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종석 조치원소방서장 |
하루속히 삶의 터전이 복구돼 안정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로 옛 성현들의 고사에서 안전에 관한 현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조선 중기 뛰어난 문장가인 유몽인(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談)’에 ‘人之防患, 貴在防之未然(인지방환, 귀재방지미연)’라는 글귀가 있다. “재앙대비에 가장 좋은 것은 미리 막는 것이다.”라는 뜻으로 유몽인은 이 말을 하기에 앞서 다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천에 농부가 있었다. 농부는 논밭의 막사에서 동료와 함께 벼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밤에 함께 자리를 지키던 동료의 코 고는 소리가 우뢰와 같았다. 혹 호랑이기 들을까 봐 걱정이 된 농부는 막사에서 슬쩍 빠져나와 볏단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정말로 호랑이가 찾아와 코를 골던 동료를 잡아갔다. 낌새를 느끼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은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중국 진나라 때 위강(魏絳)은 “편안할 때 위험을 생각하고 준비를 갖추어야 화를 면할 수 있다.”는 의미의 ‘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거안사위, 사즉유비, 유비무환)’ 글을 왕께 올려 잠깐의 편안함을 경계하고자 했다.
유비무환은 위기와 기회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위기를 ‘위험한 기회’라고도 했다. 기회는 미리 준비한 사람만이 잡을 수 있으므로 평소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 현실을 돌아보자,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주택 (60.7%)에 대해 지난 2012년 2월 5일부터 기초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기존 주택에 대해서도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기초소방시설 보급이야말로 애민정신을 바탕으로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현실에 맞게 실천하고 있는 정책이다.
얼마 전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실태’ 설문결과에 의하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이 전국 평균 29.53%에 머물러 있어 입법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우리 세종시의 경우 42.94%로 최상위 그룹에 속하지만, 아직 미흡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 소방서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와 지원협약을 체결해 소화기 등 현물을 지정기탁 받아 보급하고 있다. 농축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금융기관에는 조합원에게 선물 증정이나 출자배당금 환급 시 기초소방시설 마련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지역 기관단체는 행사ㆍ축제 때 경품으로 소화기ㆍ감지기 등 소방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통시장 일제조사를 실시해 소방시설이 없는 소규모 점포 275개소에 대해 2016년도 취약계층 기초소방시설 보급 잔여분을 긴급 투입하는 등의 안전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국립건물과학연구소 다중재해 예방위원회의 연구에 따르면 1달러의 재해 예방 투자는 사회적으로 4달러의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정유년(丁酉年)에는 옛 성현들의 지혜를 모아 ‘안전한 나라 ! 행복한 국민 !’ 구현에 소방인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종석 조치원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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