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날] 원자력연, 원자력 기술로 방폐물 문제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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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날] 원자력연, 원자력 기술로 방폐물 문제 해소

방사성폐기물 업사이클링 기술로 처분비용↓
미해결 현안 '우라늄폐기물' 처리기술도 개발
천연광물 이용한 처분장 누출 차단 연구 성과도

  • 승인 2022-04-26 10:19
  • 신문게재 2022-04-21 5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그림1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방폐물 처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사성폐기물이라 하면 '원자로 안에 들어갔다 나온 핵연료'를 떠올린다. 하지만 방폐물은 원자력발전소 외에도 병원, 산업체 등 방사선을 사용하는 다양한 공간에서 발생한다.

방폐물은 일반폐기물보다 버리는 방식이 까다롭다. 이 탓에 여전히 관련 지역사회나 사업자들은 처리·보관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이하 원자력연)은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방폐물 처분 비용은 줄이고, 안전성을 높인' 이색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업사이클링'으로 중성자흡수체 제조= 현재 우리나라 방폐물은 방사능 세기와 물질의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처리 절차를 거쳐 안전하게 처분장으로 이송된다. 그중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200리터 드럼 안에 포장되는데, 한 드럼 당 1500만 원 정도로 처분 비용이 높다. 따라서 원자력사업자 입장에서는 폐기물 부피를 줄여 처분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원자력연구원은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중성자흡수체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중성자흡수체란 높은 중성자 흡수능력을 지닌 물질로, 원자로의 출력을 제어하거나 핵물질 저장·운반 시 연쇄적인 핵분열을 방지하는 소재로 쓰이고 있다.

과거 극저준위 이하 방사성폐기물의 경우, 방사성폐기물 처분동굴의 채움재나 관리시설 내 차폐재, 보조 인공구조물 등으로 이용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물리적 형태를 전환하는 데 불과했다. 이번 기술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사성폐기물을 합성하고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우선 연구팀은 원자력발전소 내 보관 중인 폐활성탄 5000 드럼과 붕산을 함유한 건조분말 2만 드럼을 준비했다. 이후 산업용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장치에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을 1500℃ 이상으로 빠르게 가온했다. 이로써 대부분 물질은 휘발하고, 폐활성탄의 구성성분인 탄소(C)와 붕산건조분말 중 붕소(B)만 분리해낼 수 있었다. 남은 두 물질을 합성한 탄화붕소(B4C)가 중성자 흡수능력이 뛰어나다는 특성을 살려, 중성자흡수체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물리화학적으로 안정적인 탄화붕소로 전환하면, 기존 폐활성탄과 붕산 폐액 건조분말에 사용하던 특수용기(HIC, High Integrity Can)가 불필요해진다. 또한, 처분부피를 약 30% 이하로 경감할 수 있어, 약 3천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얻는다. 이처럼 방사성폐기물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저장용기 1개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중성자흡수체 구입비까지 절감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을 상용화하고자 관련 산업계 및 학계와 협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장기 미해결 현안 '우라늄폐기물' 처리기술 개발=비용에 앞서 처분장 인수조건을 만족하는 것도 관건이다. 울산시 T사 석유화학 공장은 적절한 방사성폐기물 처리 방법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었다. T사는 1997년부터 약 7년간 우라늄이 포함된 촉매제를 이용해 석유화학 원재료를 생산했다. 이로 인해 약 8600 드럼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했으나, 미세한 분말 형태여서 이송 자체가 어려웠다. 기존의 시멘트 고형화 방법을 적용하기에는 처분에 부적합한 유기 오염물질과 중금속이 다량 포함돼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2015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해당 폐기물 처리를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원자력연구원은 울산시 T사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70~90% 줄이고, 처분장 처분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처리기술 및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원은 폐기물을 용액화한 후, 폐기물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규소를 침전시켜 화학적으로 분리했다. 규소는 환경에 무해하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 남은 우라늄 함유 폐기물은 열처리를 통해 고형화했다. 이때 드럼에 효율적으로 포장하고자 고형물을 애초에 원형의 디스크 형태로 제작했다.

폐기물 내 규소를 화학적으로 분리하고, 고형화해 더 안전하게 처분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세계 최초의 시도로 알려져 있다. 울산 공장 내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의 인허가가 완료되는 대로 본격적인 폐기물 처리 및 처분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림2
원자력연 연구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천연광물' 이용한 지하 처분장 누출 원천 차단=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폐기물은 오랜 기간이 지나야 자연의 방사능 수준으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땅속 500m 깊이에 묻는 '다중방벽 설계를 통한 심층처분'이 유력한 처리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경우 고체 사용후핵연료 자체, 처분용기, 완충재, 암반층 등이 각 방벽 요소로 작용한다. 아주 미미한 확률이지만, 만일의 사고로 용기가 깨져 특정 방사성물질이 완충재를 통과해 지하수에 녹을 수 있다. 이에 국내 연구진은 사고 시에도 500m 이상의 암반층을 관통하는 동안 방사성물질이 모두 다 붕괴될 수 있는 처분장을 마련하고자 각종 이론과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방사성요오드는 세계적 난제로 꼽혀온 핵종이다. 우라늄, 세슘 등 다른 물질들과 달리, 방사성요오드는 사용후핵연료를 감싸는 점토질 완충재와 주변 암석·광물 표면에 거의 흡착하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은 5년간의 실험 끝에, 천연광물 '공작석(malachite)'이 방사성요오드의 지하 누출 및 이동을 99% 이상 차단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구리로 만든 용기로 감싸 지하 깊숙이 보관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연구진은 부식된 용기의 구리이온이 지하수의 탄산이온과 결합하면 천연 탄산구리광물인 공작석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나아가, 방사성요오드를 흡수하면 더 단단한 광물인 '마샤이트(marshite)'로 변하는데, 이때에도 방사성요오드를 꾸준히 흡수하고 영구히 붙잡아둔다. 추가 물리화학적 조치 없이 친환경적인 차단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진은 미래 건설될 지하처분장에도 공작석을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실증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방사성폐기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처분한다면 유용한 원자력에너지와 방사성물질을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다 안전한 원자력 활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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