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대청호의 풍광과 함께 하는 '미호동 산성'

[조영연의 산성 이야기] 대청호의 풍광과 함께 하는 '미호동 산성'

제8회 미호동산성(보루)(대전시 대덕구 미호동 이촌)

  • 승인 2017-08-04 00:01
  • 조영연조영연






신탄진에서 대청댐으로 가는 도중 미호교 건너 우측 최근 조성된 여수로 보조댐으로 향하면 옛날 이(李) 씨들이 많이 살았다던 이촌에 이른다.

보조댐 북쪽 영지산(149.2m)정상에 둘레 약 100m 정도의 소규모 미호동산성이 대청호 500리길 중 3구간 능선상에 있다.

동쪽 아래는 시퍼런 대청호물이 넘실거리는 급경사이고, 남쪽은 절개된 구릉지에 여수로와 댐, 서쪽은 이촌 오장골 유원지로 연결된다. 대청댐 방면 북쪽(성의 북벽) 등산로는 급경사 아래로 호처럼 푹 꺼져 외부로부터의 접근이 쉽지 않다. 더구나 여기는 과거 청남대 시절 군부대들이 점령했던 관계로 아직도 녹슨 철조망들이 곳곳에 깔려 있어 항시 주변을 조심해야 한다.

현재 성벽은 북벽 입구 우측에 길이 약 이삼 미터의 석축렬만 남았고 나머지는 거의 경사가 심한 토벽처럼 되었다. 성벽은 사방이 날카로운 장방형 판석을 다듬지 않고 이용했다. 정상부는 약간 움푹 파인 채 모서리들이 뭉툭한 세모꼴 형태로 장대지 자리로 여겨진다. 능선이 통과하는 남북 입구와 이촌으로 내려가는 서쪽을 문지로 사용했으리라 여겨진다.

청남대 정면과 마주하는 호수 속에는 과거 문의-증약-옥천으로 진행되던 남북 한양대로 율봉도와 문의, 회인 등 내륙지역에서 건너편 갈전동-회덕, 웅진이나 사비 방면으로 통하던 동서교통로들이 교차하는 형각나루가 있었던 교통요지로 지금은 모두 물속에 잠겼다. 그런 관점에서 신라와 백제가 극심한 대립을 이뤘던 삼국시대의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바깥일을 훨훨 벗고 주변 풍광을 마음껏 감상하는 것은 대청호 중심부에 자리한 영지산만의 진미다. 오죽하면 이름조차 아름다운 호수마을 미호동(美湖洞)이었겠는가. 소란스런 바위산들도 없이 부드러운 산들을 옮겨다 호수 속에 텀벙텀벙 빠뜨려 놓았다.

아무렇게나 그린 어린아이 그림처럼 천진스레 구불구불한 산기슭, 여인의 적삼 겨드랑이 끝자락에서처럼 살포시 드러난 연황색 황토가 산과 물을 구분 짓는다.

잔잔한 호수 위로 쏟아지는 한낮의 밝은 태양 아래 반짝이는 은빛 물결, 호숫가에 거꾸로 앉아 머리를 감고 있는 섬과 산의 그림자들. 점점이 물 위로 떠 있는 섬들은 다도해 저리 가란다. 잔잔한 호수에 몸을 담고 선 흰머리의 늙은 갈대 사이를 노니는 청둥오리들도 참으로 여유롭다. 방해꾼들이 없으니 한결 더욱 좋다.

진달래 필 무렵 흰구름의 파란 하늘, 황토색 강변, 쪽빛 호숫물이 층층 어우러진 봄의 풍경은 대청호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지만, 겨울날 형지산에서 감상하는 호수의 맛도 보통 아니다. 한여름 우거진 녹음 밑을 강바람 속에 산책해도 좋으렷다.

방해꾼 없는 호젓한 둘레길을 걷는 기분이 참으로 편안하다. 온통 길을 덮은 참나무 낙엽에 귀와 발바닥이 간지럽다. 길가의 저 어린 자작나무들은 언제쯤이나 흰옷을 온전히 입을런지. 성 아래에서 미호동 청동기유적지에서 집터, 방추차, 돌화살촉, 갈판, 돌칼, 어망추 등의 유물 출토 기록이 남은 안내판을 만난다. 3000년 전 금강에서 고기 잡고 농사지으며 살아가던 조상들의 삶을 상상해 봄 직하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30년 행정수도 거점의 광역교통망 촘촘히 구축
  2. 가을을 재촉하는 비
  3. 중장년층 새로운 일자리 '산림복지'에서 찾다
  4. (사)한국스마트혁신기업가협회, 오석진 대전교육감 초청 8월 정기모임 개최
  5. 세종교육청의 뜻깊은 하루… '퇴직·신규 교직원' 예우와 '헌혈' 동참
  1. 서산 동문동 도시재생, '주민이 운영하는 주차장' 첫걸음, 선진지 견학 운영 역량 제고
  2. 기나긴 공방 끝, 지천댐 건설 동력 확보… 기후부, 충청권 메가프로젝트 용수 수요에 '다목적댐' 추진
  3. 대전 판암동 아파트 14층서 불… 1명 연기흡입·30명 대피
  4. 세종환경교육센터의 독창적 교구 눈길… 전국 벤치마킹 모델 주목
  5. 나노종합기술원, 나노전문인력양성 8년간 인재 710명 배출 '취업률 92%'

헤드라인 뉴스


아산시 주요 도로 확충사업,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 최종 통과

아산시 주요 도로 확충사업,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 최종 통과

아산시의 숙원인 주요 도로 확충 사업이 28일 기획재정부 제7차 재정투자평가위원회에서 확정한 '제6차 국도·국지도 건설계획' 일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최종 통과했다. 대상 사업은 국도 45호선 둔포~평택 팽성 구간 6차로 확장(3.8㎞·806억원)과 국지도 70호선 염치~음봉 구간 4차로 신설(4.8㎞·1713억원)사업으로, 총연장은 8.6㎞, 총사업비는 2519억원이다. 이번 2개 도로구간 확장 및 신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광역교통 여건 개선과 지역 간 연결성 강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아산과 평택을 연결하는 주요 간..

담배꽁초 하나에 유성 카센터 2억 화재… 항소심도 벌금 500만원
담배꽁초 하나에 유성 카센터 2억 화재… 항소심도 벌금 500만원

담배꽁초를 제대로 끄지 않은 채 버려 2억 원이 넘는 화재 피해를 낸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2형사부는 실화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 씨는 2025년 3월 23일 낮 12시 13분께 대전 유성구의 한 카센터 앞에서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가 현장을 떠난 뒤 약 4분 만에 카센터 건물 외벽에서 불이 났고, 외벽과 천장 등이 타면서 수리비 약 2억 1125만 원 상당의 피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5~6학년부 예선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5~6학년부 예선

  • 가을을 재촉하는 비 가을을 재촉하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