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에도 농민들은 한숨만 ‘푹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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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에도 농민들은 한숨만 ‘푹푹’

  • 승인 2016-09-22 15:38
  • 신문게재 2016-09-22 1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재고미 쌓이고 수입쌀 들여와 가격 하락 요인
충남 농가들 떨어진 가격이 근심 걱정 한가득



22일 오전 10시 충남 예산군 봉산면. 농민의 보살핌 아래 자란 벼들이 황금빛 자태를 뽐내며 넘실넘실 춤췄다.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 큰 태풍피해 없이 익어가는 벼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정작 자식처럼 키운 농민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풍년이 일었지만 누구 하나 웃음 짓는 이가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농민 조광남(43) 씨는 황금 들녘을 애처롭게 바라봤다. 조 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풍년이지만 낮아진 가격 탓에 인건비나 건지려나 모르겠다”며 “지난해 수매가가 평균 4만 6000원 선인데 올해는 이보다 30%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풍년에도 고개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창고에 쌓인 재고미가 전국적으로 170만t이 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에서 수입쌀을 40만t씩 들여와 가격이 매년 하락하고 있다고 조 씨는 설명했다.

그는 “인건비는 제외하더라도 농기계 임대료와 농자잿값을 팔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턱없이 줄어든다.”며 “농사 수익 마지노선을 4만원이라고들 하는데, 올해는 3만원 미만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돼 1년간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기분이 썩 좋지 않다”고 푸념했다.

농가를 둘러볼수록 농민들의 한탄은 커졌다. 땀 흘려가며 일궈낸 벼들이 그동안의 고생을 말해주듯 성장했지만 수확이 걱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농민 A씨는 “대농가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같은 소농가들은 노랗게 익어간 벼들을 보면 벌써 수확 걱정이 앞선다”며 “대농가들이야 건조시설이 있어 편하겠지만 농민들 80%는 규모가 작은 농가라서 건조시설도 없고 계약한 물량보다 많아지면 돈이 많이 들어 농사짓는 의미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정부에서 풍년과 쌀 소비량이 줄어서 가격이 내려갔다고 하는 건 대책 없는 소리라고 질타했다. 그는 “어디 가서 쌀값을 4만원 이상 받기만 해도 올해 농사는 잘됐다고 한다”며 “창고에 쌓인 쌀 170만t부터 해결해야 시장이 활성화되고 농민들도 웃음 지을 수 있다”고 힐난했다.

농민들의 걱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농사를 지을수록 가격이 하락하다 보니 젊은 층들의 농촌 유입이 줄어들까 노심초사다. A씨는 “정부에서 수입쌀이라도 안 들여오면 그나마 사정이 나아질 텐데 왜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 처사”라며 “우리 세대에서 농사짓는 이들이 없어지면 국산 쌀을 어디서 찾을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걱정스런 눈으로 황금들녘을 바라봤다.

풍년에도 근심이 가득한 농민들을 위해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포=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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