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학교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때에 교사는 로봇처럼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전락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참에 교육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감성과 감정에 대해 살펴보자. ‘감정’은 희노애락 같은 느낌의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마음의 색깔이다. 감정을 불러일으킨 자극요소가 사라지면 그 감정도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만다. 마치 대기물리 현상처럼 변화무쌍하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감성’은 외부 사물의 자극을 통해 느끼는 감수적인 인식능력으로 얻게 되는 마음의 의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단순히 ‘감정의 문제’로 받아들이느냐, ‘감성의 문제’로 이해하느냐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교육에서의 경우다. 교육활동을 다루는 구성원의 문제를 감정이 아닌 감성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그 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활동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랑, 배려, 이해, 존중, 소통, 공감, 협동 등의 요소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감정은 절제된 통제가 필요하지만 감성은 풍부한 의미가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교육활동에서 감정을 뛰어넘는 감성능력은 필수적인 요소다.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 배려, 소통 등이 감성능력이다. 이런 요소들이 곧 교육활동답게 만들어 주는 인간정신으로 이어진다. 흔히 오늘날을 감성교육 시대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인간정신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감성교육을 실행함으로 구성원 스스로가 행동하는 교육활동의 효과가 실행으로 옮겨지게 되어 미래사회에 행복한 삶으로 적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학교교육은 아이들에게 사람과 사물에 대한 감성을 키워주기도 전에 일부 학교에서는 지극히 단순한 지식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더 정확하게는 이러한 감성을 성공을 위해 느끼지 말아야할 것으로 간주하고 오히려 감성을 죽이는 교육을 해 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이들은 ‘성공하면 행복해 진다’는 추상적인 관념으로 행복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해 현재의 감성을 억누르고 성공을 위해 무작정 달려가는 것에 대한 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이 교육의 수혜자인지 피해자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행복한 감성적 사유의 시간을 가져본 사례를 들어보자. 작년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사서교사의 권유로 한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소설은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 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미적 경지를 보여준다. 잔잔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 흡인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 희생 그리고 희망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것으로 독자에게 감성적 울림을 아련하게 주고 있다.
첫 번째 편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두 번째 편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 그리고 세 번째 편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화자로 등장한다. 당시 작가는 자신이 겪은 어떤 사회적 갈등을 말했을 뿐 지금의 사회와는 무관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읽어 나의 표현으로 전하고 싶다. ‘첫 번째, 이 봄에 학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교사, 두 번째,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는 감성적 역량을 겸비한 교사, 그리고 세 번째 교직생활을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고 행복한 화자로 등장하고 싶다.’
나도 이제 이 어려운 교육활동의 절박한 오류만 남기고 잔인했던 봄을 보낸다. 지금 오월인데 사월로 회귀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일까. 아니 더 빨리 가고 싶은 세월의 마음일까. 가곡 ‘사월의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의 목소리가 ‘돌아온 사월은~’의 대목부터 애처롭게 떨린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이제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여유를 갖고 싶다.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한기온(대전봉명중학교 교장,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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