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국가 차원의 최신 GPU 만 개를 확보하자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국가 차원의 최신 GPU 만 개를 확보하자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승인 2024-07-04 15:10
  • 신문게재 2024-07-0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황순욱 사이언스칼럼 사진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GPU 없는 대학이 어떻게 진보를 이룰 수 있을까요?" 이미지넷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AI 석학인 스탠포드 대학의 페이페이 리 교수가 스탠포드대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 창립 5주년 기념행사의 한 대담에서 던진 질문이다. 6월 5일 스탠포드 대학에서 HAI 출범 5주년 기념 컨퍼런스가 열렸다. 다양한 패널과 대담이 진행됐다. 위 질문은 페이페이 리 교수가 실리콘밸리 최고의 벤처캐피털 중 하나인 a16z의 마크 안드레센 공동창업자와의 대담 중에 나왔다. 마크 안드레센이 오늘날 AI 발전에 끼친 스탠포드와 MIT 같은 대학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할 때 이에 페이페이 리 교수가 GPU 없는데 어떻게 대학에서 AI 연구를 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다.

리 교수는 이어진 투자회사 투 시그마의 데이비드 시겔 공동 창업자 겸 회장과의 대담에서도 현재 학계 AI의 가장 큰 도전이자 고통이 컴퓨터 부족이며, 자신의 스탠포드 연구실조차 최신 GPU가 전혀 없다고 강조하면서 "제로"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 마크 안드레센은 이 문제는 정부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1980년대 인터넷 태동기의 두 가지 정부 펀딩에 대해서 언급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주도 하에 국립슈퍼컴퓨팅센터들을 설립하고 연구자들이 어디에서나 이들 국립슈퍼컴퓨팅 자원에 접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NSF 백본망(NSFNET)을 구축했으며 그리고 NSFNET이 오늘날의 인터넷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시겔과의 대담에서도 리 교수는 대학에서의 GPU 부족의 심각성을 또 꺼내며, 마크 안드레센의 답변인 정부에 요청 제안 이외의 다른 방안이 없는지 물었다. 시겔은 "뉴욕주 차원에서는 엠파이어 AI라고 일컫는 공공 민간 파트너십(Public Private Partnership) 프로그램으로 대학들에 AI 인프라를 제공한다"며 주정부의 재정 지원 사례를 언급했다. 학계의 GPU 부족 문제에 대한 투자회사의 지원을 유도한 페이 페이 리 교수의 질문에 정부의 역할이라면서 두 거장 모두 빠져나갔다.

