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스며드는 관계 속에서 마음을 챙길 줄 아는 1반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스며드는 관계 속에서 마음을 챙길 줄 아는 1반

  • 승인 2023-05-03 10:16
  • 이승규 기자이승규 기자
박소리 선생님 사진
박소리 조치원대동초 교사
"선생님, 우리가 잘해 낼 수 있을까요?"

문득, 눈이 펑펑 내리던 작년 12월 어느 날 관계 중심 생활교육 학생 나눔 한마당에 참가를 위해 이동하던 중 버스 안에서 우리 반 아이들과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우리 학교는 읍면 지역에 있어서 아이들이 많은 학생이 모이는 행사에 참여한 경험이 적고, 그래서 아이들도 나도 더욱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스마일반-스며드는 관계 속에서 마음을 챙길 줄 아는 1반'



2022년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아이들과 만든 우리 반 이름이다.

내가 근무하는 지역은 학교가 많지 않아 초등학교에 형성된 교우관계가 중학교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랜 시간 좋은 친구 사이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 번 관계가 틀어지면 중학교에 진학해서까지 불편하게 지내는 경우도 많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일까?'

아이들이 늘 웃으며 생활했으면…,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서로가 좋은 관계를 맺었으면…, 중학교에서도 서로 친하게 지냈으면…. 교사로 부임한 이후 학년 초에 아이들과 한해살이를 계획하며 늘 비슷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매번 아이들이 건강한 관계를 맺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학교생활이라는 결론을 내리곤 했다.

스마일반 운영은 그 고민의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관계를 가장 중심에 두고 1년 동안 학급 생활교육 교육과정을 설계했다.

한 해 동안 살아갈 학급을 만들며 소속감을 키우는 학급 울타리 짓기,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는 마음 짓기, 함께하는 놀이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학급을 만드는 웃음 짓기, 친구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관계 짓기, 함께 이야기하고 편히 쉬는 공간을 만드는 스마일 카페 짓기, 한 해 동안 추억을 돌아보는 추억 짓기……. 우리 반의 한 해는 모든 구성원 서로가 마음에 관계의 집을 짓고, 미소를 나누며 성장한 시간이었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 교사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이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인공지능에서도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지금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다양한 이들과 어울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 아닐까?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과 아이들이 직접 만나는 학교에서 가능한 것이기에, 앞으로 학교와 교사의 존재 이유는 더욱 선명해진다.

"당연하지. 우리처럼 한 해 동안 항상 웃으며 사이좋게 지낸 학급이 또 어디 있어?"

눈이 펑펑 내리던 작년 12월 어느 날 버스 안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했던 답이다.

출근길에 종종 중학교 교복을 입고 여전히 웃으며 등교하는 작년 우리 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곤 한다.

나는 여전히 많은 고민의 답을 찾는 젊은 교사이지만, 중학교에 가서도 여전히 사이좋게 지내는 작년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서 한 가지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가볍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