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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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3-08-30 09:40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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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필 교수.
최근 들어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 내리는 일을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쏟아지는 폭우로 도시 한가운데 반지하에서 침수로 목숨을 잃더니, 올해는 흙탕물이 지하차도를 덮쳐 그 안에 갇힌 차량 속에서 14명이 어이없이 목숨을 잃었다.

수천만 원 전세 보증금을 떼인 젊은 층의 죽음도 잇따랐다. 태어났다는 기록은 있지만, 그 이후의 기록이 없이 학대나 유기로 숨진 아기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 서이초 새내기 교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터져 나오는 학교 현실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물론 이제는 학생이 교사를 혹은 학부모가 교사를 상대로 한 욕설 모욕 협박 폭행 등 우리의 미래가 달린 공교육 역시 무너져 내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같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일상은 '묻지마 살인'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신림동 흉기 난동에 이어 서현역 사건,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에 이르기까지 잇따라 나타난 예측할 수 없는 죽음 앞에 마음 편한 일상을 누리기 어렵다.



인터넷을 줄이고, 신문과 방송을 끄면 마음이 편할까 하지만, 동네를 돌아보면 홀로 사는 어르신,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이웃, 자녀와 갈등하는 부부 이야기를 들을 때 불편한 현실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이 이렇게 끊임없이 드러날 때마다, 긴장감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기만 하지, 도무지 이 긴장감을 낮추는 어떠한 일들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어설프게 긴장감을 낮추려는 정책이나 힐링이나 치유라는 말로 포장하고 있는 대응이나 노력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고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솔직히 말해서 불안하고, 두렵다. 그리고 혼란스럽다. 당분간 이러한 현상이 멈춰질 거 같지가 않다. 얼마나 더 심각해질까, 얼마나 더 오래갈까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 시대가 지나가고 있는 이 길고 암울한 터널에서 '더 쉽게 더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아니 '해결 방법이 있기나 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보려고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이 모든 현상의 공통점은 앙숙으로 싸우고 상처 주고 괴롭히는 근본적 이유는 서로가 피할 수 없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고, 나아가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해 일방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이 반복되고 확대되면 서로가 서로에 대해 힘으로 제압하려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도달했지만, 결론은 현재 현실은 영국 철학자 홉스가 말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 투쟁상태가 사람과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 간에도 이르러 '만물의 만들에 대한 투쟁' 상태까지 이르렀다는 점은 홉스가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일 것이다.

재난을 없앨 수 없을 것이지만,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학교 폭력은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잎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폭력으로 인한 상처는 깊게 남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법대로 뇌이며 자기방어를 하는 공무원들도 어떻게 하면 시민을 더 잘 돌볼 수 있을지를 속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다. 날마다 법대로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재난을 막고, 사고를 줄이며, 세금을 올바르게 쓰도록 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했는지도 분명히 가려져야 할 것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도 분명히 드러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그것이 벌어지는 범위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옳고 그름이 함께 벌어지고 있는 경계선이 어디인지,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려내야 할 공동체의 경계는 어디까지인지, 세금이 올바르게 쓰이도록 내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함께하는 국가와 정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살펴보는 것을 해보면 좋겠다.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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