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대전하나시티즌, 기업구단 5년 톺아보기] 꽃길아닌 가시밭길…승격 2년 차에 강등 위기까지

  • 스포츠
  • 축구

[‘벼랑 끝’ 대전하나시티즌, 기업구단 5년 톺아보기] 꽃길아닌 가시밭길…승격 2년 차에 강등 위기까지

승격 2년 차 맞아 아·챔 진출까지 새롭게 꿈꿨지만
미비했던 전지훈련…첫 단추부터 잘못 꿴 대전하나
매번 반복하는 대규모 재편에 팀 사기는 바닥으로

  • 승인 2024-08-19 16:59
  • 수정 2024-08-20 14:22
  • 신문게재 2024-08-20 1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프로축구 K리그 역사상 최초로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단 소속 대전하나시티즌이 재창단 5년 차를 맞았다. 이 기간 크고 작은 역경과 고난에도 대전은 시민들과 축구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2015시즌 이후 8년 만에 K리그1 무대를 다시 밟았다. 승격 첫해인 2023시즌 공격 축구라는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키며 잊혀졌던 '축구특별시'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지만, 올해 행보는 아쉬움과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경기력이 흔들리더니 현재 최하위권으로 추락해 승격 2년 만에 2부리그 '다이렉트 강등' 위기까지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위기에 봉착한 이유로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조직구조와 운영방식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는 실정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3차례 시리즈를 통해 대전하나시티즌의 과거와 현재를 톺아보고 구단이 마주한 현실을 진단해 더 나은 프로축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성적> 꽃길 아닌 가시밭길…승격 2년 차에 강등 위기까지

(중)<약속> 흐릿해진 대전시티즌 정신…팬들과의 약속은?

(하)<미래> 이대론 결국 또 되풀이…"미래로 나아가야"



2023010101000027400000661
대전하나시티즌이 2022년 10월 29일 열린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리하며 K리그1승격을 확정지었다. 선수들과 팬들이 승격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호하고 있다.(사진=대전하나시티즌)
대전의 축구가 2020년 새롭게 태어났다. 시민구단이었던 '대전시티즌'을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면서 기업구단인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출범하면서다. 오랜 기간 대전 연고 축구단을 응원해온 축구 팬들과 시민(주주)들은 국내 무대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명문 구단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구단주의 약속에 힘찬 박수를 보내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보답하듯 대전하나시티즌은 역사적 첫발을 내디딘 지 4년 만에 K리그1에 복귀했다. 승격 첫해 8위로 선전했다.

기쁨도 잠시 현실은 냉혹했다. 올 시즌 승격 2년 차를 맞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란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지만, 최악의 부진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18일 오전 기준 2024 K리그1 성적은 6승 9무 12패(승점 27점)로 전체 12개 팀 중 10위에 머물러 있다. 대구FC(11위·승점 27점), 전북현대모터스(12위·승점 26점)와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 중이다. 현시점에서 대전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는 '다이렉트 강등'이다. 시민구단 시절을 포함해 8년 만의 K리그1 복귀 시즌을 '공격 축구'라는 신드롬과 함께 성공적으로 보냈지만, 올해엔 선수단 개편 실패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중 감독 교체라는 칼까지 빼 들 정도다.

올해 성적 부진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전지훈련을 통한 막판 담금질을 하지 못한 부분이 지목된다.

대전은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경남 거제, 베트남 하노이, 일본 가고시마까지 총 3차례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1차에서는 체력 훈련, 2차 전술 훈련 위주로 진행하는데, 베트남에선 하나은행이 후원한 'BIDV 초청 하나플레이컵'과 결합해 캠프 일정이 전개됐다. 대회는 베트남 국영 상업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도 함께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선수단은 대회 일정을 소화하며 체력과 전술 훈련을 병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마케팅에 치중한 행사 일정 특성상 전지훈련의 주목적인 기량 점검과 체력 증진 효과가 예년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론적이지만 지난해 지옥훈련이라 불릴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일정을 소화했던 선수단의 시즌 초 기량과 성적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축구계 관계자는 "당시 베트남 전지훈련은 사실상 '하나 플레이컵'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대회 참가와 훈련을 동시에 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마케팅 때문에 리그 개막 전부터 선수단의 힘을 다 빼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올해 대전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전하나시티즌 관계자는 "시즌 초부터 팬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여러 방면에서 팬들 사이 각종 오해도 생겼던 것 같다"며 "당시 대회는 시즌 돌입 전 실전을 위한 연습경기로도 볼 수 있다. 선수단 훈련에 있어 우려할 점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2023120301000121100004441
2023 시즌 대전하나시티즌에서 활약한 티아고 선수.(사진=대전하나시티즌)
선수단 개편 실패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시즌 팀을 이끌었던 티아고, 마사, 조유민 등 주축 선수들을 떠나보냈단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축구는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선수들 간의 호흡이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팀이 되기 때문에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물론 이적시장은 상호 간 이해관계가 형성되지만, 그동안 대전은 기존 선수들과 인력을 지키기보다 매번 새로운 인물로 다음을 도모하는 기조를 보여왔다. 결국 올 시즌 대전은 구심점 역할을 할 선수를 적절히 발굴하지 못하면서 성적은 물론 침체한 선수단 분위기를 제때 수습하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전은 K리그1 12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1명의 선수를 폭풍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새로운 얼굴을 대거 영입하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또다시 어수선해진 상태로, 위기 때마다 반복하는 감독과 경영진, 선수단의 전면적 개편이 구단의 분위기와 사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세환 한밭대학교 스포츠건강과학과 교수는 "스포츠에서 레전드의 힘은 조직이 어려울 때 구심점 역할을 하고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대전하나시티즌은 레전드는 고사하고, 당장 지난 시즌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조차 올해에는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지역 유망주를 발굴하고 그들을 팀의 레전드로 성장시키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선수단을 넘어 감독, 프런트, 경영진 등 구단 전체 구성원을 꾸릴 때도 이러한 정신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심효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3.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4. '2026 대전 0시 축제' 글로벌 위한 청사진 마련
  5.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1.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2. 세종교육청 '학생생활교육지원센터' 활짝
  3.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4강 위기득관(爲氣得官)
  4. '일자리 적은' 충청권 대졸자 구직난 극심…취업률 전국 평균보다 낮아
  5. 불수능 직격탄에 충청권 의대도 수시 미충원… 충남대 11명 이월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