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점심시간 학습활동은 학생 휴식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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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점심시간 학습활동은 학생 휴식권 침해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 승인 2023-01-15 08:36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박병수 소장
한국사회에서 아동이 여가와 놀이, 운동을 위한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과도하게 경쟁적인 교육 환경과 학업으로 뛰어나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으로 수면부족과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하고 있음을 우려한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아동 발달을 위한 핵심요소인 휴식, 여가 및 놀이에 대한 관점과 태도를 전환하기 위한 인식제고 프로그램과 대중 캠페인을 시행할 것과 모든 아동이 휴식과 여가를 제대로 누리고 놀이와 오락활동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시설을 보장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 정부의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를 통해 밝힌 사항이다.

지난해 두 곳의 고등학교 학생이 점심시간에 휴식권을 보장해 달라는 취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들 학생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3학년 모든 학생에게 점심식사 이후 휴식시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면서 영어듣기를 통해 학생의 휴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들은 모든 3학년 학생들에게 점심식사 후 영어듣기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있도록 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 이 영어듣기 프로그램은 다수 학부모와 학생의 건의를 수용해 시행 중이라고 강조하였다. 그중 한 학교는 학생들이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교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모든 학생에게 강제로 영어듣기를 시행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다른 학교는 일주일에 3일만 점심시간에 하루 약 15분간 영어듣기를 시행하고, 다른 2일은 개인별 자기주도 학습을 하도록 한다고 하면서 이들 시간에 타 교과 학습이나 학습 미참여에 대한 불이익은 없으며,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만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사건을 심의하면서 학교의 방침에 따라 모든 3학년 학생이 의무적으로 점심식사 후 교실에 입실하여 자리에 착석하여야 하는 점, 담임교사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학생이 영어듣기나 개인별 자기주도학습에 참여하지 않고 편하게 휴식을 취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학생이 개인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어듣기에 참여하고 있다는 학교의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한 학생들의 학교 일과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은 쉬는 시간 이외에 점심시간이 유일한 상황에서 학교가 학생의 점심시간 55분 중 약 15분 동안 영어듣기를 하도록 하거나 그 시간에 의무적으로 교실에 머물도록 하는 조치는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자유롭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을 어렵게 하여 학생 스스로의 의사에 반해 학습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학생의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판단에 기초하여 2022년 12월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학생의 학습활동을 강화하고자 하는 학교의 노력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학생의 휴식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 상황에서 점심시간은 온전히 휴식 시간으로 보호해 주어야 한다는 점을 중시하여 해당 학교장에게 학생의 휴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학생을 대상으로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말라고 권고하였다.

입시교육이 강조되는 우리 사회 특성상 아동의 '휴식권' 또는 '놀 권리'는 충분히 인정되지 못하고 있고, 심지어 '잊혀진 권리'로 인식되기도 한다. 아동의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아동이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나이와 발달에 적합한 휴식과 여가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아동이 친구들과 어울려 능동성과 참여성, 사회성을 학습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주어지는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학생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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