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 오피니언
  • 월요아침

[월요아침]‘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 승인 2017-05-21 10:18
  • 신문게재 2017-05-22 22면
  • 한기온(대전봉명중학교 교장한기온(대전봉명중학교 교장
어느새 노년의 봄이 떠나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너무 바쁜 척하다 오월의 장미에 눈길 한 번 못 줬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책을 보는 여유도 없었다. 진달래와 개나리꽃은 언제 졌던가. 그뿐인가 요즈음 세상도 정신없이 어지럽고 혼란이 오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정보기술의 발전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3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 디지털 문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고, 또한 소용돌이 치고 있는 국제정세에 접하고 있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학교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때에 교사는 로봇처럼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으로 전락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참에 교육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감성과 감정에 대해 살펴보자. ‘감정’은 희노애락 같은 느낌의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마음의 색깔이다. 감정을 불러일으킨 자극요소가 사라지면 그 감정도 자연스럽게 소멸되고 만다. 마치 대기물리 현상처럼 변화무쌍하게 나타난다. 이에 비해 ‘감성’은 외부 사물의 자극을 통해 느끼는 감수적인 인식능력으로 얻게 되는 마음의 의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삶을 단순히 ‘감정의 문제’로 받아들이느냐, ‘감성의 문제’로 이해하느냐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학교교육에서의 경우다. 교육활동을 다루는 구성원의 문제를 감정이 아닌 감성의 문제로 받아들일 때 그 교육은 진정한 의미의 교육활동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랑, 배려, 이해, 존중, 소통, 공감, 협동 등의 요소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감정은 절제된 통제가 필요하지만 감성은 풍부한 의미가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교육활동에서 감정을 뛰어넘는 감성능력은 필수적인 요소다.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 배려, 소통 등이 감성능력이다. 이런 요소들이 곧 교육활동답게 만들어 주는 인간정신으로 이어진다. 흔히 오늘날을 감성교육 시대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인간정신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감성교육을 실행함으로 구성원 스스로가 행동하는 교육활동의 효과가 실행으로 옮겨지게 되어 미래사회에 행복한 삶으로 적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학교교육은 아이들에게 사람과 사물에 대한 감성을 키워주기도 전에 일부 학교에서는 지극히 단순한 지식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더 정확하게는 이러한 감성을 성공을 위해 느끼지 말아야할 것으로 간주하고 오히려 감성을 죽이는 교육을 해 온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아이들은 ‘성공하면 행복해 진다’는 추상적인 관념으로 행복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의 행복한 삶을 위해 현재의 감성을 억누르고 성공을 위해 무작정 달려가는 것에 대한 강박증을 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이 교육의 수혜자인지 피해자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행복한 감성적 사유의 시간을 가져본 사례를 들어보자. 작년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사서교사의 권유로 한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소설은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 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과 식물적인 상상력을 결합시켜 섬뜩하지만 아름다운 미적 경지를 보여준다. 잔잔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 흡인력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 희생 그리고 희망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것으로 독자에게 감성적 울림을 아련하게 주고 있다.

첫 번째 편에서는 아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 두 번째 편에서는 처제의 엉덩이에 남은 몽고반점을 탐하며 예술혼을 불태우는 사진작가, 그리고 세 번째 편에서는 남편과 여동생의 불륜을 목격했으나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화자로 등장한다. 당시 작가는 자신이 겪은 어떤 사회적 갈등을 말했을 뿐 지금의 사회와는 무관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 읽어 나의 표현으로 전하고 싶다. ‘첫 번째, 이 봄에 학생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교사, 두 번째,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는 감성적 역량을 겸비한 교사, 그리고 세 번째 교직생활을 그냥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고 행복한 화자로 등장하고 싶다.’

나도 이제 이 어려운 교육활동의 절박한 오류만 남기고 잔인했던 봄을 보낸다. 지금 오월인데 사월로 회귀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일까. 아니 더 빨리 가고 싶은 세월의 마음일까. 가곡 ‘사월의 노래’를 부르는 성악가의 목소리가 ‘돌아온 사월은~’의 대목부터 애처롭게 떨린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이제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여유를 갖고 싶다.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한기온(대전봉명중학교 교장, 교육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2024년 한층 나아진다
  2. [독자칼럼]국가 유산청 출범을 축하 한다.
  3. 월드비전 위기아동지원사업 전문 자문위원 위촉
  4. 대전 카이스트 실험실서 화재…인명피해 없어
  5. [인사]대전 MBC
  1. 충남대병원 간호연구팀, 간호사 장기근무 연구논문 국제학술지에
  2. '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3.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4. 2024 금산무예올림피아드 임원 출정식
  5. 5.18 민주항쟁 시기 충청서도 군부대 순화교육 탄압 확인… 77명 명단 나와

헤드라인 뉴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올해 한층 나아진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올해 한층 나아진다

세종시 '도심 캠핑' 인프라가 2024년 한층 나아진 여건에 놓일 전망이다. 2023년 홍수 피해를 입은 세종동(S-1생활권) 합강캠핑장의 재개장 시기가 6월에서 10월로 연기된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호수공원과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상설 피크닉장'이 설치되는 건 고무적이다. 17일 세종시 및 세종시설공단(이사장 조소연)에 따르면 합강캠핑장 복구 사업은 국비 27억여 원을 토대로 진행 중이고, 다가오는 장마철 등 미래 변수를 감안한 시설 재배치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하천 점용허가가 4월 18일에야 승인되면서, 재개장 일..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WHY이슈현장] '충청의 5·18', 민주화 향한 땀방울 진상규명은 진행형

5·18민주화운동을 맞는 마흔 네 번째 봄이 돌아왔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온전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1980년 5월 민주화 요구는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뜨거운 열기로 분출되었는데, 대전에서는 그동안 교내에서 머물던 '계엄령 해제'와 '민주주의 수호' 시위가 학교 밖으로 물결쳐 대전역까지 진출하는 역사를 만들었다. 광주 밖 5·18, 그중에서 대전과 충남 학생들을 주축으로 이뤄진 민주화 물결을 다시 소환한다. <편집자 주> 1980년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전개된 5·18민주화..

`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27년만의 의대증원' 예정대로… 지역대 이달말 정원 확정

법원이 의대증원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교수·전공의·수험생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의대교수·전공의·수험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서 1심과 같이 '각하'(소송 요건 되지 않음)했다. 다만 의대생들의 경우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기각(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 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의료계가 재항고할 것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공원 이용객 불편 무성하게 자란 잡초에 공원 이용객 불편

  • 대전 발전 위해 손 잡은 이장우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 대전 발전 위해 손 잡은 이장우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인들

  • 의정활동 체험하는 청소년 의원들 의정활동 체험하는 청소년 의원들

  •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 불기 2568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관불의식 하는 신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