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중꺾마 VS 절꺾고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중꺾마 VS 절꺾고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 승인 2023-05-21 10:56
  • 신문게재 2023-05-22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오
오광영 이사
"중요한 것은 꺽이지 않는 마음." 게임대회인 2022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프로게임단 DRX 소속 프로게이머 김혁규선수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의 제목에서 유래된 유행어로, '중꺾마'로 줄여서 사용하기도 한다. 2022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쓰인 유행어 중에 하나이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2022년 12월 3일 카타르 월드컵 H조 대한민국 VS 포르투갈전에서 대한민국이 2대1로 역전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선수단이 들고 있던 태극기에서도 등장하여 큰 울림을 주었다. 1무 1패로 궁지에 몰려서 포르투갈을 반드시 잡고 경우의 수 까지 따져봐야 하는 난관을 뚫고 16강에 진출한 상황에 매우 어울리는 명언이었다.

한창 유행하는 대화형인공지능 서비스인 'chat gpt'에게 '중꺽마'에 어울리는 사례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chat gpt는 "토마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이 있습니다. 에디슨은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에디슨은 1천번이상의 실패를 했는데 '오답이 아니라 1천가지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았고, 결국에는 지속적인 노력과 결단력으로 전구를 완성시켰습니다"라고 답했다.

굳이 다른 나라 옛날 사람들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서도 '중꺽마'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필자는 몇일전 실로 오랜만에 한화이글스 야구경기를 찾았다. 모두가 알다시피 한화이글스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 가을야구를 했을뿐이고 심지어 지난 3년간은 완전 꼴찌를 했다. 그러나 경기장에서 만난 열성팬들은 꺽이지 않는 마음으로 한화이글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한화를 응원하는 팬들을 '보살팬'이라고 부르겠는가? 중꺾마가 향하는 것은 꿈을 향한 도전이다. 쉽게 이룰 수는 없지만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진정 '중꺾마'라고 할 수 있다.



반대적 의미로 필자가 만들어낸 말이지만 '절꺾고'라는 말이 있다. '절대 꺾지 않는 고집'이다. 고집은 주로 부정적으로 쓰인다. 주변의 충고나 조언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않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에 '절꺽고'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필자는 그 이유가 아마도 확증편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견해 또는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자신이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말한다. 다른 말로 자기 중심적 왜곡이라 부르는데 당연히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절꺾고'는 종종 재앙을 초래한다. 1912년 2천3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타이타닉호가 캐나다 동부 해안에 이르렀을 때 해안 통제소로부터 빙산을 주의하라는 무전을 받았다. 그러나 선장과 항해사는 다니던 항로였고 세계최대의 여객선이라는 자기도취의 고집 때문에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침몰했다. 단 7백여명만이 살아남은 이 사건은 인간의 고집이 얼마나 처참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정치인의 절꺽고가 초래한 또 하나의 사례가 용산대통령실의 이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에 대통령실을 만들겠다고 했다. 수천억에 달하는 이전비용이 들고 안보 취약 등을 이유로 반대도 많았지만 대통령은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전의 거의 유일한 이유였던 도어스테핑 마저 잦은 구설로 지지율을 까먹자 중단했다. 결국 대통령실을 옮긴 이유는 모두 사라졌다.

요즘 대통령의 '절꺾고'가 우리 사회 갈등의 주요한 원인이기에 우려스럽다. 야당과의 불통, 노동조합을 대하는 시각, 미국과 일본에 대한 일방적 편향 등은 위기의 경제, 무한경쟁의 외교무대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디 대통령이 '절대 꺾지 않는 고집'을 버리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통합의 정치와 실리의 외교를 펼쳐주길 바란다.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