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 1차 청문회>재벌 총수들 “기억나지 않습니다”

  • 정치/행정
  • 국회/정당

<국조 1차 청문회>재벌 총수들 “기억나지 않습니다”

  • 승인 2016-12-06 17:29
  • 신문게재 2016-12-06 4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기억나지 않는다”, “죄송하다”
침묵하거나 모르겠다는 취지 답변만


“아는 게 뭐가 있습니까?”

6일 오후 국회 본청 245호.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쏘아붙였다.

질의 시간 7분이 다되도록 이 부회장이 박 의원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세한 부분은 모르겠다”고 대답한 결과였다.

이 부회장은 박 의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제가 부족한 게 많아서 정말 죄송하다”고 다시 사과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 부회장의 오전 청문회 답변을 요약하면 ‘정확한 숫자, 날짜가 기억나지 않는다’, ‘부족한 게 많다’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날 ‘최순실 국정 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장에는 재벌 총수 8명이 증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대기업 총수들이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것은 1988년 ‘5공비리 청문회’ 이후 28년만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최순실·정유라 지원, 청와대 압력 등 국민들의 궁금증이 폭발직전이었던 만큼 청문회에는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재벌 총수들은 속 시원한 말 한마디 내뱉지 않았다. 대신 입이라도 맞춘 듯 “잘 모르겠다”, “기억나지 않는다”,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이 개회사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잘못한 점이 있다면 국민 앞에 솔직히 사과함으로써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허사였다.

질의에 나선 국조특위 위원들은 날카로운 질문을 날리며 총수들을 압박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대가성 여부와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지원 과정 등 전방위적인 질문을 퍼부었다.

이에 총수들은 “사실과 다르다”, “대가성이 없었다”며 적극 부인하다가도 곤란한 질문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 부회장은 계속되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훈련 지원 의혹에 대해 “당시 정씨 존재를 알지 못했고, 지원 결정에 자신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만 내놓았다.

위원들이 최순실씨의 존재를 인지한 시점에 대해 집중 추궁했지만 이 부회장은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죄송하다”고 답할 뿐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여러 불미스런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감 안겨드려 죄송하다”며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관련 질문에 “제가 결정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고, 최태원 SK 회장 역시 펜싱·테니스 관련 출연금 의혹에 대해 “제 결정이 아니었다”고 답변했다.

물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물러났다고 증언하기도 했지만 이미 언론에서 다뤄진 내용이었다.

청문회 도중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촛불집회에 참여한 총수가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요청했지만 총수들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주저하던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홀로 손을 들자 “당신은 재벌 아니잖아”라는 안 의원의 핀잔이 돌아왔다. ‘재벌도 공범’이라는 촛불은 이번 주 더 거세게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4.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