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성숙한 사람, 무엇이 필요할까?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 내일]성숙한 사람, 무엇이 필요할까?

  • 승인 2016-11-27 11:30
  • 신문게재 2016-11-28 25면
  • 유낙준 모세 주교 (성공회 대전교구장)유낙준 모세 주교 (성공회 대전교구장)
▲ 유낙준 모세 주교 (성공회 대전교구장)
▲ 유낙준 모세 주교 (성공회 대전교구장)
인간은 누구나 연민을 지닌 사랑으로 살기를 원하지만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랑에 머물러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곤 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았을까?', '정작 필요한 것이 아닌 헛된 고민만 하였을까?', '혼자 할 수 없는 것을 왜 혼자할 수 있다고 했을까?', ' 나보다 못하다고 여겨진 사람을 진심으로 껴안았던 적이 생각이 안나는 이유가 어디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할 시간도 없이 산 나는 인간이 아니라 괴물로 산 것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괴물로 사는 것도 모른채 살았다 여기니 부끄러움이 제 속에 가득찼습니다. 제대로 된 인생길을 못찾아 방황하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망가진 괴로운 인생길을 걸었던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최근 뉴스에 등장하는 부정직한 지식인들의 행태들을 보면서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게 됩니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보고서를 쓴 서울 유명 대학 교수, 많은 이들이 이미 죽은 원인을 아는데도 이를 왜곡하여 발표한 서울 유명한 의대 교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권력으로서 잘못을 정당화하는 고위 공무원들의 모습들. 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지도자를 보면서 제대로 배운 가르침을 행했다면 지식인이 갖는 정직한 당당함을 이토록 잃어버리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이 하 수상하여 그 모습을 깊이 보다 보니 그 속에 있는 자신을 봅니다.

인간은 먼저 부모의 가르침에 의해서 어리석은 상태에서 성숙한 상태로 나아갑니다. 부모의 가르침은 성숙으로의 이동에 전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들이 제대로 된 가르침을 경험한다면 타인에게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하늘에 계신 하느님조차도 기뻐하실 인생이 될 것입니다. 우리 시대에 부모의 가르침이란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에 기반한 가르침'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부모 위의 선조들, 그 위로 조선시대의 선비의 가르침이라 배웠습니다.

그러나 일본 식민지시대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 고유의 덕목과 선비정신이 무너졌고 미국의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강력한 영향 하에 물질에 대한 욕심에 기초한 이기심이 인간에 대한 사랑과 배려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었습니다. 종교조차 때로는 이기심에 축복이라는 옷을 입혀 인간을 유혹하면서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대다수 종교는 사람들에게 참된 인성을 강조하고 지키도록 가르칩니다.

우리사회에서는 이러한 큰 가르침이 존중되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가족안에서조차 물질에 대한 이기심을 삶의 최고 가치로 보는 것으로 변한 현대 한국사회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가장 큰 힘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너무나 평범한 말같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헌신적이고 관용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강조할 수 밖에 없을 것 입니다. 세대 간의 차이를 넘어 소통하고자 할 때, 젊은이와 노인들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오늘날 사회가 노인을 뭔가 무력한 존재, 뭔가 결핍되어 있어 국가가 지속적으로 어떤 혜택을 공급해 줘야 한다고 보는 관점에서 노인은 노(No)인이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요양원사업 등 노인돌봄사업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노인을 젊은이들보다 삶의 경험이 더욱 많은 지혜자인 노(Know)인으로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뭔가 결핍된 것을 채워주는 요양사업이 아니라 지역사회공동체의 자원이자 리더들로서의 노인들이 활동하는 지역공동체센터 사업이 더 우선시 될 것입니다.

작금의 현실에서 물질에 대한 욕망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 나아가 국가 전체를 망가뜨린 현상을 목도하는 중입니다. 이 현실에서 다시 한번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사랑이 이뤄지며, 사랑으로 인한 연대가 일어나고 있다고 봅니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가치이자 모든 인류가 지향하는 참 가치는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며, 이 희망으로 우리는 오늘의 어려움을 인내하고 내일을 기다릴 것입니다.

유낙준 모세 주교 (성공회 대전교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신라스테이까지 공매로…"깊어진 상권 침체의 늪"
  2. 대전 선도지구 선정 구역들, 향후 절차와 계획은?
  3. 중수청 수사인력 충원 윤곽나오나… 대전중수청 직급별 인원은 아직
  4. 대전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해봤더니… 같은 질문에도 제각각 답변
  5. [WHY이슈현장] 기관명은 대전중수청, 첫발은 세종에서…수사 효율 쟁점
  1. [WHY이슈현장] 자치경찰제 시행과 엇갈린 개편, 지역 자율성은 축소 우려
  2. 세종 '행정수도법' 통과 힘 받는다… 국회의장까지 '합심'
  3. [WHY이슈현장] 검찰청 없는 시대…충청권 사법체계 변화는?
  4. 장윤기 사건 후속 전수조사 대전서 1건… 제한된 조사방식 한계
  5.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에 정용선 단독 등록… 충청권 전열 재정비 '속도'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법 연내 제정" 세종시민사회 대책위가 이끈다

"행정수도법 연내 제정" 세종시민사회 대책위가 이끈다

"역사는 기회가 왔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이 움직일 때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2002년 신행정수도 건설이 국가적 의제가 됐던 것도 국민의 염원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며, 오늘의 세종시 역시 시민들의 헌신과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연대가 시작돼야 합니다." 29일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비상연석회의'가 열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황치환 범국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이같이 선언했다. 이 선언을 시작으로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을 위한 시민들의 결집이 공식화됐다. 내달 출범..

교육열 높은 세종, 학업 중단율도 전국 최고… 왜?
교육열 높은 세종, 학업 중단율도 전국 최고… 왜?

세종시 고등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교육열과 학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퇴생이 매년 늘면서, 세종의 교육환경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내신 5등급제 전환으로 '전략적 학업 중단' 현상이 확산하면서, 학업 중단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세종시 고등학교 자퇴생은 332명으로, 전체..

박수현 충남지사, 김민석에 "공공기관 2차 이전·발전본사 유치" 전폭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 김민석에 "공공기관 2차 이전·발전본사 유치" 전폭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후보를 만나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등 충남 지역 현안을 전달하고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박 지사는 2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민석 후보는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면담을 요청해 온 인물"이라며 김 후보와의 면담 사실을 밝히고,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충남 설치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지사는 세종시 출범으로 인한 충남의 상대적 손실과 내포신도시의 정체 상황을 강조했다. 그는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위 조심하세요’ ‘더위 조심하세요’

  • ‘여름 휴가 떠납니다’ ‘여름 휴가 떠납니다’

  •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