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 인터뷰]신행정수도 최초 제안자, 강용식 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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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인터뷰]신행정수도 최초 제안자, 강용식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17-08-31 15:18
  • 신문게재 2017-09-01 9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서울은 금융상업도시로, 세종시는 행정ㆍ교육ㆍ과학융합도시로”

세종만으로 안돼, 대전, 공주, 청주, 천안 등 주변도시와의 상생발전 필요




탄탄대로일 줄 알았지만 험난한 길은 예고됐던가. 세종시는 예나 지금이나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풍전등화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신뢰하면서도 충청사회는 막바지에 세차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사회가 뒷심이 부족하다는 말이 단지 기우에 불과하길 내심 지역민들이 바라는 심정이다. 행정수도 완성에 대해 전국적으로 동의를 얻고 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의 석연찮은 우려의 목소리가 충청지역 민심에 그늘을 드리우게 했다.

다만, 올해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착공 10주년, 세종시 출범 5주년을 맞았으며 내년 개헌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세종시=행정수도”에 대한 충청의 민심은 변함이 없다.

역사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행정수도 건설을 논의할 당시, 주춧돌 역할을 한 강용식 한밭대 명예총장은 주마등처럼 지나온 행복도시 개발사를 풀어놓았다.

중도일보는 올해로 66주년 창간을 맞아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충청민의 염원을 담고 내년 개헌을 위한 혜안을 듣고자 강용식 한밭대 명예총장을 찾았다. <편집자 주>



▲16년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첫 만남

▲ 강용식 당시 신행정수도 상임추진위원장이 2002년 12월 8일 대전엠퍼러호텔(전 문화관광호텔)에서 노무현 대통령 공약 발표 후 신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사진제공=강용식 명예총장
▲ 강용식 당시 신행정수도 상임추진위원장이 2002년 12월 8일 대전엠퍼러호텔(전 문화관광호텔)에서 노무현 대통령 공약 발표 후 신행정수도 건설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사진제공=강용식 명예총장


“2001년 가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의도에서 대학 후배 2명과 함께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저녁식사를 한 게 첫 만남이었죠. 여러가지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후 강용식 명예총장과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2월께 새서울호텔에서 다시 만났다. 강 명예총장은 “커피를 한대접 달라고 해서 시켰는데, 단숨에 마시고 충청권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하지 않겠어요”라고 다시 말문을 뗐다.

당시 충청지역민의 지지 정당을 보면 자민련 1위, 한나라당 2위, 민주당 3위이니 무슨 표가 여기에서 나오겠느냐면서 강 명예총장은 노 전 대통령께 “다른 데 가라”고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강 명예총장은 “그래도 방법이 없겠느냐는 질문에 교통지옥인 서울 대신 신행정수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꺼내들었습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신행정수도 건설로 충청권에서만 80만표를 얻을 것이라고 얘기했었죠”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강 명예총장은 2001년 8월께 유성호텔에서 전국의 도시개발 전문교수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그 때부터 충청권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했다.

곧바로 2002년 12월 8일 대전 엠페러호텔(전 문화관광호텔)에서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선거 공약 발표가 있었고, 그 때 함께 강 명예총장은 신행정수도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저를 당선시킨 강 총장님을 제 자리로 모십니다.”

▲ 2003년 4월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신행정수도 기획단 및 지원단 현판식이 열렸다. 좌측부터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 고건 국무총리, 권오규 청와대정책수석 겸 신행정수도기획단장, 강용식 상임추진위원장, 노무현 대통령,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김병준 분권위원장, 성경륭 균형발전위원장. 사진제공=강용식 명예총장
▲ 2003년 4월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신행정수도 기획단 및 지원단 현판식이 열렸다. 좌측부터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 고건 국무총리, 권오규 청와대정책수석 겸 신행정수도기획단장, 강용식 상임추진위원장, 노무현 대통령,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김병준 분권위원장, 성경륭 균형발전위원장. 사진제공=강용식 명예총장


“그렇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고부터 무엇인가 잘 되는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감감 무소식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속은 것 아니냐는 핀잔까지 주더라구요. 그래서 직접 찾아갔죠.”

강 명예총장은 2003년 2월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뒤 3월이 됐는데도 신행정수도에 대한 말이 없어서 직접 청와대에 찾아갔다.

하지만 “국빈 방문으로 바쁘기 때문에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수석비서관의 얘기를 믿고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속을 잊지 않았다.

이후 청와대에서 연락이 온 것. 2003년 4월 14일에 신행정수도 기획단 및 지원단 현판식을 갖는다는 얘기였다.

그해 4월 14일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신행정수도 기획단 및 지원단 현판식이 열렸다.

강용식 명예총장은 또다시 지긋한 눈을 감고 추억을 되살렸다.

“현판식에서 커튼을 내릴 때와 기념사진을 찍을 때 제 자리가 달라졌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에 뒤에서 저를 꼭 안으셨죠. 그때 저에게 한 말을 잊지 못할 겁니다.”

강 명예총장을 껴안은 노무현 대통령은 “저를 당선시킨 강 총장님을 제 자리로 모십니다”라며 강 명예총장을 기념사진 촬영 때 중앙으로 인도했다.

