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권 대전예술의 전당 관장 |
잠시 영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외국 연주자를 자주 접하는 직업 탓에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나는 아직도 영어 울렁증이 있다. 그런데 생각하면 정말 오랜 시간을 영어공부에 투자 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왜? 우리는 자신 없어지고 주눅이 드는 걸까?
지난 정권 때 제안되었던 공약 가운데 영어 집중화 교육이란 것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공약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한다는 등 과도한 목표 설정과 잘못된 설명으로 인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데 실패하고 흐지부지 사라진 공약이 되었다. 만약에 이 공약을 '실용 영어교육'으로 바꾸고 중고등학교 수업시간만 충실히 마치면 세계여행을 하거나 외국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면 오히려 전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
인간이 받는 교육 가운데 머리가 기억을 하게 하는 교육이 있는가 하면 몸이 기억을 하게 하는 교육이 있다. 예를 들면 역사와 같은 학문은 머리로 외우고 기억하지만 운동은 몸, 즉 중추신경이 반응 하도록 훈련하여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 하도록 훈련하고 기억시킨다.
이 이야기는 음악과 영어 같은 분야도 체육 분야처럼 머리가 기억하기보다는 몸이 기억하도록 교육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우리의 교육과정은 음악과 영어를 머리로 기억하도록 교육시키기는 것이 문제다. 음악수업은 좋은 음악을 반복해서 듣도록 하고 어려운 이론을 가르치기보다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를 한가지쯤 공교육으로 배울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그리하면 머리로 생각해서 음악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몸이 음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어도 머리로 생각하여 문장을 만드는 영문학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말 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언어 훈련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로 가르쳐야 한다. 올바르게 설정된 목표가 성공하면 혁명이 된다. 이러한 교육의 혁명이 대전에서 당장 시작되기를 바란다.
최근 대전예술의전당이 대전 문화예술의 대 부흥을 위해 콘서트 전용 홀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목표를 세웠다. 이것은 분명히 올바르게 설정된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대전 예술의전당의 모든 공연장들은 각각 전문공연장이 되어 분야별로 역할을 충실하게 할 것이다. 이 때, 대전 시민들이 목표가 올바로 설정된 제대로 된 예술교육의 혜택을 받고 각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전문적으로 향유하기 위해 전국의 자랑이 된 대전예당 콘서트홀에 구름같이 모이는 날을 꿈 꾼다.
오병권 대전예술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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