우리 대학의 GPU 상황은 어떠한가? 아마도 최신 GPU 하나 없다는 스탠포드 대학의 상황보다 나을 것 같지 않다. 미국의 경우는, 필자의 작년 3월 10일 자 '美, 국가 AI 연구 인프라 구축 실행 계획 발표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논의한 국가 AI 연구자원(NAIRR) 프로그램이 잘 추진돼서, NSF는 올 초부터 대학에 AI 인프라 제공 시범사업을 착수했다. 한국의 경우 대학 GPU 부족 문제를 위해 두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올해 안으로 최신 GPU 만 개를 구입할 예산을 확보해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국가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하자. 엔비디아 최신 GPU 한 개 가격이 5000만 원이라면 GPU 만 개의 가격만 5000억 원이다. 신규 예타를 통해 예산을 확보하려 한다면 불가능한 목표다. 마침 국가슈퍼컴퓨터 6호기 600페타플롭스 구축 예타가 통과됐고 목표 성능치를 위해선 최신 GPU 만 개 정도가 필요하다. 예산 3000억 원은 이미 확보된 상태다. 하반기에 추경을 통해 GPU 만 개 구입 비용을 포함한 국가 AI 슈퍼컴퓨터 구축 예산을 마련하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 구축 및 운영·유지보수에 필요한 전력, 시설, 운영 인력도 준비돼 있다. 속도 경쟁의 생성형 AI 시대에 낙오치 않기 위해 이제 국가 차원의 과감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둘째, 국가 AI 슈퍼컴퓨터의 절반 이상의 GPU를 생성형 AI의 핵심 기술인 세계적 수준의 멀티모달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 투입하자. 반기마다 5개의 LLM 개발팀을 선정해서 각 팀에게 6개월간 GPU 1000개 이상을 전용으로 쓸 수 있게 하자. 이렇게 하면 일 년에 10개의 팀이 선정돼 10개의 LLM이 개발될 것이다. LLM 사전학습에 필요한 10조 개 이상의 토큰도 미리 마련하자. 최근 '국내 AI 대학원 졸업자의 40%가 해외로 떠났다'라는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국내 AI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심각하다. 최신 GPU가 없는 국내의 열악한 AI 연구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유능한 AI 인재들에게 6개월 동안 최신 GPU 1000 개 이상을 사용해서 세계 최고의 LLM을 개발하는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서 양심불량 주유소가 많은 지역은?
  2. ADHD 치료제 청소년 처방…사교육비 증가세 높은 충청권 급증
  3. 대전경찰, 추석 특별방범 중 절도 피의자 현장 검거
  4. 대전문화재단, 가을밤 물들이는 ‘뮤직토크쇼’…테이·변진섭 출연
  5. AI의 빛과 그림자…기술의 편리함이 낳은 함정
  1. 민속 최대 명절 추석, 해미읍성서 이틀간 문화행사 개최
  2.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유럽 5개 도시서 국악으로 관객 사로잡아
  3. 천안법원, 부정한 방법 파견사업 허가받은 60대 벌금 500만원
  4. 천안문화재단, 제3기 정책자문위원회 출범
  5. 천안시의회, 미국 PG 카운티 대표단과 교류 협력 다져

헤드라인 뉴스


미래 대통령실·국회 찍GO, `세종시 한바퀴` 참여해볼까

미래 대통령실·국회 찍GO, '세종시 한바퀴' 참여해볼까

"걷GO(도보), 뛰GO(러닝), 타GO(자전거) 세종 국가상징구역 찍GO 나성동 차 없는 거리로 GO!" 중도일보가 오는 10월 18일 토요일 오전 세종시 행복도시 일대에서 '걷GO! 뛰GO! 타GO!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찍GO 한바퀴' 행사를 진행한다. 국가상징구역은 미래 대통령실과 국회, 시민 공간 등 모두 3곳을 포함하는 행정수도의 상징으로 통한다. 참가(무료) 희망자는 오는 17일 오후 6시까지 중도일보 카카오채널 채팅창()을 통해 '참가자 전원 이름과 대표 연락처', '이동 방식 택일(걷기 또는 러닝 또는 자전거)'로..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

추석 명절에는 오랜 세월동안 이어진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기는 문화가 있다. 전통놀이는 단순히 즐기기만을 위한 놀이가 아니라 조상에게 감사하고 풍요를 기원하며 가족과 이웃이 하나 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빠른 도시화와 아파트 문화의 확산 등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전통놀이가 하기 어려워지고 공동체보다 개인 중심의 문화로 변화되며 전통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명절에 전통놀이가 빠질 수 없는 법. 사진을 통해 어떤 전통놀이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네 개의 윷을 던져 나온 결과로 말을 움직이..

천안법원, 음주운전으로 수감됐다가 재범한 40대 남성 `징역 1년 6월`
천안법원, 음주운전으로 수감됐다가 재범한 40대 남성 '징역 1년 6월'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9단독은 음주운전으로 수감됐다가 재범한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4월 20일 당진시 삽교호 주차장에서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까지 약 34km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7%의 만취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혜림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나 동종 범죄로 실형 처벌까지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범한 점, 음주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범죄이므로 엄히 처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전통시장의 변화는 무죄’…시장의 역사와 발전 ‘전통시장의 변화는 무죄’…시장의 역사와 발전

  • 민족 대이동 시작…안전한 귀성·귀경길을 위한 체크포인트 민족 대이동 시작…안전한 귀성·귀경길을 위한 체크포인트

  •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