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AI 주권 경쟁 본격화, 국가 AI 슈퍼컴퓨터 구축 시급하다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AI 주권 경쟁 본격화, 국가 AI 슈퍼컴퓨터 구축 시급하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승인 2024-09-05 17:02
  • 신문게재 2024-09-06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황순욱 사이언스칼럼 사진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지금 전 세계는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 주권이란 국가나 조직이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된 모든 측면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기술을 보유하는 것을 넘어서, 자국의 언어, 데이터, 문화, 가치관을 반영한 초거대 언어 모델(LLM)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수다.

현재 AI 산업 생태계는 막강한 자본력과 우수 인력을 보유한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오픈AI와 같은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와 최첨단 컴퓨팅 자원을 바탕으로 AI 연구 개발을 선도하며, 글로벌 AI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 빅테크에 의한 기술 집중, 데이터 독점, 인재 유출, 기술 종속 상황은 AI 주권과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각 국에게 심각한 도전이다. 이 때문에 AI 기술 강국인 중국은 물론이고 EU, 일본, 중동 국가들까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자국 브랜드 초거대 AI 모델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EU에서는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파리 소재 스타트업 '미스트랄 AI'이 AI 주권 운동을 선도하고 있다. 미스트랄 AI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EU 회원국 언어를 지원하는 오픈소스 LLM 개발을 통해 미국 오픈AI의 대항마로 나서고 있다. 2023년 4월 창업한 미스트랄 AI은 설립 반년 만에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으며, 현재 기업 가치는 60억 유로(약 8조 7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중동 국가 중 아랍에미리트(UAE)의 AI 주권 움직임이 활발하다. 2023년 11월 첨단기술연구위원회(Advanced Technology Research Council, ATRC) 산하 AI 기업인 'AI71'을 설립해 UAE 자체 LLM인 팰컨을 기반으로 의료, 교육, 법률 등 다양한 분야 AI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AI의 변병으로 여겨지던 UAE가 2022년 5월 ATRC 산하 기술혁신연구소(TII)에서 오픈소스 사전학습 LLM인 팰컨을 '오픈 LLM 리더보드' 정상에 올리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AI 경쟁 후발주자로 여겨지던 일본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AI 스타트업 사카나AI는 3월에 일본어 전용 LLM을 출시했다. 8월에는 LLM을 사용해 아이디어 창출, 실험, 논문 작성 등의 복잡한 과학 연구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인 'AI사이언티스트'를 공개했다. 2023년 7월에 설립된 사카나AI는 기업 가치 10억 달러(약 1조 35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창립 1년 만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7월 엔비디아는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의 ABCI 3.0 슈퍼컴퓨터에 수천 개의 엔비디아 H200 GPU가 통합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AI 슈퍼컴퓨터 구축은 일본의 AI 주권과 연구 개발 역량을 강화하려는 일본의 노력임을 강조했다. AIST 오랜 지인을 통해 확인한 바에 의하면 6000여 개의 GPU가 장착된다고 한다. 이번 AIST와 엔비디아 협력은 지난해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일본을 방문해서 일본 총리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일본의 AI 주권과 미래에 대해서 논의한 이후 경제산업성(METI)과 교육과 연구 분야 협력이 꾸준히 이어진 결과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AI 주권 운동을 선도하는 네이버와 같은 IT 기업들이 자체 LLM 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 정부도 'AI 국가전략'을 통해 AI 기술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 AI 주권과 연구개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 젠슨 황을 일본에 초청해서 일본 AI 주권과 미래에 대한 논의 후에 ABCI 3.0 구축을 추진한 METI와 AIST의 전략적 접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AI 주권 경쟁 시대에 국가 AI 슈퍼컴퓨터 구축은 필수다. 한국도 일본처럼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담당 기관인 KISTI가 적극적으로 나서 엔비디아와 같은 칩 제조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과 국가 AI 연구개발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서 양심불량 주유소가 많은 지역은?
  2. ADHD 치료제 청소년 처방…사교육비 증가세 높은 충청권 급증
  3. 대전문화재단, 가을밤 물들이는 ‘뮤직토크쇼’…테이·변진섭 출연
  4. 대전경찰, 추석 특별방범 중 절도 피의자 현장 검거
  5. AI의 빛과 그림자…기술의 편리함이 낳은 함정
  1. 민속 최대 명절 추석, 해미읍성서 이틀간 문화행사 개최
  2. 대전시립연정국악단, 유럽 5개 도시서 국악으로 관객 사로잡아
  3. 천안법원, 부정한 방법 파견사업 허가받은 60대 벌금 500만원
  4. 천안문화재단, 제3기 정책자문위원회 출범
  5. 천안시의회, 미국 PG 카운티 대표단과 교류 협력 다져

헤드라인 뉴스


미래 대통령실·국회 찍GO, `세종시 한바퀴` 참여해볼까

미래 대통령실·국회 찍GO, '세종시 한바퀴' 참여해볼까

"걷GO(도보), 뛰GO(러닝), 타GO(자전거) 세종 국가상징구역 찍GO 나성동 차 없는 거리로 GO!" 중도일보가 오는 10월 18일 토요일 오전 세종시 행복도시 일대에서 '걷GO! 뛰GO! 타GO! 세종시 '국가상징구역' 찍GO 한바퀴' 행사를 진행한다. 국가상징구역은 미래 대통령실과 국회, 시민 공간 등 모두 3곳을 포함하는 행정수도의 상징으로 통한다. 참가(무료) 희망자는 오는 17일 오후 6시까지 중도일보 카카오채널 채팅창()을 통해 '참가자 전원 이름과 대표 연락처', '이동 방식 택일(걷기 또는 러닝 또는 자전거)'로..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

추석 명절에는 오랜 세월동안 이어진 다양한 전통놀이를 즐기는 문화가 있다. 전통놀이는 단순히 즐기기만을 위한 놀이가 아니라 조상에게 감사하고 풍요를 기원하며 가족과 이웃이 하나 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빠른 도시화와 아파트 문화의 확산 등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전통놀이가 하기 어려워지고 공동체보다 개인 중심의 문화로 변화되며 전통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 그래도 명절에 전통놀이가 빠질 수 없는 법. 사진을 통해 어떤 전통놀이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네 개의 윷을 던져 나온 결과로 말을 움직이..

천안법원, 음주운전으로 수감됐다가 재범한 40대 남성 `징역 1년 6월`
천안법원, 음주운전으로 수감됐다가 재범한 40대 남성 '징역 1년 6월'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9단독은 음주운전으로 수감됐다가 재범한 혐의로 기소된 A(47)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4월 20일 당진시 삽교호 주차장에서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까지 약 34km 구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27%의 만취한 상태로 운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혜림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나 동종 범죄로 실형 처벌까지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재범한 점, 음주운전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범죄이므로 엄히 처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전통시장의 변화는 무죄’…시장의 역사와 발전 ‘전통시장의 변화는 무죄’…시장의 역사와 발전

  • 민족 대이동 시작…안전한 귀성·귀경길을 위한 체크포인트 민족 대이동 시작…안전한 귀성·귀경길을 위한 체크포인트

  •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한복 입고 배우는 큰절

  •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 다 같이 외치는 ‘청렴 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