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경제 성장을 믿는가? 그러면 반드시 위기에 대비하라.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경제 성장을 믿는가? 그러면 반드시 위기에 대비하라.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

  • 승인 2023-10-25 08:53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2023051001000682300028171
권선필 교수
지난달부터 언론에 지자체에 재정절벽이 다가오고 있다는 보도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재정절벽(Fiscal Cliff)은 미국 정치에서 나온 용어로, 정부 재정 정책 변화로 경제에 부정적 파급 효과가 벌어지는 상황을 가리킨다. 세금 인상과 맞물려서 정부 지출도 줄이게 되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경기 침체와 실업률 상승, 소비 감소, 투자 감소 등이 오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재정절벽이라는 말이 본래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감소라는 두 가지 때문에 생긴 용어라면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가 겪고 있는 재정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 중앙이나 지방정부가 겪는 재정위기는 세금인상이 아니라 오히려 세금 인하, 즉 감세와 아울러 경기불황이 겹쳐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절벽'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하고 오히려 단순하게 '재정위기(fiscal crisis)'라고 하는 게 적절하다.



지자체 재정위기의 출발은 우선 최근에 표면화된 세수 결손 문제다. 세금이 안 걷히고 있다. 세금 걷는 일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9월 19일 '2023년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 대응방향'을 발표했는데, 올해 세금 수입이 당초 추계액보다 무려 59조 1000억 원 가량 덜 걷혔다고 공개했다. 예상되었던 세수 400조 5000억 원보다 무려 14.8%나 덜 걷힌 것이다. 이는 중앙의 재정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지자체에는 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공약사업을 추진하려는 민선 8기 대전시정에는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시도 당장 금년도에 1947억 7200만 원 정도의 교부금과 보조금이 감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자주재원 대비 4.39% 정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그 비중이 5대 광역시 중 울산시의 4.86% 다음으로 크다.



중앙에서 오는 재원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걷는 지방세에서도 상당한 결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의 경우 등록면허세와 자동차세를 일시 납부하는 1월의 경우 전년 같은 대비 -0.5%였으나, 추가로 자동차세 연세액을 분할 납부하는 3월은 전년 대비 -18.2%, 그리고 법인 지방소득세를 신고납부하는 4월은 무려 -29.5%가 줄어들었다. 개인 지방소득세를 납부하는 5월에도 전년 대비 -12.1%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 기업들과 개인들의 소득이 급감해서 낼 세금이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내년도에는 더 심각한 어려움이 다가올 것이다. 금년도 세수 감소의 상당 부분이 작년도에 경기상황을 반영하여 넘어온 것처럼, 내년도는 금년도 경기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6%였던 경제성장률이 금년도는 1.6%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법인이나 개인이 내는 금년도 소득세는 전년도 실적을 신고해서 내는 것처럼 금년도 실적이 취약하면 내년도 세금 내는 액수도 줄어들 것이다.

세수결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기재부는 제안처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세계잉여금 등 자체 여유 재원으로 해결하게 된다면, 민선 8기 공약 이행을 위해 저축해놨던 돈들을 다 풀어버리게 되는 것이 되어 결국 공약사업들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게 된다.

대전시의 경우 2022년도 결산자료에 따른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2699억 원으로 예상되는 세수 결손 1948억 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금을 한번 써버리면 다시 모으는 데는 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데, 더 이상 졸라매면 이제는 숨이 차 죽게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전시가 겪는 재정위기의 상황을 앞두고 있는데, 민선 8기 공약사업은 '500만 평 이상 산단 조성' '제2시립미술관 음악공연장 건립' '도시철도 3·4·5호선 동시 추진' '호남고속도로 지선 확장 및 제2외곽순환도로 건설' 등 55조 이상이 필요한 사업들이 줄 서 있다는 사실이다. 민선 8기 핵심공약을 완전히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보인다.

앞으로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재정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 성장동력 저하로 나타나는 경기침체 등 당분간 예상되는 불편한 상황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데 못 본척하면서 여전히 장밋빛 그림을 그리는 무지와 어리석음을 내려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더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경제 성장을 믿는가? 그러면 반드시 위기에 대비하라. 201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로머(Paul Romer)의 말이다. 이제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믿고 준비하는 것이 안전한 시대가 되고 있다. 정치인들도 행정도 하루빨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본인은 물론 지역도 혼란을 덜 겪게 될 것이다./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