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대전하나시티즌, 기업구단 5년 톺아보기] 흐릿해진 대전시티즌…팬들과의 약속은?

  • 스포츠
  • 축구

['벼랑 끝' 대전하나시티즌, 기업구단 5년 톺아보기] 흐릿해진 대전시티즌…팬들과의 약속은?

대전시티즌의 역사와 전통 계승 의지 공언했지만
유니폼, 구장, 마케팅, 소통 등 곳곳에서 미비점 속출
최하위 성적 등 평균 관중수 30% 이상 감소

  • 승인 2024-08-20 17:03
  • 수정 2024-08-22 09:55
  • 신문게재 2024-08-21 1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프로축구 K리그 역사상 최초로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하나금융그룹 스포츠단 소속 대전하나시티즌이 재창단 5년 차를 맞았다. 이 기간 크고 작은 역경과 고난에도 대전은 시민들과 축구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2015시즌 이후 8년 만에 K리그1 무대를 다시 밟았다. 승격 첫해인 2023시즌 공격 축구라는 새로운 신드롬을 일으키며 잊혀졌던 '축구특별시'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지만, 올해 행보는 아쉬움과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경기력이 흔들리더니 현재 최하위권으로 추락해 승격 2년 만에 2부리그 '다이렉트 강등' 위기까지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위기에 봉착한 이유로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기업구단으로 탈바꿈한 이후에도 시행착오를 여전히 지속하고 있고,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점도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를 두고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조직구조와 운영방식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는 실정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3차례 시리즈를 통해 대전하나시티즌의 과거와 현재를 톺아보고 구단이 마주한 현실을 진단해 더 나은 프로축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중. <약속> 흐릿해진 대전시티즌 정신… 팬들과의 약속은?



2020년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대전하나시티즌이 팬들과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년 전 출범 과정에서 대전시티즌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어서다. 시민구단 한계를 넘어 기업구단으로 더 큰 성장을 바라던 팬들과 시민들은 구단의 지속된 '불통 행보'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잊혀져가는 대전시티즌의 정체성과 역사의 흔적이 맞춰지길 팬들은 소망한다.

2022041001000609200020311
대전하나시티즌이 당시 SNS에 공개했던 2022시즌 에코 유니폼 예시.(사진=중도일보DB)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유니폼이다. 대전시티즌은 1997년 시민구단으로 창단했을 당시부터 '자주색' 계열을 상징색으로 20여 년 넘게 유지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를 '자줏빛 전사'로 칭할 정도로 자주색은 시티즌과 역사를 같이 해왔다. 하지만 기업구단 전환 이후 하나금융그룹을 상징하는 녹색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대전하나시티즌 재탄생 3시즌만인 2022년에는 대부분 녹색으로 디자인한 유니폼을 SNS에 공개했다가 팬들의 분노를 샀다.

또 하나은행 자체 어플리케이션인 '하나원큐'를 통한 단독 온라인 티켓 예매, 굿즈(MD) 상품 부실, 소통 부재 등을 두고선 올 시즌 대전의 공식 서포터즈인 '대전러버스'로부터 공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구단 홍보가 하나은행의 노골적인 마케팅에 접목되면서 팬들은 불만과 거부감을 표출한 것이다.

게다가 최근엔 구단과 서포터즈 사이에 쌓여온 불신과 앙금이 폭발하면서 극한의 대치도 벌어지고 있다. 계속되는 구단 측의 불통 행보에 대전러버스는 구단과 협약을 맺고 운영해오던 원정버스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선수들을 향한 응원은 계속하지만, 앞으로 사무국과의 협업은 중단키로 했다.

권혁민 대전러버스 회장은 "대전하나시티즌 팬들은 구단 전신인 대전시티즌 시절부터 팀을 사랑했던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기업구단 전환 이후 대전시티즌의 정체성이 점차 흐려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실망한 팬들도 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종 앱과 대전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 깔리고 있는 하나은행 홍보 문구와 배너 등만 보더라도 축구가 아닌 은행의 금융상품 마케팅만 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서 "그동안 팬들의 불만을 구단에 여러 차례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피로 일관할 뿐 큰 변화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운영에 대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시와 주변 상권 간 협의를 통한 경기장 환경개선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고, 기대했던 테마형 파크는 고사하고 월드컵경기장 내 볼링장조차 수년째 방치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로부터 월드컵경기장 운영권을 넘겨받을 당시 합의했던 '시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잊은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전하나시티즌 관계자는 "테마형 파크는 창단 당시 추진 과정을 거쳤지만 법적으로 풀어야 할 규제가 있어 잠시 보류된 상태"라며 "볼링장도 예산 관련 문제가 엮여 있어 대전시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손을 놓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2024031701001226900050901
올해 3월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의 홈 개막전을 찾은 서포터즈와 관중들.(사진=심효준 기자)
프로스포츠 구단은 팬들과의 호흡이 첫째다. 또 지역 연고 구단으로 지역민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이를 외면할 때 팬들은 축구판을 떠난다. 특히 주인이 바뀐 팀일수록 이전 구단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대전은 하나은행그룹 스포츠단 소속의 기업구단으로 재창단한 이후 팬들에게 다소 독선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축구계 안팎에서 끊이질 않는다.

