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가슴에 불 지르는 지방의회 원구성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가슴에 불 지르는 지방의회 원구성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 승인 2026-07-26 17:21
  • 신문게재 2026-07-27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설재균
설재균 팀장
'왜 가슴에 불 질러요' 지난 13일 대전 동구의회 임시회 회의록에 남은 이 한 마디가, 원구성 지연의 실체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국민의힘 소속 강정규 의장직무대행이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측에 한 말이다. 자신들이 먼저 자리를 요구한 게 아니라, 더불어 민주당이 먼저 한 자리를 제안해서 "가슴에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였다. 같은 날 회의에서 '그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입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받아야죠, 그럼. 얘기 시작했으니까 받아야죠'라고 답한다. 자리 하나를 제안받자 욕심이 생겼다는 자백과 자리를 맡아놓은 듯한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이 교차한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은 같은 시기 성명서를 내고 "지금 동구의회에 필요한 것은 자리 요구가 아니라 법과 원칙"이라고 밝혔다. 성명서의 문장과 회의록의 발언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

동구의회는 전체 10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6석을 차지해 단독 처리가 가능한 구조였다. 그럼에도 20일 가까이 협상을 이어간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태도였다. 문제는 그 협상이 전적으로 의회 내부에서만, 그것도 "자리를 얼마나 나눠 가질 것인가"를 두고 진행됐다는 데 있다. 동구의회는 10차례의 본회의를 열었지만, 어떤 의회를 만들 것인지, 동구청을 어떻게 견제하고 감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저 투표를 진행하자는 더불어민주당과 40%의 지분을 배분해달라는 국민의힘 주장만 있었을 뿐이다. 결국 남은 것은 몸싸움 끝의 더불어민주당 단독 강행이었다.

대덕구의회는 또 다른 문제다. 여야가 각각 4석씩을 나눠 가진 동수 구도는 애초에 선거 결과였다. 9대 의회 후반기에도 의장 연임 문제를 둘러싸고 파행을 겪었던 전례까지 있었으니, 이번 원구성 실패는 몰랐던 사고가 아니라 예고된 사고에 가깝다. 그런데도 여야 어느 쪽도 원구성을 위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세 차례에 걸친 의장 선거 중 두 차례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세 번째는 전원이 참석했지만 민주당 단독 후보가 찬성 4표, 무효 4표를 받으며 과반에 이르지 못했다. 지방자치법은 의장·부의장 선출에 재적 과반 출석과 과반 득표를 요구할 뿐, 이런 동수 교착을 풀 강제 수단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이전 대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던 만큼 특정 의원의 문제가 아닌, 구조와 제도의 문제로 봐야 한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여전히 없었다.

두 사례는 표면적으로 다르지만 뿌리는 같다. 원구성은 앞으로 2년간 상임위 배분, 조례·예산 심사권 배분을 결정하는 사실상 가장 중요한 정치 행위다. 그런데 이 절차만큼은 유독 주민 참여나 공개의 대상에서 비켜나 있다. 본회의는 생중계되지만, 실제 협상은 원내대표 간에 비공개로 이뤄진다. 협상을 지켜볼 방법조차 없는 시민이 누구의 책임인지, 무엇이 협상의 실체였는지를 가릴 도리는 없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로 대표를 뽑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 대표들이 다시 자신들의 대표인 의장단을 뽑는 자리 역시 감시와 참여의 대상이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 '빨리 구성하라,는 다그침을 넘어, 원구성 과정을 시민이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다. 원구성 협상 경과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그 사유도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일정 횟수 이상 선거가 무산되면 절차를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의장 후보가 의회운영 비전과 집행부 견제·감시 계획을 밝히는 선거운동 등의 기간이 필요하다. 의장은 의회를 대표함과 동시에 시민이 부여한 권력을 대표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재발 방지 장치가 없는 지금의 구조에서는, 원구성 실패는 대를 거듭해도 되풀이될 뿐이다. 원구성을 제도의 사각지대로 남겨둘 것인지, 이번 상황을 계기로 절차를 바꿀 것인지는 모든 지방의회가 답해야 할 몫이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사]대전MBC
  2. 정림종합사회복지관 독서캠프 ‘체크인! 북트랩 마블, 이야기 공항’
  3.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우리동네축제, ‘함께 떠나는 우리의 여름’
  4. 대전 동구새마을문고, 여름철 피서지문고 개장
  5.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1. 세종시교육청 '교육문화원' 공식 개원… 복합 교육문화 거점 노크
  2. 가로림만 서산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서산, 세계유산도시 새 역사 열었다
  3. 신한철 전 중도일보 상무 별세
  4. 김해 전략산업 기술거점 10곳, 내년 4월 완성
  5. 대전사랑메세나와 대전사랑시민협의회,동안미소한의원이 함께하는 취약계층 위한 영화제 성료

헤드라인 뉴스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테크·바이오 창업 수도권으로 이탈 여전…KAIST 창업 61% 수도권·대전서 고용 15%

KAIST가 교내 안팎에서 이뤄진 창업 기업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6만1252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38조 9500억 원의 총매출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했다. KAIST 교원과 재학생과 졸업생이 창업하거나 그리고 학교의 지원을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는데, 이들 창업 기업 중 대전에 본사를 둔 경우는 전체의 23.1%이었고, 총 매출액 대비 대전의 비중은 7.4%에 불과했다. 국방과 기술(Tech), 바이오 등 대전의 연구성과를 지역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KAIST창업원은 KAIST 출신 교원과 재학..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숨통 튼 홈플러스…영업 정상화까진 '첩첩산중'

법원의 결정으로 회생절차를 이어가게 된 홈플러스가 파산 위기에서는 일단 벗어났지만 정상 영업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긴급 운영자금 확보로 핵심 점포 재가동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체불 임금과 공공요금, 납품대금 지급, 협력업체 신뢰 회복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을 오는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최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DIP(긴급운영자금) 대출을 확보..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보행 안전 돕는다더니…장마·폭염에 고장 난 바닥신호등 수리도 늦어져

23일 오전 8시 20분께 대전 중구 오류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 등교 시간 학생들이 녹색 보행신호가 켜지자 횡단보도를 따라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 마침 발 아래 바닥신호등도 초록불이 들어왔고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하던 보행자들은 신호를 놓치지 않고 길을 건널 수 있었다. 그러나 횡단보도 반대쪽 바닥신호등은 여전히 적색 신호를 유지한 상태였다. 서구 둔산초등학교 앞 사거리에서도 횡단보도 시작점에 설치된 바닥신호등 5곳 중에 2곳에서 LED 일부에만 불이 들어오거나 적색과 녹색 신호 모두 표시되지 않은 채 꺼져 있었다. 시민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충청 유니버시아드 빛낼 굿즈들

  •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머드에서 놀자’…보령머드축제 개막

  •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 도심 속 공원에서 즐기는 물놀이

  •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차량 ‘무법 질주’ 개인형 이동장치 수거차량 ‘무법 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