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평생 일궈 온 터전인데 어떻게 살라고"...화마가 휩쓸고 간 서천특화시장 상인들 망연자실

  • 전국
  • 서천군

[르포] "평생 일궈 온 터전인데 어떻게 살라고"...화마가 휩쓸고 간 서천특화시장 상인들 망연자실

  • 승인 2024-01-23 16:39
  • 수정 2024-01-23 18:08
  • 신문게재 2024-01-24 1면
  • 나재호 기자나재호 기자
화재로 전소된 서천특화시장 모습
화재로 전소된 서천특화시장 모습.


23일 이른 아침, 화마가 휩쓸고 간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으로 시장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상인들 앞으로 매서운 칼바람과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와 폭설은 상인들이 입은 상처에 생채기를 더하는 듯했다.



대를 이어 17년째 시장에서 수산물 장사로 생계를 이어 온 한 상인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점포를 찾았다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현장에 둘러쳐진 노란 통제선 뒤로 보이는 가게 모습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검게 그을리고 녹아내린 상태였다.

상인 김모 씨는 "전날 장사를 마치고 집에서 쉬던 중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장 시장으로 달려 나왔었다"며 "간밤에는 가게 모습을 확인할 수 없어 설마 설마 했지만 막상 현장을 접하니 맥이 풀린다"고 힘없이 말했다.
서천특화시장이 거센 불길에 휩쌓여 있다
서천특화시장이 거센 불길에 휩싸여 있다


22일 밤 11시께 서천특화시장을 덮친 불길은 현재 영업 중인 점포 227개를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었다.

화재 발생 이튿날까지도 시장 근처는 매캐한 불 냄새가 가득해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으면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하며 진화에 안간힘을 썼지만 이미 시장 전체를 집어삼킨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천우신조처럼 인명피해가 없는 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막막한 현실 앞에 놓인 상인들의 마음은 이미 숯덩이처럼 검게 그을렸다.

김 씨처럼 대부분의 시장 상인들은 이곳에서 10년 혹은 20년 이상 삶의 터전을 일궈 온 사람들이다.

언제나 그랬듯 상인들은 다가오는 설 대목에 맞춰 들뜬 마음으로 손님맞이 채비를 갖춘 상태였다.

적게는 수천만원부터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물건을 쟁여 놓고 명절 특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또 다른 상인 이 모씨는 "수산물 특성상 항상 명절 전에 물건을 미리 확보해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곤 한다"며 "하지만 모두 잿더미로 변해 버리는 것도 일이 돼 버렸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는 또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 된다"며 "화재 원인 규명에다 피해 복구, 시장 재건까지 이뤄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텐데 그때까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푸념했다.

빚을 내 설 대목 장사를 준비하던 상인들도 걱정이 앞서긴 마찬가지.

상인 조 모씨는 "명절 물건을 준비하느라 이미 5000만원을 빌린 상태"라며 "한순간의 화재로 빚더미에 나 앉을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와 충남도, 서천군 등은 시장 재건과 상인 피해 최소화를 위해 행정적인 지원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김태흠 충남지사는 23일 서천특화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원상회복하기엔 쉽지 않은데다 경제적 고통을 극복하기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상인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한파와 함께 찾아 든 화마로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은 상인들의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매서울 것으로 보인다. 서천=나재호 기자 nakija200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충북' 통합 뜬금포...특별법 제정 해프닝 그쳐
  2. 충청권 대학 29곳 '교육국제화역량 인증' 획득… 우수대학 5곳 포함
  3. [독자칼럼]암환자 운동, 왜 파크골프인가?
  4. 대전시 설 연휴 맞아 특별교통대책 추진
  5. 국고 39억원 횡령혐의 서산지청 공무원 구속기소
  1. 또 훔쳤다… 대전 촉법소년 일당 이번엔 편의점서 절도
  2.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3. 소년범죄 대전충남서 연간 5500여건…"촉법소년 신병확보 보완부터"
  4. 대전시, 설 연휴 식중독 비상상황실 운영한다
  5. 대전교통공사, 전국 최초 맞춤형 승차권 서비스 제공

헤드라인 뉴스


[설특집] "얘들아, 대전이 노잼이라고?" N년차 삼촌이 소개하는 대전 투어

[설특집] "얘들아, 대전이 노잼이라고?" N년차 삼촌이 소개하는 대전 투어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소홀했던 시간들. 이번 설날, 나는 서울에 사는 초등학생 조카 셋을 위해 대전 투어 가이드를 자처했다. 대전에 산다고 하면 조카들은 으레 "성심당 말고 또 뭐 있어?"라며 묻곤 했다. 하지만 삼촌이 태어나고 자란 대전은 결코 '노잼'이 아니다. 아이들의 편견을 깨고 삼촌의 존재감도 확실히 각인시킬 2박 3일간의 '꿀잼 대전' 투어를 계획해 본다. <편집자 주> ▲1일 차(2월 16일): 과학의 도시에서 미래를 만나다 첫날은 대전의 정체성인 '과학'으로 조카들의 기를 죽여(?) 놓을 계획이다...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 국회 행안위 의결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법, 국회 행안위 의결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 근거를 담은 특별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이 '2월 내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속도전에 나서면서, 오는 6·3 지방선거를 통합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국회 행안위는 12일 밤 10시 10분 전체회의를 열고 자정 직전 대전·충남을 비롯해 전남·광주,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각 특별법에는 새로 출범할 통합특별시에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국가 재정지원과 교육자치 특례 등을 담았다. 행정통합의 특례 근거를 명시한 지방자치법 개정안도 함..

또 훔쳤다… 대전 촉법소년 일당 이번엔 편의점서 절도
또 훔쳤다… 대전 촉법소년 일당 이번엔 편의점서 절도

주운 신용카드로 1000만 원 상당의 금 목걸이를 구입하고, 택시비를 내지 않는 등의 범행을 일삼은 대전 촉법소년 일당이 11일 경찰의 귀가 조치 직후 편의점에서 현금을 또다시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과 경찰의 보호자 인계 조치, 그리고 재범이 반복되다 12일 대전가정법원이 긴급동행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들은 법원 소년부로 넘겨져 소년원 송치 심사를 받게 됐다. 촉법소년 제도의 실효성과 재범 차단 장치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18분께 서구 갑천변 일대에서 만 13세 남학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설 명절 보내세요’

  •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대전 죽이는 통합법, 절대 반대’

  • 누가 누가 잘하나? 누가 누가 잘하나?

  •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전달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한 주민투표 시행 촉구 결의안 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