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긴장과 모순 끌어안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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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긴장과 모순 끌어안고 살기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 승인 2023-10-15 08:31
  • 수정 2023-10-15 08:33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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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민 공동대표
"살면서 하길 참 잘했구나 생각하는 것 한 가지를 말해보세요." 평화훈련 할 때 참가자들에게 이 질문을 하면 다양한 대답을 한다. 내 경우, 같은 질문을 몇 번이나 받았지만, 매번 하길 잘했다 싶은 것 중 하나가 평화와 평화로운 삶에 대한 배움과 실천이다.

평화라는 말이 좋아서 시작한 평화 활동이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갈등 해결, 회복적 정의, 비폭력적 삶을 되새김하고 환기하도록 도울 수 있게 된 것은 늘 잘했다 싶다. 그러나 평화라는 말이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간혹 교육을 의뢰했다가 단체명에 있는 평화가 어떤 평화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질문자의 의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진보와 보수, 진영과 이념이 어느 쪽이냐 하는 질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덧칠되듯 평화도 수식어가 필요한 걸까. 대개 평화는 화해와 정의, 진실, 통일 등과 같은 단어와 짝을 이루는 게 자연스럽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가 내건 '힘에 의한 평화'는 평화를 이루는 전략으로써 의미가 크다. 힘을 통한 평화는 현재 대부분 국가를 지배하고 있으나 비용 부담이 크고 위험하다. 잘 준비된 군사력이 안전을 보장받고, 무력 사용은 평화를 수립하기 위해 불가피하며 정당하다고 믿기 때문에 적으로 규정된 대상은 언제든지 파괴될 수 있다. 힘을 통한 평화 접근은 군사주의 전략으로 서로 비슷한 힘으로 전쟁 억지를 이룬다는 것인데, 어느 한 편이 군사적 우위를 갖는다면 균형이 깨지므로 군비와 무기는 계속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진다. 전쟁 발발의 이유이자 가장 비극적인 평화 전략이고, 현재 한반도와 세계의 딜레마다.

결국 인간의 호전성은 불가피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전쟁은 반복되었지만, 호전성이 유전적이기보다는 개인과 집단의 욕망과 필요를 폭력적으로 쉽게 해결하고 찬양해온 학습 결과일 뿐이다. 그렇게 믿는다. 그럼에도 2023년 세계 도처에서 진행 중인 전쟁, 한반도와 세계정세를 생각하면 평화는 무기력하고 왜소해진다. 이럴 때 존 울만의 삶을 복기하면서 비폭력적 수단과 철학, 비폭력의 힘을 되새김한다.

존 울만(1720~1772)은 노예를 얼마나 많이 거느리고 있느냐로 영향력을 판단하던 시대에 살았던 퀘이커교도였다. 존 울만은 항상 인간이 평등하다는 자기 신념과 현실의 불일치로 괴로움을 느꼈다. 존 울만의 놀라운 점은 자신과 세계와의 긴장을 쉽게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긴장을 무시하거나 쉽게 폭력적으로 분출하지 않고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자기 신념과 행동 사이에 생기는 가슴 아픈 모순을 무려 20년 동안이나 이야기하고 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퀘이커교도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전에 노예를 해방한 종교 공동체가 되었다.

퀘이커교도로부터 시작된 폭력에 대응하는 평화훈련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내게 존 울만의 삶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폭력보다 비폭력이 더 어렵다. 폭력은 상처를 주고 비폭력은 상처를 끌어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긴장과 모순을 끌어안고 조급함이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고 꾸준히 비폭력적 삶을 살아가는 일이 더 힘겨운 법이다. 비폭력적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 왜 비폭력 삶을 살아가느냐 물으니 그렇게 살지 않을 수가 없어서라고 한다. 비폭력의 길 외에는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없다던 간디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평화교육을 하면서 타인을 물리적으로 공격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좌절감을 표현하고, 삶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한 사람이 변한다면 여러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빵을 부풀게 하는 핵심은 소량의 이스트고, 사회변화는 절망에 빠지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뤄진다. 좌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나약한 존재로 살아가면서도 평화를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이 세상의 핵심 인물이다. 나 하나 평화로운 마음 먹고 사는 일, 그래서 세상을 위한 큰 공헌이지 않을까. 폭력의 시대에 그래도 평화를 품고 있는 이유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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