이후 신행정수도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돼 노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공포를 위한 국무회의를 마친 뒤 공포결정에 사인을 한 만연필을 강 명예총장에게 선물했다. 아직도 강 명예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만연필을 소중히 보관중이다.



▲서울은 금융상업도시ㆍ세종은 행정ㆍ교육ㆍ과학융합도시



“서울은 너무 복잡합니다. 이렇게 지속돼다가는 도시가 발전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엔 행정이 필요없습니다. 서울은 뉴옥과 같은 도시가 돼야 합니다. 반대로 세종은 행정과 교육을 발전시키고 과학을 융합시킬 수 있는 그러한 도시로 키워야 국가 경쟁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강용식 명예총장은 서울과 세종의 개발 방향을 조정할 경우, 서울의 인구가 지역에 고루 분산될 뿐더러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서울의 경우, 인구 밀도가 높다는 게 약점이 되기 때문에 인구 분산을 통해 오히려 경쟁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종은 오히려 행정을 집중시켜 정부의 기능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더 나아가 교육적인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데 강 명예총장은 공감했다.

강 총장은 “행정 이외에도 교육을 통해 전국민의 유입이 이뤄질 수 있다면 더할나위가 없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지가 세종과 대덕 특구간의 길목에 들어설 수 있었던 것 역시 세종이 과학융합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는 점에 동의했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야 하는데, 익다가 말았다”



“10년동안 공사를 해오면서 도시를 새롭게 만들었는데, 아직도 행자부, 과기부 등은 내려오지 않아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원래 모든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도록 계획한 것인데 내려오다가 만 것이지요. 더구나 국회가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현재 해야 하는 일은 국회, 나머지 부처 모두 세종으로 이전시키는 것입니다. 다들 대선 때에는 공약을 해놓고 맘이 바뀐 것 같네요. 내년 개헌을 한다지만 우선순위가 있어야 합니다. 그 우선순위는 기관 이전이겠죠.”

행정중심복합도시 개발에 대한 강 명예총장의 아쉬움은 크다. 착공을 한 지 올해로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정부의 모든 부처가 이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신행정수도 법률이 국회를 통과할 때 과반수 이상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다들 내려와야 한다는 얘기죠. 현재로서는 미완성입니다. 사과가 빨갛게 익어야 하는데 익다가 만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강 총장은 현재 행복도시의 상태를 두고 볼 때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세종시, 정부대전청사 가까워서 왕래가 잘 된다고 봅니다. 행정효율이 높아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상생 발전의 중심 도시가 돼야한다”



“서울 돈 많은 갑부, 땅값 때문에 반대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뉴욕을 보면, 상업과 물류, 금융이 잘 발달돼 있기 때문에 자족성을 스스로 갖출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종을 보면 행정기능을 집중시켰다고 해서 그 자체로 바로서기엔 한계가 많습니다. 면적부터가 작기 때문에 혼자 설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지요.”

강 총장은 세종시의 면적 한계 때문에라도 대전을 비롯해 천안, 아산, 공주, 청주지역이 함께 상생 발전할 수 있는 묘책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편의시설 등에 대해서도 상호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행정가들이 편의상 선을 긋는 것처럼 해서도 안됩니다. 무엇을 빼앗아가고 뺏기는 게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안타깝습니다. 대전만 해도 인구를 뺏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원래 세종시 개발 초기에 갈 곳없는 공무원과 공사인부들이 거주를 위해 노은지구에 들어왔다가 지금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러니 뺏겼다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인 것이지요”라고 덧붙였다.



▲“세종시는 한국의 코어가 돼야한다”



강용식 명예총장은 현 상태에서의 서울의 발전이 뎌딜 것이라는 점을 재차 내세우며 세종이 한국의 코어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세종을 기반으로 충청권이 중심축이 돼야 하며 서울은 서울대로 금융상업 등을 기반으로 발전해야 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서울도 좋아지고 세종도 좋아집니다. 세종에서 회의를 한다면 영호남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반대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야 서울이 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강 명예총장은 “여야의 정치적 인사가 아니라 학자의 심정으로 나라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은 인구 밀도 1위이기 때문에 인구 분산하지 않으면 더이상 발전이 없다는 점을 모두가 알아야 합니다”라며 “이제는 도시간 경쟁을 해야 하는데, 정치인들과 국민여러분들 역시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합니다”라고 당부했다.



○강용식 한밭대 명예총장은?

▲충남대 건축학과 56학번으로 석사과정까지 충남대에서 마쳤다.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충남대 총동창회장을 맡기도 했다. 한밭대 초대총장으로 8년 동안 연임하면서 대학을 종합대학으로 승격시키고 유성캠퍼스로 이전시켰으며 12개 학과 신설, 대학원 신설, 학술문화재단 설립, 산학연 협동 전국 최우수대학으로 성장시켰다.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과 대전시로부터 교육부문 문화상을 받았다. 전 신행정수도건설 상임추진위원장위원 및 추진위원, 자문위원장, 전국산업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 국제로타리 3680지구 총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대담=백운석 세종본부장(이사), 정리=이경태 기자, 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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