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이선희 시인의 눈부신 시세계를 탐닉하다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문예공론] 이선희 시인의 눈부신 시세계를 탐닉하다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10-30 15:1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0월 《세종마루시낭독회》회원 「북콘서트」 행사를 앞두고였다. 나는 여느 때처럼 단체톡을 열고 당일 북콘서트 행사에 관해 읽고 있던 중 의아했다. 사무국장 이선희 시인이 진행 순서에 없어서였다.

2023년 내가 《세종마루시낭독회》회원이 된 이래, 매번 행사마다 1부 사회를 진행했는데 순서에 없다니 궁금했다.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국장님, 행사 순서에 국장님 이름이 없어요."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실수로 빠트린 것은 아닌가 해서였다. 곧바로 시인한테서 답장이 왔다. '집에 사정이 있어서 이번은 못 하게 되었다며 11월 모임에서 뵙자며, 연락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하긴 가정도 중요하니까, 집안 행사도 빠질 수 없겠지. 모임 행사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는데, 이번 한 번이야, 생각은 하면서도 한편 시인이 없는 공간에 내가 혼자 있는다는 것이 뭔지 모르게 낯설었다.

그렇다고 이 시인이 내게 특별히 잘해준 것은 아니다. 모임에서 마주치면 그저"안녕하세요"라고 짧게 인사를 하는 정도였는데도. 하지만, 이 시인과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 《세종마루시낭독회》에 가입하면서 사무국장인 이 시인과의 첫 대화가 이루어졌다. 무엇보다도 시인은 시를 통해 나의 내면에 웅크리고 곪아 터진 상처를 치유한다.



소금을 녹이니/ 바닥에 가라앉은 뻘이 보인다/ 순백색 소금의 몸에 뻘이 들어있었다니/ 짜디짠 정신으로/까칠하게 각을 세우고/ 세상의 간을 맞추던/그 정신의 기둥이 뻘이었을까//뻘을 품고/더 단단한 결정이 되어갔을 소금은/ 한번도 뻘을 인식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았을지 모른다/어쩌면 뻘과의 관계를 조금은 부끄러워했을지도 모른다//밑바닥에 가라앉은 뻘처럼/어느 날 치매 병동에서 본 얌전하고 곱던 할머니/세상의 온갖 욕을 종일 읊조리고 있었는데//내가 녹아버렸을때/나를 지탱하던 그 무엇의 모습이/문득 궁금하고 두려워지는 것이다//_「소금의 밑바닥」전문 - 제2시집 『소금의 밑바닥』중에서

KakaoTalk_20241030_123303760_01
이선희 시인
이렇듯 시인의 시를 문집에서 볼 때마다 빠져들곤 해서 한번은 시 쓰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더니, 이 시인 본인은 감히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못 했었다며 내게 힘을 실어줬다. 만나서 좀 더 긴 대화를 하고 싶어서 댁 근처로 갈 테니까 잠깐 만나서 티타임 하자고 했더니 머뭇대는 것이 시간이 안 되는 것 같기에 만남은 포기했다.

다만 인터넷을 검색해서 시인의 시집을 찾았다. 2022년 시집 출간 제3집 『환생하는 꿈』이다.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듯이 보냈더니 이내 전화가 왔다. "아이코, 제가 시집을 안드렸군요. 말씀하시지요." 덕분에 제1집, 제2집 두 권 받았다.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하기에 얼굴도 볼 겸 내가 세종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전해 받았다.



그날 시인은 담담히 말했다. 감히 시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못 했었다. 그러나 시를 쓸 운명이었는지 모르겠다며 얘기를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 다니며 우연히 뽑아 든 시집을 읽다가 가슴에 와닿는 무엇이 있었다.

비유와 상징, 함축, 알레고리, 역설 등의 지적인 표현들이 난무하는 시집이 자신의 푸석한 마음을 위로하고 알 수 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 그것이 문학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을 정도로 문학에 무지한 상태였다고.

그러던 중 2006년 우연히 대전대학교에서 강의하던 최광님 시인을 만나 등단의 절차를 밟았다. 시인의 싹을 일찍 알아봐 준 《시와 경계》 최광님 시인에게 감사한다. 무지한 상태에서 등단하고 시를 쓰는데 앞이 캄캄했다. 궁여지책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과에 편입해서 공부했다. 공부가 그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

하지만 등단 후 시인의 길이 그리 멋진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되도록 혼자서 취미 정도로 시를 쓰자 했다. 그런데도 시인의 길은 은근히 고난의 길이었다. 혼자 갈 수 있는 길만도 아니었다. 같이 가야 하는 길이었다. 충남시인협회에서 이은봉 교수님과 성배순 시인을 알게 됐고 《세종마루시낭독회》창립에 참석하게 되었다. 사무국장 일도 맡고 있다.

