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극소의 공간…'젭토스페이스'

  • 문화
  • 문화/출판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극소의 공간…'젭토스페이스'

  • 승인 2017-01-19 13:45
  • 신문게재 2017-01-20 12면
  • 박수영 기자박수영 기자
▲ 젭토스페이스/잔 프란체스코 주디체 지음/휴머니스트 刊
▲ 젭토스페이스/잔 프란체스코 주디체 지음/휴머니스트 刊
'젭토스페이스'

1991년 만들어진 '젭토미터'(zeptometer)라는 길이 단위가 있다.

젭토미터란 1밀리미터의 10억 분의 1의 10억 분의 1에 해당한다. 여기서 '젭토zepto'라는 접두사는 숫자 7을 뜻하는 '셉토septo'에서 가져왔는데, 젭토가 1,000-7이기 때문이다.

젭토스페이스는 젭토미터로 잴 수 있는 공간을 탐험하는 '대형하드론충돌기'(LHC)에 얽힌 얘기를 다룬다. 이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입자가속기(또는 양성자 가속기)이다.

LHC는 1994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해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지대에 설치됐고 2008년 첫 가동을 시작했다. 27㎞ 길이의 지하터널에서 양성자는 원형 궤도를 돈다. 지하 100m에 8만㎥에 이르는 인공동굴이다.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가 운영하며, 2012년 마침내 '신의 입자'라고 하는 힉스 보손(higgs boson)의 존재를 발견했다.

지은이는 이 연구소 소속의 이론물리학자로, LHC와 힉스 입자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당연히 어려운 이론물리학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일인데, 지은이의 뛰어난 글솜씨 덕분에 한편의 오디세이가 된다. “LHC는 약 100젭토미터 이하의 거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대한 현미경처럼 작동한다. (우리는 이제) 극단적으로 짧은 거리에서 드러나는 미지의 기이한 공간으로 떠난다. 거기서 무엇을 만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힉스입자 발견의 중심에 서 있는 LHC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힉스를 다뤄온 책은 더러 있었지만, 우리는 그 발견의 현장에서 처음과 끝을 함께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CERN의 이론물리학자이자 가속기 연구에 평생을 바쳐 온 잔 프란체스코 주디체가 말하는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공간 속으로 들어가 신의 입자 힉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원서는 힉스입자 발견 전인 2010년에 출간되었다. 저자 주디체 박사는 이후 여러 차례의 수정을 거쳐 힉스입자의 발견까지 한국어판에 모두 반영해 독자들에게 LHC의 연구와 그 활동의 의미를 전해주고자 노력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진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입자의 문제>에서는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입자 세계와 물리학자들이 그것을 이해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최신의 발견을 이해하려면 입자물리학의 세계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금이라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부 <젭토스페이스로 가는 우주선>에서는 힉스입자를 발견한 LHC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설명한다. LHC가 건설되기까지 어떤 기술이 사용되었으며, 어떤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어떤 방법으로 실험이 진행되는지 현장에서 연구하는 연구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LHC의 현장을 만난다.

마지막으로 3부 <젭토스페이스에서 수행할 임무들>에서는 과학자들의 상상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힉스는 왜 존재해야만 하는지, 우주에 남겨진 비밀은 어떻게 풀 수 있는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즉, 이 책은 힉스를 찾는 과학자들의 시도부터 LHC를 만들기까지, 그리고 우주의 기원에 대한 비밀을 탐구하는 물리학자들의 모험을 담고 있다.

이 여행은 물질의 내부를 깊이 탐구하려는 LHC 모험의 마지막 장면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물리학자들이 볼 때, 힉스보손은 최초의 징후일 뿐이다.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와 우리가 답하고 발견해야 할 많은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잔 프란체스코 주디체 지음, 김명남 옮김/휴머니스트·2만원

박수영 기자 sy870123@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4.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