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사람과 함께 하는 인공지능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사람과 함께 하는 인공지능

  • 승인 2024-06-11 17:12
  • 신문게재 2024-06-12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3082801010014786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LINC3.0사업단장
오랜만에 고향에 다녀왔다. 어머님의 생신 때문이었다. 밥 한 끼 먹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만남 자체가 즐겁고 반가운 일이었다. 정 있는 식구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랄까. 그럼에도 못내 아쉬운 점이 있다. 점점 연로해지는 어머님께 '사랑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못해 봤다. 무뚝뚝한 성격 때문이라고 핑계도 대어 보지만, 가슴 한편이 휑해지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기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다.

고향 가는 길이 익숙하지만, 항상 내비게이션을 활용한다. 처음 내비게이션을 사용했을 때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내비게이션 화면은 초원을 가리키는 일도 있었다. 지금은 GPS나 무선통신 등을 이용한 위치추적 기술이 조합돼 모바일로 내비게이션 활용이 가능해졌다. 예상 도착 시간도 알려주고, 각종 도로 정보도 알려준다. 썰렁하지만 재밌는 아재 개그도 해주고, 음악도 들려준다. 얼마 전에는 지인이 리모컨으로 차를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비좁은 곳에서 리모컨으로 주차하는 모습이었다. 머지않아 자율주행이 되는 시대가 온다. 사람은 그저 차에 타고, 명령키만 작동하면 된다. 기술의 진보는 사람에게 어려운 일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얼마 전에는 '원더랜드'라는 영화를 보았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하는 영화다. 오랫동안 사귄 연인인데, 연인이 사고로 의식 불명이 되자 상대방 연인을 AI를 통해 복원한다. 개인 맞춤형으로 가상 세계를 만들어 AI와 함께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영화가 줄거리다. 현실에서도 AI를 이용한 장례 문화가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AI 기술로 고인 생전 모습을 그대로 복구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가 그렇다. 생전에 전용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추모 대상자 영상을 기반으로 딥러닝 기술을 통해 가상 인간으로 구현한다. 사후에도 소통이 이루어지는 추모 서비스다. 원더랜드라는 영화에서도 장례식장에서 죽은 자가 조문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AI는 어느덧 우리 곁에서 인간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미국 로봇 공학자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은 "어려운 일은 쉽고, 쉬운 일은 어렵다"고 말한다. 586×943 = ? 사람은 빨리 계산하기 어렵지만, 계산기나 컴퓨터는 쉽다. 모라벡의 역설이라고 한다. AI는 사람들의 느낌, 정서, 감정, 의사소통 등과 같은 일상적인 행위를 쉽게 하기 어렵다. 반면에 AI는 복잡한 수식 계산, 체스나 바둑을 쉽게 다룬다. AI가 소설도 쓰고, 음악도 만들며, 그림도 그린다. ChatGPT를 활용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고, 멋진 설계도도 완성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고객의 목적과 의도에 맞는 새로운 페르소나를 제작해 아이돌, 아나운서, 강사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모라벡의 역설도 깨질지도 모르겠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이다. '나는 식당에 들어간다'고 입력하면,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주문했다'고 응답한다. 기존 데이터를 분석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데이터 원본을 학습해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동안 새로운 아이디어나 혁신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지능이나, 사회적으로 교감하고 협상하는 지능이 AI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창의적 지능과 사회적 지능을 겸비한 AI가 출현하여 우리와 함께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인공지능이 어머님께 내 마음을 전달해 줄 수 있을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대신 전달해 줄 수는 있겠지만, 말 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진솔하게 전달해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머님과 화상으로 연결해 주고, 빠른 길을 안내해 주며, 자율주행을 인도해 주기는 쉬울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은 나의 AI가 아니라 나만이 해야 하지 않을까. AI에 의존하지 말고, 내가 직접 해야 할 일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때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원구환 한남대 기획조정처장·LINC3.0사업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노희준 전 충남도정무보좌관,'이시대 한국을 빛낸 청렴인 대상'
  2. 천안시농업기술센터, 2026년 1~2월 새해농업인실용교육 추진
  3. 천안문화재단, 2026년 한 뼘 갤러리 상반기 정기대관 접수
  4. 천안법원, 토지매매 동의서 확보한 것처럼 기망해 편취한 50대 남성 '징역 3년'
  5. 양주시, 옥정물류창고 2부지 사업 취소·용도변경 양해각서 체결
  1. [독자칼럼]센트럴 스테이트(Central State), 진수도권(眞首都圈)의 탄생
  2. 천안중앙도서관, '1318채움 청소년 놀이터' 운영
  3. 대전 아파트 화재로 20·30대 형제 숨져…소방·경찰 합동감식 예정
  4. 은둔고립지원단체 시내와 대전 중구 청년센터 청년모아 업무협약
  5. 백석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성장기 아동 척추 건강 선제적 관리 나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반대 여론' 어쩌나

대전·충남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에서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이달 초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전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강한 추진 동력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3월까지 통합 관련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시작점인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도 24일 만나 통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면서 지역에서 '주민 의견 부족' 등 졸속 추진에 대한 우려..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 속 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 '3자 구도'로

대전·충남통합 추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경쟁이 3파전으로 재편된다. 출마를 고심하던 장종태 국회의원(대전 서구갑)이 경쟁에 뛰어들면서다. 기존 후보군인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장철민 국회의원(대전 동구)은 대전·충남통합과 맞물려 전략 재수립과 충남으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준비하는 등 더욱 분주해진 모습이다. 장종태 국회의원은 29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그동안 장 의원은 시장 출마를 고심해왔다.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며 민주당의 대전·충청권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해야 한..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정부 개입에 원·달러 환율 1440원대 진정세… 지역경제계 "한숨 돌렸지만, 불확실성 여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본격적인 시장 개입으로 1440원대로 내려앉았다. 지역 경제계는 가파르게 치솟던 환율이 진정되자 한숨을 돌리면서도,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우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28일 금융시장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440.3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4일 1437.9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환율은 지난주 초 1480원대로 치솟으며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으나, 24일 외환 당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세밑 주말 만끽하는 시민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