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기는 범인, 나는 경찰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기는 범인, 나는 경찰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총경

  • 승인 2024-04-10 14:48
  • 신문게재 2024-04-11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총경
유동하 총경
초임 때 고참 형사에게 들었던 우스갯소리다. 세계에서 가장 수사력이 뛰어난 경찰을 뽑는 대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러시아, 미국, 중국, 한국경찰이 참가했다. 산속에 토끼를 풀어놓고 누가 빨리 잡아 오는가 하는 시합이었다.

먼저 러시아. 그들은 온갖 동물들을 매수해 드디어 3일 만에 토끼를 잡아 왔다. 다음 중국. 수백 명의 경찰을 산속에 투입해 이틀 만에 토끼를 잡아 왔다. 다음 미국. 인공위성 등 첨단장비를 이용해 하루 만에 토끼를 잡아 왔다. 다음 한국경찰은 반나절 놀다가 두어 시간 뒤 곰을 잡아 왔다.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자 곰의 옆구리를 툭 치며 "너 뭐여?" 그랬더니 곰 하는 말 "저 토낀데요."



그랬다. 그때에는 범인을 잡는 게 그리 여건이 좋지 않았다. CCTV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위에서 범인을 안 잡아 온다고 불호령이 떨어지면 참 신기하게도 며칠 지나 범인을 곧잘 잡아 오는 것이었다. 형사들의 촘촘한 첩보망과 열정으로 범인을 잡아내곤 하였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 어느 날 보면 안 보이는 형사도 있었다. 의협심이 너무 강해 자기 통제를 못하고 해서는 안 될 행위를 자행한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를 위해서 종을 울리나' 하는 생각들이 모이자 차츰, 영화배우 마동석이 사용하던 '진실의 방'은 사라져 갔다. 첩보력이 뛰어난 고참들도 퇴임을 하니 신입들은 과학적인 증거가 없으면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그 빈자리를 CCTV가 메웠다.



이때만 해도 경찰의 수사력은 범인보다 매번 한두 발 느렸다. CCTV도 항상 우리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언론에 "기는 경찰, 나는 범인"이라고 언론에 자주 두들겨 맞곤 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역전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바로 과학을 수사에 접목하는 것이었다.

보름 전 아침 8시 21분. 우리 관내 고속도로 상행선 휴게소. 물건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없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차키를 꽂아둔 채 식사를 하고 왔더니 차량이 안 보이는 것이었다. 상황실에서는 고속도로순찰대를 현장으로 급파하는 한편, 관할 경찰서, 도경 형사과 등 통보하고, 인접청에도 공조를 요청하였다. 그리고 9시경 도난차량을 발견하고 검거한다. 신고 40여 분 만에 검거한 것이다.

지난달 초에는 우리 지역 한 제2금융권 은행에 강도가 침입해 현금 1억 원을 강취했다. 관할경찰서 형사, 도경 형사, 그리고 올해 창설된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를 현장으로 급파했다. 인접청에도 공조를 요청했다. 현장 주변 CCTV를 분석하고 용의차량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저녁 9시 무렵 범인은 수갑을 차게 된다. 가져간 1억 원은 한 푼도 쓰지 못했다. 신고접수 5시간여 만이었다.

이날 경찰은 FTX보다 실제상황에 더 몸놀림이 빨랐다. 이 정도면 "기어가는 범인, 날아다니는 경찰"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이러한 제목을 단 기사를 써주면 좋을 텐데 쑥스러운지 잘 써주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만이라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경찰의 수사력과 홍보가 강화될수록 범죄심리는 위축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의 현장 대응능력이 많이 좋아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순찰차캠'과 '보이는 112신고' 등이 있다. 재난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경찰과 자치단체, 소방과 해경을 하나로 묶은 '통합 재난통신망'도 매일 가동 중이다. 신고자와 경찰 그리고 소방 등 제3자 통화도 즉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112신고' 요령을 터득해 보자. 신고자가 위치를 모르거나 화재 등 재난상황일 경우에 일단 112로 전화한다. 상황을 설명한 후 '보이는 112신고'라고 요구해도 되고, 접수 경찰이 판단하여 신고자에게 문자를 보내줄 수도 있다. 받은 문자의 URL을 누르면 자동으로 신고자 위치와 핸드폰으로 찍히는 현장상황이 경찰에게 전송된다. 말을 할 수 없는 경우에도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제 미래 치안이 더욱 기대된다. 과학이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좀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이다.

/유동하 충남경찰청 112상황실장 총경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 동래구, 제3회 온천천 빛 축제 개최
  2. 세종시 '이응다리+중앙공원'서 빛의 향연...22일 개막
  3. 우송정보대 간호학과, 재학생 위한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 개최
  4. 대전대·건양대·목원대 SW중심대학 사업단, 지·산·학 협력 활성화 위해 맞손
  5. (사)충남지역혁신사업단, 나사렛대 평생교육원과 업무협약 체결
  1. 건양대 인공지능학과 'KAICTS 2025 추계학술대회' 최우수논문상 영예
  2. 조승래 국회의원, 충남대 후배들과 만나 소통
  3. [기고]성암 이철영 선생의 사불응(死不應)과 매헌 윤봉길 의사의 생불환(生不還)
  4. 배재대 IPP사업단 2026년도 일학습병행 참여기업 모집
  5. 대전과학기술대, 한국스마트혁신기업가협회와 산학 협력 강화 협약

헤드라인 뉴스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특화 방산기술 유럽시장서 '호평'…수출상담 성과

대전 방산기업들이 동유럽 시장에서 1521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 성과를 올렸다. 한화로는 223억 4195만 원에 달한다. 21일 대전테크노파크에 따르면 지난 13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방위산업 기술 비즈니스 교류'에서 대전 지역 7개 방산·드론 기업이 이같은 결과를 냈다. 이번 상담회는 대전TP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방산 사절단을 파견해 진행한 1대 1 비즈니스 상담회로,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개최됐다. 폴란드는 최근 동북 지역 국경 안보 강화에 나서며 국방예산을 확대하고 군 현대화를 추진하고..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3·8민주의거사업회, 기념관 운영 맡아 민주 교육과정 연다

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가 내년부터 3·8민주기념관을 직접 운영하며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주의 교육프로그램 신설을 준비한다. 20일 대전시와 (사)대전3·8민주의거기념사업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4일 개관한 중구 선화동 3·8민주의거기념관을 그동안 대전시가 직접 운영하던 것에서 기념사업회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내년 1월 전환된다. 3·8민주의거기념관은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시작된 고등학생들의 민주화 시위로, 당시 이승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불의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나섰던 학생들의 용기와 희생을 상징하는..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한겨울에 피어난 봄...국립세종수목원 '제라늄 전시회' 개막

연일 계속되는 초겨울 추위 속에서도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는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사장 심상택)은 11월 22일부터 2026년 3월 1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에서 제라늄 품종 전시회 '우린, 지금부터 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제라늄전문협회와 협업해 진행되며, 약 350종의 제라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제라늄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로, 화려한 꽃과 쉬운 관리로 한국 베란다 정원에 적합한 식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도 꽃을 피워 봄을 미리 준비하는 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