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 물결치는 마음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 물결치는 마음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3-02-13 10:12
  • 신문게재 2023-02-14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김재석 소설가
얼마 전 지리산 노고단으로 신년 산행을 다녀왔다. 노고단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가슴으로 밀려드는 물결을 느꼈다. 아니 모든 산이 넘실넘실 물결치고 있었다. 불현듯 시구가 떠올랐다.

노고단 정상에 서면 모든 산이 물결친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나 홀로 하염없는 것이다/정상에 오른다는 것은/그러므로 물결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그 거대한 물결로 초라한 돛단배를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인의 몸이란 한계 내지 제약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마음에는 어떤 실존적 한계도 없다. 거대한 물결로 비유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지금 세상을 요동치게 한다.

지금 세상의 흐름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을 세우려는 인간의 물결치는 마음에 비유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하늘 꼭대기에 있는 전지전능한 신의 자리라도 넘보는 마음 수준이다.



학자들은 인류가 두 가지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의 대전환기이고, 또 하나는 전 지구적 재앙이다. 이번에 미국 오픈AI라는 회사에서 시험판으로 공개한 ChatGPT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이다. 채팅창에 질문하면 단순히 검색결과를 내놓는 수준이 아니고, 마치 인간처럼 사고하듯 대답을 내놓는다. 일부 과학자들은 AI기술이 특이점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기술이 더 고도화되어 로봇에 이식되면 미래는 로봇이 뉴 휴먼이 될 지도 모른다. 또 한편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3차 세계대전의 대리전이라는 말이 나오고,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핵위협을 감지하며 지구종말시계를 100초에서 90초로 앞당겼다고 한다. 튀르기예·시리아 지진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향후 기후변화의 역풍이 세상을 또 어떤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두려운 마음까지 든다. 사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팬데믹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런 변곡점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달리 보는 이들도 있다. 세계가 상대주의적 다양성과 상호 경쟁적 경제관계를 유지하다 변곡점을 지나며 독점적 절대우월주의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 러시아의 핵강대국으로서 핵위협은 마치 반지의 제왕 영화에 나오는 악의 제왕 사우론의 '절대반지'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처럼 보인다. 이런 파괴적인 모습으로 절대 제왕에 오르는 걸 누가 반길 수 있겠는가.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분야에서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여 지금은 범접할 수 없는 꼭대기에 오른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들을 보면 절대반지를 차지한 모습이다. 이번에 오픈AI와 같은 기업도 AI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지 모른다.

세상에 어떤 기업이나 독재자도 독점적 위치에 오르는 것이 블루오션(상호경쟁이 없는 대양)이란 절대반지를 차지하는 걸로 착각할 지 모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대양에는 파괴적인 물결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아마 공산주의의 유령보다 히틀러의 망령이 깨어날지 모른다.

이런 시기에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물어볼 수 밖에 없다. 파괴적인 물결에 동요될 것인가. 아바타에 나오는 명대사 'I see you(당신을 봅니다)'처럼 상호존중과 공존의 대사를 나눌지 말이다. 이것 또한 인공지능 ChatGPT에 물어봐야 할까?
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진숙 교육장관 후보자 첫 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립대·지방대와 동반성장"
  2. '개원 53년' 조강희 충남대병원장 "암 중심의 현대화 병원 준비할 것"
  3. 법원, '초등생 살인' 명재완 정신감정 신청 인용…"신중한 심리 필요"
  4. 33도 폭염에 논산서 60대 길 걷다 쓰러져…연일 온열질환 '주의'
  5. [한성일이 만난 사람 기획특집]제97차 지역정책포럼
  1. 세종시 이응패스 가입률 주춤...'1만 패스' 나오나
  2. 필수의료 공백 대응 '포괄2차종합병원' 충청권 22곳 선정
  3. 폭력예방 및 권리보장 위한 협약 체결
  4. 임채성 세종시의장, 지역신문의 날 ‘의정대상’ 수상
  5. 건물 흔들림 대전가원학교, 결국 여름방학 조기 돌입

헤드라인 뉴스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야권에서도 비충청권서도… 해수부 부산이전 반대 확산

이재명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충청권에서만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행정수도 완성 역행과 공론화 과정 없는 일방통행식 추진되는 해수부 이전에 대해 비(非) 충청권에서도 불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이 같은 이유로 전재수 장관 후보자 청문회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국정감사 등 향후 정치 일정에서 해수부 이전에 제동을 걸고 나설 경우 이번 논란이 중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전북 익산 출신 국민의힘 조배숙..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李정부 민생쿠폰 전액 국비로… 충청권 재정숨통

이재명 정부가 민생 회복을 위해 지급키로 한 소비쿠폰이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이로써 충청권 시도의 지방비 매칭 부담이 사라지면서 행정당국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다소 숨통을 틀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일 전체회의를 열어 13조2000억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관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위는 이날 2조9143억550만원을 증액한 2025년도 행정안전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행안위는 소비쿠폰 발행 예산에서 중앙정부가 10조3000억원, 지방정부가 2조9000억원을 부담하도록 한 정부 원안에서 지방정..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충남기업 33곳 '초격차 스타트업 1000+' 뽑혔다

대전과 충남의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대거 선정되며, 딥테크 기술창업 거점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1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2025년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에 전국 197개 기업 중 대전·충남에선 3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전체의 16.8%에 달하는 수치로, 6곳 중 1곳이 대전·충남에서 배출된 셈이다. 특히 대전지역에서는 27개 기업이 선정되며, 서울·경기에 이어 비수도권 중 최다를 기록했다. 대전은 2023년 해당 프로젝트 시행 이래 누적 선정 기업 수 기준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시구하는 김동일 보령시장

  •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故 채수근 상병 묘역 찾은 이명현 특검팀, 진실규명 의지 피력

  •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 류현진, 오상욱, 꿈씨패밀리 ‘대전 얼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