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대전발 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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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대전발 0시 50분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 승인 2023-08-16 08:46
  • 수정 2023-08-16 08:49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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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우 회장

1904년 대전천변의 한적한 벌판에 철길이 놓이고 그 철길을 건설하기 위한 일본인 노동자들과 그들을 지키기 위한 일본군 수비대가 지금의 동구 원동 부근인 대전정차장 부근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1905년 경부선 철도가 완공되면서 회덕군의 중심이 읍내동에서 대전으로 이전하고 대전역을 중심으로 도시가 확장하게 된다. 대전천변의 황무지를 점거해 자연적으로 형성된 일본인 거류지에는 어용용달업, 토림건축청구업, 여관업, 상품판매업, 운송업 등을 영위하기 시작했고 소규모의 제화공장 등이 자리 잡았다. 대전역 부근인 지금의 원동(本町通), 중동, 정동(榮町通)지역에 일본식 시가를 이루고 그들의 상가가 서게 됐다. 

 

경부선이 대전을 통과하면서 대전역 중심의 도시화가 이루어졌다면 호남선의 기점이 대전으로 유치되면서 대전은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다. 1914년 1월에 전 구간이 개통된 호남선은 목포에서 대전역에 도착하면 곧바로 부산으로 내 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1918년 대전역 역사가 지금의 대전역 부근에 대구역 역사와 닮은 르네상스 양식의 이층 목조건물로 모습으로 중건돼 중앙로를 마주 보게 됐다. 이 역사는 안타깝게 1950년 7월 21일 한국동란 중 대전 전투 시 대전역에 남아 있던 미군의 군수물자와 함께 미군의 폭격으로 사라지게 됐다. 1932년 충남도청이 공주에서 대전으로 옮겨 오며 대전은 교통의 중심지와 행정의 중심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다.


지금과는 달리 호남선을 이용해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대전역에 도착해서 기관차를 반대편으로 옮겨 달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1965년 오정선이 개통되기 전까지 서울과 호남지방을 오가는 열차들은 대전역을 통과하면서 기관차와 객차의 의자를 돌려놓기 위해 한동안 정차해 있어야 했다. 그 시간을 틈타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승객들은 기차에서 내려 가락국수를 먹기 시작했고, 이것이 대전역이 가락국수로 유명해졌던 이유다.

" 잘 잇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 1959년 가수 안정애가 발표한 '대전부르스'라는 제목의 트로트 곡이다. 작곡은 김부해가 했고 작사자는 최치수다. 가사를 쓴 최치수는 아세아레코드 사장을 지낸 사람으로 한때 열차 승무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살려 1956년 대전부르스의 첫 가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가사에 등장하는 열차는 서울역을 저녁 8시 45분에 출발해 대전역에 다음날 0시 40분에 도착하는 제33호 열차였다. 대전역에 도착해 10분 뒤인 0시 50분에 역을 출발해 목포로 출발했다. 이 노래 가사의 첫 구절을 딴 '대전발 0시 50분'이라는 영화가 최무룡, 신성일 등이 출연해 1963년 개봉되면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1985년 대전부르스를 가수 조용필이 리메이크해 불러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 곡은 이 열차에 얽힌 사랑과 이별의 정서를 담은 노래로 지금까지 대전을 대표하는 대중가요로 남아 있다.

대전은 과학의 도시, 행정의 도시, 교통의 도시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도심을 통과하는 삼대 하천과 대청호를 품고 있는 금강이 있는 수변이 좋은 도시로, 그 주변에 산재한 선사유적과 고대 산성 등 또한 고대의 도로인 물길로 이루어진 역사적 흔적들이다. 대전이 광역 도시로 성장하게 된 근본은 철도와 함께라 할 수 있다. 근대도시 대전의 시작은 철마의 기적소리와 함께 시작됐 그 길을 따라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 지금의 대전이 이뤄졌다.

최근 대전역 앞 중앙로가 영시 축제로 수많은 축제 참가 시민들로 야단법석이다. 대전시는 그동안 침체한 원도심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도시로서 대전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이 축제를 개최했다고 한다. 오랜만에 열린 대규모 행사로 사람들이 모이는 효과와 원도심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버스킹과 콘서트 위주의 다른 지역의 축제와 특색 없는 프로그램은 다소 아쉬운 면도 적지 않았다.

올해는 대전엑스포가 열려 성공리에 마친 30주년이 되는 해다. 대전엑스포의 성공개최로 대전은 도시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이 향상되는 계기가 됐다. 첫술에 배부르지는 않겠지만 몇몇 기획자들의 아이디어가 아닌 지역 시민들과의 소통으로 대전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대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멋진 0시 축제를 기대해 본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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