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생에서부터 여러 특검법과 특별법, 거부권 남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언론탄압, 의정갈등, 연금개혁, 남북관계, 기후위기와 저출생 문제 등 국정 전반에 걸친 변화를 주문했다.
특정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 민생과 국가 주요 정책 등을 총체적으로 언급하며 ‘대통령의 성공,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뜻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는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회동에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민주당 천준호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이 대표가 “아이고 대통령님”이라고 인사하자 윤 대통령도 “오랜만입니다”라며 악수를 청했다. 회담 테이블에 앉아 안부를 묻는 가벼운 대화를 나눈 후 기자들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가 “퇴장할 건 아니고… 대통령께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양복 주머니에서 A4 용지 10장 정도를 꺼냈고 곧바로 15분 정도 장문의 글을 읽어내려갔다.
이 대표는 “오늘 만남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드리는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정말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시길 바란다고 말씀드렸었다”며 “대통령의 성공, 정부 성공이 국가와 국민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성공이 결국은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 뜻을 잘 따르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로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께 총선에서 나타났다고 판단되는 국민의 뜻을 전달해드리려고 한다”며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모든 영역에서 많은 위기가 도출이 되는 상황.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삼중고를 포함해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건 대통령께서도 절감하실 거로 생각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대표는 “정부 비판적인 방송에 대해 중징계가 이어지고, 보도 이유로 기자,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매우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다.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대한민국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스웨덴 연구기관이 발표했다”고 했다.
또 “남북관계 보면 소위 말 폭탄이 진짜 폭탄 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 많이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한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을 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또 “R&D 예산 복원도 내년까지 미룰 게 아니라 가능하면 민생 지원을 위한 추경이 있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전세 사기 특별법 등 화급한 민생입법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한다”고 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의정갈등 때문에 의료현장의 혼란을 겪고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 의대 정원확대와 같은 의료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최근에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에서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라는 개혁안이 마련됐다. 대통령께서 정부·여당 책임의식을 가지고 개혁안 처리 나서도록 독려해주시길 바라고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국회와 야당 존중, 여러 특별법과 특검법의 필요성을 얘기할 때 윤 대통령은 자주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는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서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 침해하는 시행령,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하는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 권력으로 혹여라도 국회와 야당을 굴복시키려고 하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표는 곧바로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사건의 진상을 밝혀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는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여기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 되고 있는 가족분,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의혹들도 가감 없이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이 대표, 윤 대통령,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연합뉴스 |
이 대표는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결혼, 출산, 양육, 교육, 취업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기후위기, 그리고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아 재생에너지 정책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대화와 협력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로 전환해주시길 바란다”며 “독도 과거사, 핵오염수 같은 대일관계 문제에서 국민 자긍심이 훼손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제가 말씀드린 것들에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거 같다. 그렇지만 민심을 과감하게 전달하는 게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던 초심을 잊지 않고 잘 실행하시면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를 전적으로 믿고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두려워하고 존중하신다면 대통령님과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저희가 돕겠다”며 “발목 잡기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으로 국민에게 편안함과 희망을 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이 대표의 발언을 모두 들은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게 생각하고 저희끼리 얘기를 진행하도록 하시죠”라고 화답했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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