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미식(美食)을 넘어 축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미식(美食)을 넘어 축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박종진 여가공간연구소장(관광학 박사)

  • 승인 2023-09-13 10:09
  • 수정 2023-09-13 15:04
  • 신문게재 2023-09-14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032901002155200084811
박종진 소장.
최근 관광활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그건 바로 음식이다. 이제 음식은 관광을 하는 본질이나 목적이 되는 사례가 많고 대부분의 여행에서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지를 결정하고 관광지에서의 음식 중요성과 축제에서의 음식은 관광객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요소가 됐다.

최근 코로나 이후 축제는 활발히 열리고 있다. 그러나 신규로 개최되는 축제와 기존에 열렸던 축제에서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기존 성황리에 개최됐던 축제도 코로나 이전보다 인기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는가 하면 신규 도입된 축제들도 성공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대전에서도 0시 축제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여러 평가가 엇갈리지만, 안전과 교통통제, 운영 등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음식과 테마, 컨셉 등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평가 등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분석되고 있다.



얼마 전 충남 예산에서는 큰 잔치가 열렸다. 요리연구가이자, 사업가인 더본 코리아 백종원 대표를 중심으로 예산 맥주페스티벌이 열려 8만명이 사는 예산군에 3일간 25만명이 다녀갔다. 사실, 많은 인파로 인해 그냥 돌아간 사람까지 포함한다면 축제 기간의 인기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예산 맥주페스티벌을 통해 몇 가지 시사점과 교훈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들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 축제를 넘어 여행에서 이제 대세는 음식이다. 음식의 메뉴와 맛은 이제 인기있는 관광지, 인기있는 축제로 결정짓는 핵심 테마가 됐다. 아무리 명성이 높은 관광지와 축제라도 대표 음식과 빼어난 먹거리가 없다면 지속적인 인기를 얻기 어렵다.

둘째, 가격과 감성(갬성)이다. 이번 맥주 페스티벌에서 어릴 때 컵에 먹던 천원짜리 떡볶이를 비롯한 저렴한 메뉴의 구성과 메뉴의 가격에 맞는 양과 질을 제공하면서 방문객들이 지갑을 여는데 주저함을 보이지 않았다. 얼마 전 문제가 됐던 지역축제의 바가지요금이 없었다. 이런 데에는 지역주민 전체가 ‘함께해유 켐페인’에 참여하면서 가능했다. 축제가 단기간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매년 해야 하는 행사이자 지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타지역의 상인들이 들어오는 것이 아닌 지역 내 상인들 중심으로 구성해야 가능할 것이다.

셋째, 민간 중심의 축제 추진 동력이다. 관 주도의 축제는 국내·외 사례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 행정에서는 교통 통제와 안전, 행사장 관리 등의 기초적이면서 축제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면 그 역할은 끝이다. 관이 주도하는 축제가 되면 의전부터 시작해 축제의 다양성과 발전 가능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번 예산 맥주 페스티벌도 민간 중심에서 기획하고 실행하다 보니 축제의 성공을 결정짓는 핵심이 됐다.

마지막으로 지역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에서는 예산 사과 '애플리어', 제주 감귤 '감귤오름', 상주 꿀배 '꿀배버블', 영동 포도 '포도버블' 등의 맥주를 개발해 판매했다. 호응도 좋았지만, 지역의 대표상품을 내걸고 지역을 홍보하고 지역의 특산품 판매를 진작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 밖에도 이와 더불어 안주로 즐길 수 있는 직화에 굽는 소 바비큐, 닭 바비큐, 수제 소시지 등의 인기가 높으면서 소비를 유도했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독일맥주축제)에서도 축제로 인해 안주인 소시지 산업이 발전하는 추가적인 성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10월 1일까지 진행하는 '이건희 컬랙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 기획전에 정말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거기에 온 사람 중에 지역주민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 그건 손에 성심당 빵 종이가방이 있는지와 없는지였다.

이제 음식은 단순한 식사의 개념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랜드마크로 변화되고 있다. 대전 빵 축제의 지속적인 관심과 예산의 맥주 페스티벌이 삿포로와 독일의 맥주축제보다 유명해져 외국인들이 오는 축제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박종진 여가공간연구소장(관광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