록 동물이지만 생명을 보살핀다는 것은 인간 본능의 책임감이 뒤따른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섯 마리 모두 건강했고 먹성이 대단했다. 그런데 그 먹성에 보양식을 매일 대령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미는 견디질 못하고 쓰러져 병원 신세를 져야했다. 아무리 동물이지만 쓰러질 때까지 젖을 물리다니 대단한 모성애였다. 결국 병원에선 어미를 위해선 젖을 떼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하지만 서로 보기만 하면 새끼들은 어미의 젖에 매달리고 어미도 젖을 물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는 유반이가 그 새끼들을 보살피고 젖 물리는 모양을 보면서 모성애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 김소영 시인
▲ 김소영 시인

최근에 화장실에 버려진 아기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일찍부터 성에 눈을 뜨면서 미혼모들이 예상외로 많다. 아직 모성애를 느끼기엔 어린 엄마들이 아기를 낳다보니 유기하기도 하고 사랑 주는 법을 몰라 아이들을 방치하고 폭력까지 행사한다.

모성애란 어미가 자식에 대한 본능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상대방에게 느끼는 책임과 의무, 보호본능도 포함된다.

예전엔 부부가 헤어질 때 서로 아이를 맡겠다고 소송도 불사했건만 지금은 맡지 않겠다는 부부가 느는 추세다. 주위에만 봐도 여자들이 본인의 생활을 더 중요시 하는 경우가 많다. 부부사이에 조금 힘들어도 참지 못하고 여자들은 자식은 어찌 되었건 집을 나와 자신의 삶을 찾으려 한다. 결국 남겨진 자식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져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된다.

이렇듯 조손과 결손가정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과거의 어머니들은 자식 때문에 이혼은 생각지도 못했다. 부득이 이혼하더라도 자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맞섰다. 자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억척같이 일을 했다. 남부럽지 않게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며 잘 키우려고 본인의 희생을 기꺼이 감수했다.

그토록 끔찍했던 모성애는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요즘 빈번하게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나 자연재해, 전염병도 무섭다. 하지만 모성애와 같은 본능조차 사라져가는 세상이 더 두렵다.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랑을 줄 줄 아는 법인데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분양 보낸 강아지들의 소식을 간간이 사진과 함께 전해 받는다. 사진 속 눈망울과 미소 짓는 밝은 표정은 행복을 짐작하게 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이번에 강아지를 키우고 분양하면서 결심한 것이 있다. 다시는 강아지들을 거두지 않겠다고. 사람이나 자식이나 기른 정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과연 강아지들이 또 내게 주어진다면 결심한 대로 할 수 있을까?

/김소영(태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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