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간절한 마음, 파도가 들어주는 곳…부산 해동 용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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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간절한 마음, 파도가 들어주는 곳…부산 해동 용궁사

돼지국밥으로 추위 달랜 뒤 광안대교 너머 짧은 일출 감상 108장수계단·득남불 지나면 암석 위 절의 모습에 감탄

  • 승인 2017-02-16 11:06
  • 신문게재 2017-02-17 9면
  • 이성희기자이성희기자
[주말여행]부산 해동 용궁사

산사(山寺)란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말 그대로 산속에 있는 절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절은 산속에 많이 위치해 있다. 속세와 떨어져 절제된 생활을 해야 하는 스님들의 수양을 비롯해 '유교를 숭배하고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에 자연스레 찾기 힘든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지역마다 유명한 사찰이 있다. 공주의 동학사, 갑사를 비롯해 경주의 불국사, 구미의 직지사, 남해의 보리암 등등….

얼마 전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부산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무박 2일 여행이고 잠을 기차에서 자야하는 상황이라 무궁화호를 선택했다. 그렇게 부산으로 떠나는 마지막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어둠을 뚫고 달렸다. 약 3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을 달려 기차는 종착역인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의 새벽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셨다. 대전보다 남쪽에 있어 따뜻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낮 기온이 높은 것이지 새벽은 어느 도시나 추웠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초량쪽으로 걸어갔다. 출발하기 전 인터넷에서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24시간 영업하는 돼지국밥집이 초량에 있었다. 부산역에서 초량역은 지하철로 한정거장 거리에 있다. 불이 켜진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식당안에는 우리일행 말고도 세 테이블의 손님이 더 있었다. 연인과 친구들로 보이는 일행들의 테이블에는 한 병에서 많게는 서너 병의 소주병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다들 집에 들어가기 전 아쉬움이 남아서 마지막으로 들른 술자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오늘의 시작인데 저들에게는 어제의 마무리겠구나'란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리도 세 종류의 국밥을 주문했다. 따뜻한 국밥은 추운 새벽공기를 해치고 달려온 우리가족의 추위와 피곤함을 달래주는데 손색이 없었다. 그렇게 국밥을 다 해치우고 거리로 다시 나섰지만 밖은 여전히 깜깜했다. 계획도 이때부터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국밥을 먹고 나와서 광안리로 가는 첫 지하철을 타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밥을 먹고 나왔는데도 지하철 운행시간까지는 약 1시간의 공백이 생겼다.

아내와 상의 끝에 택시를 타고 광안리 인근의 커피숍에 들어가기로 결정하고 택시를 잡았다. 다행히 광안리 인근의 커피숍은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몇 군데 있었다. 음료를 몇 잔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배부르고 따뜻하니 졸음이 밀려왔다. 지친 아이들은 비좁은 커피숍 테이블에서 쪽잠을 청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니 밖이 환해졌다. 일출을 보기 위해 백사장으로 향했다. 붉은 태양이 광안대교 위로 봉긋 솟아 올랐다.

하지만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태양은 구름 속에 가려진 뒤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힘들게 왔는데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낙담만 할 수 없는 일. 최종목적지인 용궁사로 향했다. 181번 버스를 타기 위해 부산도시철도 수영역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센텀시티역으로 이동한 후 버스를 탔다. 버스는 도심지를 지나 외곽으로 계속 달렸다. 사람들로 가득했던 버스는 십 여명 남짓만 남았고 직감적으로 '다들 용궁사 가는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국립수산과학원 정류장에 도착했고 친절한 버스기사님이 “용궁사 가시는 분들은 여기서 내리세요.”라는 안내 멘트도 날려줬다.

정류장에 내리면 안내판이 보이는데 약간의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제일 먼저 바다가 보인다. 용궁사의 입장료는 따로 없다. 다만 주차비는 받고 있다. 겨울이지만 관광객들이 많았다. 입구를 차지하고 있는 먹거리와 기념품 가게를 통과하니 가장 먼저 돌로 만든 십이지상이 우릴 반기듯 서있었다. 삼재(三災)인 띠의 십이지상 밑에는 삼재(三災)라는 글씨가 써 있는게 특징이다. 한 쪽 벽에 자리 잡은 득남불은 사람들의 손때가 타서 배와 코가 새카맣다. 108 장수계단이 진짜 108개가 맞는지 세면서 내려가니 드디어 용궁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계단의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지장보살상과 국립수산과학원으로 통하는 길이 나오니 용궁사 구경을 마치고 둘러보면 된다. 넘실대는 파도와 암석 위에 자리한 용궁사는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절을 지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용궁사로 들어가려면 용문교라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다리 위에서 동전을 던져 항아리에 들어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한 번 시도했는데 결과는 실패했다. 관광객들이 많아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있으면 통행에 지장을 주는 관계로 서둘러 다리를 건넜다.

용궁사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인 만복문(萬福門)에는 '참 좋은 곳에 오셨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렇게 앞마당으로 들어서면 대웅전을 비롯해 황금돼지와 하늘로 승천하는 비룡상이 보인다. 또한 대웅전 옆에는 포화대상 미륵불과 장수거북의 상이 위치해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원을 빌었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 부귀영화 등 각자의 소원은 다르지만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또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인생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듯 이번 여행도 계획에서 약간 벗어났지만 결과적으로 용궁사도 잘 구경하고 무사히 돌아왔으니 성공적인 여행이었다고 자평을 해본다.

▲가는길=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100번과 181번 버스를 탈 수 있는 신도시장 정류장과 센텀시티역으로 간 뒤 버스를 타면 된다. 약 1시간 30분 소요.

▲먹거리=용궁사 입구에 몇 개의 식당과 간식을 파는 노점이 즐비해 있다.

글·사진=이성희 기자 token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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