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 음악·영어교육, 그리고 콘서트전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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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 음악·영어교육, 그리고 콘서트전용홀

  • 승인 2016-09-04 14:44
  • 신문게재 2016-09-05 22면
  • 오병권 대전예술의 전당 관장오병권 대전예술의 전당 관장
▲ 오병권 대전예술의 전당 관장
▲ 오병권 대전예술의 전당 관장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가졌던 첫 직업은 중학교 음악교사였다. 당시에 수업을 위해 교과서를 검토하던 나는 교과서가 요구하는 학습의 목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학생이 학교의 음악수업을 제대로 마친다면 그 학생은 악보만 보고도 악기 없이 노래하는 시창능력과 들리는 노래를 악보로 받아 적을 수 있는 청음능력을 갖추게 될 뿐 아니라 간단한 형식의 노래 작곡과 편곡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목표는 우리의 실정에 비추어, 실현 불가능한 목표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교과서가 요구하는 교육 목표가 이렇다 보니 음악교사들은 도에 넘치는 많은 음악이론을 수업 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처럼 과도하게 설정된 음악교육 목표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에 살펴본 음악교과서는 수십 년 전의 그것과 거의 다름이 없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탓 일까?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는 전 세계에 비슷한 유래를 찾기 힘들만큼 전문가 못지않은 확고한 식견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음악 이야기를 꺼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리만큼 자신없어 한다.

잠시 영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외국 연주자를 자주 접하는 직업 탓에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나는 아직도 영어 울렁증이 있다. 그런데 생각하면 정말 오랜 시간을 영어공부에 투자 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과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왜? 우리는 자신 없어지고 주눅이 드는 걸까?

지난 정권 때 제안되었던 공약 가운데 영어 집중화 교육이란 것이 있었다. 그러나 이 공약은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한다는 등 과도한 목표 설정과 잘못된 설명으로 인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데 실패하고 흐지부지 사라진 공약이 되었다. 만약에 이 공약을 '실용 영어교육'으로 바꾸고 중고등학교 수업시간만 충실히 마치면 세계여행을 하거나 외국인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불편하지 않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면 오히려 전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

인간이 받는 교육 가운데 머리가 기억을 하게 하는 교육이 있는가 하면 몸이 기억을 하게 하는 교육이 있다. 예를 들면 역사와 같은 학문은 머리로 외우고 기억하지만 운동은 몸, 즉 중추신경이 반응 하도록 훈련하여 생각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 하도록 훈련하고 기억시킨다.

이 이야기는 음악과 영어 같은 분야도 체육 분야처럼 머리가 기억하기보다는 몸이 기억하도록 교육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에도 우리의 교육과정은 음악과 영어를 머리로 기억하도록 교육시키기는 것이 문제다. 음악수업은 좋은 음악을 반복해서 듣도록 하고 어려운 이론을 가르치기보다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를 한가지쯤 공교육으로 배울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그리하면 머리로 생각해서 음악을 느끼는 것이 아니고 몸이 음악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영어도 머리로 생각하여 문장을 만드는 영문학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말 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언어 훈련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로 가르쳐야 한다. 올바르게 설정된 목표가 성공하면 혁명이 된다. 이러한 교육의 혁명이 대전에서 당장 시작되기를 바란다.

최근 대전예술의전당이 대전 문화예술의 대 부흥을 위해 콘서트 전용 홀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목표를 세웠다. 이것은 분명히 올바르게 설정된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대전 예술의전당의 모든 공연장들은 각각 전문공연장이 되어 분야별로 역할을 충실하게 할 것이다. 이 때, 대전 시민들이 목표가 올바로 설정된 제대로 된 예술교육의 혜택을 받고 각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전문적으로 향유하기 위해 전국의 자랑이 된 대전예당 콘서트홀에 구름같이 모이는 날을 꿈 꾼다.

오병권 대전예술의 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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