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비난과 모욕의 정치를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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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비난과 모욕의 정치를 멈춰야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 승인 2022-10-16 09:05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최영민 대전여성단체연합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요즘 정치권의 실언과 망언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날것 그대로 쏟아내는 말들이 연일 뉴스 대미를 장식하고, 설마 이런 말을 했을까 싶은 말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얼마 전 해외 순방 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과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로 불거진 온 국민 듣기테스트 헤프닝과 이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의 힘 내부에서도 예의주시했다. 2022년 1월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발언을 직접 관리하겠다며, 연기만 해달라는 말을 했다. 혹자들은 대통령이 정치인 화법에 익숙지 않아서 직접적이고 솔직한 어법을 쓴다고 하지만 솔직함과 진심만으로 언제까지 실언을 이해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원들의 실언과 망언도 잦다. 수해복구가 한창이던 여름엔 한 국회의원이 지원 활동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해서 논란이 됐다. 서울시 시의원은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서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가해자가) 폭력적 대응을 했다"는 어이없는 발언을 해 공분을 샀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국정감사는 국회의원의 막말 감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방위에 참석한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향해 "혀 깨물고 죽지"라는 폭언을 하거나,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다"는 가해자의 관점으로 조선은 망할 때가 되어서 망했다는 식의 발언까지 나왔다. 국민을 대표하고, 민의를 수렴하고 대변하는 대통령과 의원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는 말들이다.



비단 정치인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얼마 전 대전 지역 모 대학 내에 설치된 주점 부스 음식메뉴는 온통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구를 내걸어 지역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나와 다른 누군가를 대상화한다는 것은 차별과 폭력의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등한 관계는 나와 그것이 아니라 나와 너의 관계라야 한다.

어쩌면 더 심각한 것은 현실 세계보다 더 많은 말이 오가는 온라인상의 언어폭력과 혐오표현이다. 온라인이라는 특성과 익명성에 숨어 막말과 비속어로 혐오와 모욕적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디지털 세상은 우리가 만든 지옥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해결책의 주인이기도 하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누군가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것은 잘못된 습관임을 알아야 한다. 타인을 낮추어 보거나 하찮게 여기고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자신도 그렇게 대할 개연성이 높다. 내 안에 없는 것을 밖에서 볼 수 없으니 자기를 낮춰보고 부정하는 사람이 결국 남도 그렇게 대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서로를 미러링 하며 산다. 칭찬받으면 칭찬하고 싶고, 비난받으면 비난으로 대응하고 싶어진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듯 오늘날 디지털 세상은 이미 현실계다. 어떤 세상이든 지옥이 아니라 천국으로 만들 힘도 우리에게 있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시국이다. 이런 때 일수록 시민의 눈과 귀는 정치로 향하게 마련이다. 우리가 뽑았고, 우리를 대의하고, 대표하는 대통령과 정치인의 말은 늘 언론과 시민의 관심사다. 공자는 정치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넉넉히 하고, 백성이 믿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이 셋 중에 버릴 수 없는 한 가지가 백성의 믿음인데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새겨둘 말이다.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시간과 말이다. 둘 다 아껴서야 한다. 정치권부터 실언과 망언을 자제해야 한다. 비난과 모욕의 정치를 멈춰야 대화와 협치가 가능하다.

시민은 정치를 따르고 정치를 형성한다. 선순환의 물꼬가 열리기를 바란다.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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