최근엔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대전시티즌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구단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장을 찾는 팬들의 발걸음도 줄고 있다.

20일 한국프로축구연맹 등에 따르면, 올해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14경기의 평균 관중 수는 약 8229명으로 집계됐다. 승격 첫해를 맞았던 지난해 19경기 평균관중 수가 1만285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감독 교체와 대대적인 리빌딩 이후에도 성적 부진이 계속되자, 실망한 팬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하나시티즌 관계자는 "여름 이적시장까지 감독과 선수단이 대대적으로 개편되면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졌고, 팬들의 원성도 함께 늘었다는 점을 구단에서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서포터즈와 최근 오해가 생기면서 감정적으로 변한 부분이 있지만, 팬들을 위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효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봉명동 시대 가고 '옥산 시대' 온다… 청주 농수산물 시장의 화려한 변신
  2. 전광석화처럼 뚫린 대전 숙원사업… 멈춘 현안들 속도전
  3. 내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첫 주는 출생년도 끝자리 요일제 적용
  4. 세종교육감 2차례 여론조사… 단일화 효과 반영되나
  5. 한밭대 우주국방첨단융합학과, 미래 안보·우주 인재 양성
  1. 출연연 공통행정 반대 목소리 잇달아 "중앙집중 통제 수단 변질"
  2.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3. [주말 사건사고] 4월 마지막 주말, 화재로 인명·재산피해 잇따라
  4. "부동층 잡아라" 대전교육감 예비후보 세 결집 표심 쟁탈전
  5. 지난해 둔산·탄방 엘리베이터 나흘에 한번씩 멈췄다

헤드라인 뉴스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기획] 선거때마다 장밋빛 청사진… 선거 끝나면 흐지부지 ‘찬밥’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는 최대격전지이자 민심 바로미터인 충청 민심 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지역 현안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며 충청의 표를 애걸한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국가사업 유치, 대전교도소 이전, 원도심 활성화, 청년 유출 대응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여러 국정 현안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흐지부지 되기 일쑤다. 지역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주요 현안 상당수가 이처럼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충청의 명운이 달린 6·3 지방선거를 30여 일 앞두..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맛있는거 사먹을거에요"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시작… 취약계층 발길

27일 점심시간을 앞두고 찾은 대전 중구 오류동 행정복지센터. 민원실은 각종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시민들로 붐볐지만, 한쪽에 마련된 고유가 피해지원금 신청 창구는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와 달리 비교적 한산했다. 긴 대기줄과 혼잡은 보이지 않았고, 조용히 신청을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만 오갔다. 이날 창구에서 신청을 마친 차상위계층 오 모(70) 씨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오 씨는 지원금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는 물음에 "우리 같은 영세한 사람들은 이럴 때 한번 기분 내는 거지"라면서 "지인들과 맛있는 걸 사 먹을 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파티원 구합니다"… 고물가 장기화에 대형마트·배달음식 소분

고물가 시대,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나누거나 배달음식을 여러 사람이 소분하는 음식 나눔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창고형 대형마트 등에서 구매한 물품을 서로 나누는 형식은 자주 목격됐으나, 고물가 장기화에 일반 대형마트와 배달음식을 나누는 새로운 형식의 모임으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27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과 SNS 등에는 대형마트부터 배달음식까지 다양한 분야의 소분 모임이 형성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에서 구매한 상품을 N분의 1하는 형식의 소분 모임이 중심이다. 설명 글에는 "각종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고유가 피해지원금 취약계층부터 지급 시작

  •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3칸 굴절차량’ 실제 도로주행도 무난히 통과

  •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초단기 계약, 임금 꼼수’…아파트경비원 처우 개선 촉구

  •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 한밭수목원 봄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