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세상] 시우(時雨)와 치수(治水)

  • 오피니언
  • 아침세상

[아침세상] 시우(時雨)와 치수(治水)

  • 승인 2017-05-14 11:32
  • 신문게재 2017-05-15 20면
  • 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
▲ 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
▲ 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
강수량이 부족한 3월을 보내고 농경이 시작되는 4~5월에 내리는 비를 예로부터 '시우(時雨)'라고 불렀다. 필요할 때 하늘이 때때로 내리는 은혜로운 비라는 의미다.

초목은 스스로 힘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으므로 때에 맞춰 비가 내리면 그 성장이 빨라진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맹자에서는 '배움'의 때를 강조하고 '시우'와 같이 제때에 적당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강조해 시우지화(時雨之化)라고 했다.

그렇다고 인류의 발전이 시우에만 의존했던 것은 아니다.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하고 평안한 삶을 위해 치수(治水)의 노력도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저수지, 보 등을 쌓아서 농업을 진작시키고 평안한 삶을 위한 생활용수를 공급하고자 다목적 댐도 건설했다.

금강청 담당에는 대청댐, 충주댐, 보령댐 등 3개 댐이 건설돼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대형댐이 그동안 안정적인 용수 공급에 이바지한 바를 헐뜯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근 대청댐과 충주댐의 4월 말 기준 저수율이 각각 61%, 36%로서 예년의 40%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보령댐은 4월 말 저수율이 13%에 불과하다.

보령댐은 지난 3월 25일 경계단계가 발령됐고, 물이 필요한 농번기에 농업용수 공급을 크게 줄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식수만은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금강 물을 끌어들인 도수로가 있어 가능했다.

우려되는 것은 도수로 가동 이후에도 보령댐 저수율은 도수로 가동을 시작할 때의 14%에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보령댐에서 식수를 공급받는 8개 시·군 45만 시민은 제한 급수를 하는 심각 단계가 발령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치수'가 잘 되었는지 뒤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아직도 공맹 시대처럼 '시우'를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아야 하는가?

현재 보령댐의 용수공급 위기는, 우선 용량과 비교하면 과다한 물 수요를 들 수 있겠다. 물의 배분과 관리는 매우 엄밀한 예측을 통해 계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996년 보령댐 준공 이후 2000년에 하루평균 4만t이 공급되던 것이 작년에는 하루 19만t이 공급됐다.

이는 375%가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시·군에서 관리하다 보령댐으로 이전한 일 8만 톤의 폐쇄한 지방 상수도와 충남 서북지역에 들어선 화력발전소 등 공업용수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물그릇의 크기에 비해 사용량이 너무 많게 계획된 것이 아닌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급 중심의 '치수'가 가지는 한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물의 공급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물의 수요도 고민해야 할 때다. 치수의 개념을 넓게 보자는 것이다. 흘러가는 빗물을 가두어서 사용하고, 사용한 물도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등 물순환을 염두에 둔 치수가 필요하다.

쉽게는 가정에서의 물 절약 실천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자체에서는 상수관로에서 새는 수돗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실제 보령댐 물을 공급받는 8개 시·군의 유수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즉 30%는 상수관로 등에서 새어나와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빗물이용 확대, 하폐수 처리수의 재이용, 지하수 부존량 제고, 취수원 다변화 등 물순환을 회복하기 위한 치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은 환경 속에 살면서 환경을 도외시했던 지난날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환경 속에서 서로 융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혜가 하늘에 의존하는 '시우'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드는 '시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0시 축제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여기부터 오세요!
  2. 한기대 학생들, 독일 고용서비스 정책 현장을 누비다
  3. 천안법원, 리스차량 임의로 담보 제공한 40대 남성 '징역 6월'
  4. 논산 IC 인근서 철제 낙하물에 차량 10여 대 타이어 훼손
  5. 천안교육지원청, 교직원 건강증진 등 복지 향상 위한 업무협약 체결
  1. 대전글로벌게임센터, 인디 게임 생태계 확장을 위한 입주기업 모집
  2. 대전세종충남혈액원, 예산군 수해 피해 가정 복구 지원
  3. 계룡건설, 10일 '계룡건설과 함께하는 엘리프의 여름밤' 개최
  4. 골프존카운티 티스캐너 SUMMER MEGA DEAL' 이벤트
  5. 천안 쌍용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화재 발생

헤드라인 뉴스


대전 0시 축제 화려한 개막… 9일간 대장정 돌입

대전 0시 축제 화려한 개막… 9일간 대장정 돌입

대전 여름 축제인 '0시 축제'가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사 구간 중앙로 1KM 구간에서 8일을 시작으로 16일까지 9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8일 개막식은 화려한 공연으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먼저 공군 블랙이글스의 에어쇼로 개막을 알린다.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를 캐치프레이즈로,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시간여행 테마 축제로 구성했다. 중앙로 행사장 전 구간을 돌며 대규모 개막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며 축제의 열기를 올린다. 대전시는 올해 세번 째로 열리는 0시..

"눈과 귀를 즐겁게"… 0시 축제 다양한 공연.볼거리 풍성
"눈과 귀를 즐겁게"… 0시 축제 다양한 공연.볼거리 풍성

올해로 3회를 맞는 대전 0시 축제가 개막하면서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다양한 공연과 볼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다. 무더위를 잠시 잊고 다 함께 즐기고 행복을 나눌 수 있도록 축제 곳곳에는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여러 장르의 공연들이 펼쳐진다. 한국의 멋을 느낄 국악부터 청년들의 목소리 등 여름 하늘을 가득 채우면서 2025년 여름을 더 뜨겁게 할 예정이다. 0시 축제 기간 어떤 공연을 즐길 지 함께 만나본다. <편집자 주> ▲대전의 야간 명소를 찾아 대전관광공사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대전 0시축제'..

충청권 상장법인 시총, 한 달 새 11조 5727억 원 급등
충청권 상장법인 시총, 한 달 새 11조 5727억 원 급등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이 7월 한 달 동안 11조 5727억 원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알테오젠, 펩트론, 리가켐바이오 등 지역 내 코스닥 시총 상위 바이오 기업들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7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7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51조 9328억 원으로 전월(140조 3601억 원) 대비 8.2% 증가했다. 이중 대전·세종·충남 기업의 시총은 전월보다 8조 8942억 원(8.9%) 오른 100조 8422억 원에 도달했다. 같은 시기 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워터파크와 한산한 도심

  •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노인들의 위험한 무단횡단

  •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대전 0시 축제 준비 완료…패밀리테마파크 축제 분위기 조성

  •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교제 범죄 발생한 대전 찾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