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행복은 함께 나눌 때만 현실이 된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행복은 함께 나눌 때만 현실이 된다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1-09-27 08:2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양성광 이사장
양성광 소장
1992년 9월, 알래스카 오지의 버려진 버스 안에서 ‘매캔들리스’라는 청년이 시체로 발견됐다. 그는 미국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에모리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한 전도양양한 젊은이였는데, 가족과의 연락을 끊고 서부로 여행을 떠났다가 2년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다.

당시 미국에서는 왜 그가 알래스카의 야생 속 버려진 버스 안에서 바짝 마른 모습으로 발견됐는지 크게 이목을 끌었었다. '아웃사이드'지의 요청으로 이 사건을 기사로 쓴 산악인이자 작가인 존 크라카우어는 이후 1년 넘게 취재해 '야생 속으로'라는 책을 냈다. 크라카우어는 그가 버스 안 나무판에 새겨놓은 기록과 그의 가족, 친구,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그가 읽은 책, 그의 일기, 편지, 메모 등을 파고들어 이 청년의 마지막 여정과 죽음을 진실과 가깝게 책에 담아냈다.

매캔들리스는 어린 시절부터 늘 부모의 다툼과 폭력을 보며 자랐다. 첫 번째 가족회의에서 엄마 아빠는 그와 여동생에게 이혼할 테니 누구와 살 것인지 선택하라고 했다. 부모는 결국 이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다툼과 가족회의는 계속됐고, 그때마다 아이들은 고통에 시달렸다. 이후 그와 여동생은 매사에 "좋을 대로 하세요"라며 감정을 속이며 살게 됐다.

매캔들리스는 부모가 원하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식에서 벗어나고 몹쓸 문명에 더는 물들기 싫어 그동안 모은 24,000달러를 빈민구호단체에 기부하고, 나머지 돈 전부를 불에 태워 없애버린 후 배낭 하나에 의지해 서부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타고 다니던 고물차마저 버리고 히치하이크로 애리조나 사막을 거쳐 점점 더 야생으로 들어간다.

병든 사회를 탈출해 그냥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기를 원했던 청년은 마침내 늘 마음속에 그리던 대자연 알래스카로 들어간다. 의도적으로 시계도 지도도 없이 최소한의 장비만으로 세상에서 탈출한 그는 홀로 야생을 헤매다가 마법의 낡은 버스를 만나 눌러앉게 된다. 매캔들리스는 그토록 원했던 자연에서 원시적인 환경에 맞서 살아가면서 진정한 자유를 얻었을까?

먹을 것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매캔들리스는 세상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강물이 불어나 돌아가지 못하고 야생에 갇히게 된다. 그는 완전한 고립 속에서 비로소 두려움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113일 동안 생존했지만, 끝내 버티지 못하고 죽은 지 2주 후에 매직 버스 안에서 발견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1년 반 동안 지속하면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은 그 시기에 필요한 교감과 소통 부족으로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오죽하면 최근 미국에서는 소를 껴안아 위로를 받는 '소 껴안기'가 유행하고 있을까.

청소년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친구들을 못 만나고, 부모하고는 오랜 시간 붙어 지내며 티격태격하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도 부모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도를 넘는 말이 튀어나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결국은 아이가 입을 닫아버리는 안타까운 일도 빈번해지고 있다. 지친 아이들은 자기 방이 마치 매캔들리스의 매직 버스인 양 스스로를 가두고 현실에서 도망치려 애쓰고 있다.

이 시대의 가장들은 바깥일이 힘들어도 내색을 못 하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TV 속 자연에 빠져들고, 바쁜 가정일과 아이들과 남편의 뒤치다꺼리에 지친 아내들은 '해방타운'의 장윤정이 여유롭게 모닝커피 마시는 장면에 빙의하며 힘든 시기를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코로나의 압박은 엉뚱하게도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을 자기 안에 가두거나 가상의 세계로 내몰고 있다.

매캔들리스는 서부 여행 중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가족의 정을 느끼고 부모와는 해본 적이 없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누지만, 삶의 기쁨을 인간관계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하며 과감하게 떠난다. 독풀을 잘못 먹고 기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매캔들리스는 즐겨 읽던 책에다 한자씩 눌러서 마지막 글을 써내려간다. "행복은 함께 나눌 때만 현실이 된다고."

코로나 시기에도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그 행복이 멀리 사라지지 않도록 내 사랑하는 가족부터 껴안아 주자. /양성광 혁신과경제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트램 공사에 시민 불편 가중…경적·호루라기 뒤엉키고 민원 잇따라
  2. 대전시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 '설왕설래'
  3. [편집국에서] 이러다간 둔산광역시 되겄슈
  4. 대전시 李정부 첨단산업 정책 잇단 배제 위기감 고조
  5. [논산다문화] 논산시, 탑정호의 밤, 빛과 음악으로 물들다
  1. "횡단보도 하나 두고 탄방"… 둔산 14구역 '둔산동 편입' 움직임
  2.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3. 대전시의회, 민인홍 인사청문회… '직무능력·전문성' 검증
  4. 대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국비 또 험로…환아 느는데 정부 지원 '반토막'
  5.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기업이 대학 안으로… 충남대가 다시 짜는 첨단산업 교육

헤드라인 뉴스


조상호 세종시장 "부처·기관 이전 시 종사자 특공 부활해야"

조상호 세종시장 "부처·기관 이전 시 종사자 특공 부활해야"

조상호 세종시장이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부처·기관 이전과 대비해 이전 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특별공급의 부활을 예고했다. 세종시에선 과거 중앙행정기관이 대거 이전할 당시 아파트 분양 물량의 최대 70%까지 공무원과 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공급하는 제도를 운영했지만, 특혜 논란 끝에 2021년 폐지된 바 있다. 시는 제도 보완을 전제로 대규모 부처·기관 이전이 이뤄질 경우 특별공급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미 정부와 관계기관에 의견을 제안해 협의를 본격화하도록 대응하고 있다. 조상호 시장은 7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7월 휴가 시즌에도 지갑 닫은 충청지역민... 대형마트 판매액 감소세 여전
7월 휴가 시즌에도 지갑 닫은 충청지역민... 대형마트 판매액 감소세 여전

어려운 경기 상황과 내수 부진으로 충청 지역민들의 지갑이 굳게 닫히고 있다. 가계 사정이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먹거리인데, 휴가시즌이 시작된 7월에도 대형마트 소비액 마이너스 기조가 계속되면서 불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7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최근 대전·세종·충남지역 실물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지역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매장면적 3000㎡ 이상)는 일제히 마이너스로 마감됐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의 대형마트 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7.2% 하락했다. 6월 -14.6%를 기록하며 마..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본격 추진... 남북축 연결 기대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본격 추진... 남북축 연결 기대

대전 유등천변을 따라 남북축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망인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민선9기 출범 후 재정여건을 고려해 보류됐었지만, 사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속도를 내게 됐다. 대전시는 7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허태정 시장과 박용갑 국회의원, 시구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 기본설계용역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사정교~한밭대교 도로개설사업'은 중구 사정동 사정교에서 대덕구 오정동 한밭대교까지 연장 7.61km 구간에 왕복 4차로, 폭 20m 규모의 도로를 개설하는 사업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가을 문턱…탐스럽게 익어가는 도깨비 박

  •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호르무즈 해협 한국군 파병 반대’

  •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에 대형 꿈돌이·꿈순이 등장

  •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 ‘운동하기 딱 좋은 날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