두 번째 시집 『소금의 밑바닥』을 내면서 《애지문학회》 사무국장 제의를 받고 뿌리치지 못했다. 성격이 원만하거나 활동적이지 못해 두 군데 사무국장 업무가 사실은 버거운 일이었다. 그래도 잘 이끌어주신 위 분들께(김영호 회장, 이은봉 교수, 반경환 주간) 감사드린다.

세 권의 시집 중에 1집 『우린 서로 난간이다』와 2집 『소금의 밑바닥』 시집이 아르코 문학 나눔에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3집 『환생하는 꿈』은 제4회 삶의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스러운 일도 있었다. '삶의문학상'은 1980년 대전?충남 지역 종합 문예 무크지 '삶의문학'의 정신을 고양한다는 취지로 제정돼 2020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캡처
이 시인은 시의 지향성에 대해 시는 혼자 쓰는 거라고 믿고 공부했던 기간이 길었다고 한다. 그 기간 기형도 시집 『입속의 검은 잎』으로 공부했다. 사회 비판성과 서정성에 매료되어 수없이 필사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때 시력이 향상되었고 그 힘으로 지금까지 시를 쓰고 있는 것 같다. 다소 비관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상처나 내면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오직 시인으로서의 소망은 오래오래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짧은 시력이고 시집의 양도 빈약하지만, 시인의 길은 녹록지 않다. 지금도 시인이란 직함은 쑥스럽고 익숙하지 않다. 사실 자신이 진정한 시인인가 스스로 의심할 때도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떤 역경이 닥쳐도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한다. 그런 힘이 시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기를 바란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파멥신' 상장 폐지...뱅크그룹 '자금 유출' 논란 반박
  2. "중부권 산학연 역량 모은 혁신 벨트 구축 필요"…충남대 초광역 RISE 포럼 성료
  3. [사설] 지역이 '행정수도 설계자'를 기억하는 이유
  4. 대전교도소 수용거실서 중증 지적장애인 폭행 수형자들 '징역형'
  5. 2월 충청권 아파트 3000여 세대 집들이…지방 전체 물량의 42.9%
  1. 대청호 수질개선 토지매수 작년 18만2319㎡…하천 50m 이내 82%
  2. [사설] 대전·충남 통합, 여야 협치로 풀어야
  3.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4. 2025 대전시 꿈드림 활동자료집 '드림이쥬3'
  5. 대전·세종·충남 작년 수출 1000억불 돌파 '역대 최대'… 우리나라 전체 1/7 차지

헤드라인 뉴스


선거 코앞인데…대전·충남 통합시장 법적근거 하세월

선거 코앞인데…대전·충남 통합시장 법적근거 하세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자 등록이 다음 주부터 시작되지만, 통합시장 선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일선에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행정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과 달리 통합시장 선출을 위한 제도적 준비는 하세월로 출마 예정자들의 속만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현재로선 통합시장 선거에 깃발을 들고 싶어도 표밭갈이는 대전과 충남에서 각개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7일 대전·세종·충남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은 다음달 3일부터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를..

대전 주요 외식비 1년 새 6% 인상... 도시락 싸는 직장인 많아졌다
대전 주요 외식비 1년 새 6% 인상... 도시락 싸는 직장인 많아졌다

대전 주요 외식비가 1년 새 많게는 6% 넘게 오르면서 직장인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김치찌개 백반은 전국에서 가장 비싼 음식으로 등극했고, 삼겹살을 제외한 7개 품목 모두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며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이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27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시스템 참가격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대전 외식비는 삼겹살 1인분 1만 8333원이 전년대비 동일한 것을 제외하곤 나머지 7개 품목 모두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오름세를 보인 건 김밥으로, 2024년 12월 3000원에서 2025년..

故 이해찬 전 총리 대전시민분향소 지역정치권 추모행렬
故 이해찬 전 총리 대전시민분향소 지역정치권 추모행렬

고(故)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서거에 대전 정치권이 정파를 넘어 애도의 뜻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전시당 인사들이 잇따라 시민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에 마련된 시민분향소에는 이날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김제선 중구청장과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출근 전 분향소를 찾아 헌화와 묵념으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오후 3시에는 박정현 대전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장철민·장종태 국회의원, 허태정 전 대전시장과 당원들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대전유성경찰서, 귀금속 취급업소 순찰강화

  •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 이해찬 전 총리 대전 분향소 시민들 발길

  •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포춘쿠키 열고 ‘청렴의식 쑥’

  •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 강추위에 얼어붙은 인공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