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제동 철도관사촌'으로 오세요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 '소제동 철도관사촌'으로 오세요

  • 승인 2020-09-12 09:02
  • 신문게재 2020-09-11 18면
  • 김대중 기자김대중 기자
유병우-수정
유병우(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평론가)
대전은 철도의 부설부터 시작한다.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되고, 1914년 호남선 전통되어 분기점이 되어, 도시의 형태를 만들어 나가던 시기에 대전역 북쪽 솔랑이라 불리던 지금의 소제동에는 경치가 중국의 소주(蘇州)에 버금갈 정도로 빼어나 붙여졌다는 '소제호(蘇提湖)'라는 호수가 있었다. 그 폭과 길이가 약 300m에 450m나 되는 호숫가에 1905년 일제는 '신사'를 지어 우암 송시열(尤庵 宋時烈) 고택인 '기국정(杞菊亭)'의 위풍을 꺾으면서 명소인 소제공원을 조성했다. 이후 1927년 성리학의 샘터인 호수를 메우고, 그 자리에 '철도 그라운드'라는 야구장도 만들고, 철도관사를 중심으로 주거지역을 만들고, 여러 갈래 있던 물길을 모아 지금의 대동천을 만든다. 호숫가에 서로 마주보고 있던 '기국정'과 '삼매당'은 가양동으로 옮겨지고, '신사'는 충남도청 뒷뒤편 대흥동?대전성모병원 자리로 이전한다........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초창기 대전의 일제강점기 계략적인 변천사의 일부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 정부당국 멋대로, 객들이 하고 싶은 대로 도시계획을 만들어 시행하였다. 이는 신흥도시 자체가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만들어 놓은 제국주의의 부산물이고, 식민사에 의하여 형성된 근대도시였기 때문이다. 해방 후 점령자 입장에서 만든 도시에서 그들이 남기고 간 장소에 있는 건물을 모두 부셔버리고, 재건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우리는 이를 일제청산이라고 합리화 시키면서 실행하였고, 건축물을 철거하는 작업을 관에서 방조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대체로 난감하였다. 그 결과 대전은 건축적으로 근대에 형성된 도시임에 근대건축물이 많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건물을 하나씩 부셔버려 보존되어 있는 관공서 건물이 드물다. 일시적으로 단순무모한 생각으로 결정하여 한번 부셔버린 공간은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정치세력이 우선인 지방정부는 일부 주민의 이해타산과 뜻을 같이하면 공익을 위한다는 미명아래 재개발을 부추기고, 건축물을 소유한 일부 개인은 옛집이라서 사용하기 불편하다며 동참하여, 오랫동안 살아 온 삶의 터전을 반나절 만에 중장비의 굉음과 함께 부셔버리고 만다. 어떤때는 대전이라는 도시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든다. 이는 해방 이전에 지은 모든 집이 일제잔재라면, 전에 태어난 사람들의 생각과 주장이 모두 틀렸다는 고전적이고 편파적인 해석이기도 하다.



대전은 누가 뭐래도 철도교통의 중심도시이다. 철도 노선이 고속국도로 이어지면서 지금의 생활권을 유지하면서, 갑년체전과 대전엑스포를 개최하면서 큰 걸음을 내딛었고, 대덕연구단지와 대청댐이 뒷받침이 되어 이뤘지만, 이 모든 사실 앞에는 철도가 있었다. 그래서 '한국철도 공동사옥'이 대전역 동광장에 세워져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서 각광받고, 더불어 중앙시장과 소제동 철도관사촌이 철도여행의 기점으로 국민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철도관련 인프라가 없던 차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하기 시작한 '소제동 철도관사촌'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저녁나절 대전역 뒷거리 '소제동 철도관사촌'으로 나와 보세요. 여기에는 대동천을 따라가는 화사한 벽화가 있고, 그동안 버려져 있던 관사촌을 지붕틀을 다듬어 속살을 보여주면서 탄생한 집들, 타이완중화요리를 파는 '동북아', 15년간 방치된 대나무 숲으로 꾸민 '풍뉴가', 독일에 온 듯한 '슈니첼', 지역 농산물로만 만든 음식을 파는 'FOUND', 저녁나절 햇빛이 잘 드는 '볕', Berry Donut, 온천집,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을 옮겨온 휴업집 'SALT', 몸에 좋다는 '두충나무 집', 사막의 'Oasis', 태국에 온 듯한 '치앙마이', 불교풍의 '그레이 구락부', 소제동 아트벨트, 관사 27호, 소제 창작촌, 노란의자가 예쁜 '층층층' 등 이름만 들어도 끼가 펼쳐있는 동네를 돌고 나서 같이 이야기를 나눕시다.



우리가 지금 어느 시기에 살아가고 있는지? 젊은이 들이 왜 이곳에서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려 들고, 식사를 하면서 인생을 이야기 하려 드는지를 귀 기울려 보자. 그리고 너무 효율지상주의에 따르지 말고, 내 것이 아니면 별게 아닌 듯 생각하지도 말고,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과거를 이렇게 쉽게 부정한다면 앞으로 한걸음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빨리 느껴보자.

유병우(씨엔유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평론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3. 대성여고 제과직종 문주희 학생, '기특한 명장' 선정
  4.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5.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1.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2. 세밑 한파 기승
  3.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4.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5. [2026 신년호] AI가 풀어준 2026년 새해운세와 띠별 운세는 어떨까?

헤드라인 뉴스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영하 12도에 초속 15m 강풍' 새해 해돋이 한파 대비를

31일 저녁은 대체로 맑아 대전과 충남 대부분 지역에서 해넘이를 볼 수 있고, 1월 1일 아침까지 해돋이 관람이 가능할 전망이다. 대전기상청은 '해넘이·해돋이 전망'을 통해 대체로 맑은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다만, 기온이 큰폭으로 떨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어 야외활동 시 보온과 빙판길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오전 10시를 기해 대전을 포함해 천안, 공주, 논산, 금산, 청양, 계룡, 세종에 한파주의보가 발표됐다. 낮 최고기온도 대전 0도, 세종 -1도, 홍성 -2도 등 -2~0℃로 어..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