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진잠 향교의 기로연(耆老宴) 행사에 도취되어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화 톡] 진잠 향교의 기로연(耆老宴) 행사에 도취되어

김용복/평론가

  • 승인 2024-11-03 10:1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경로사상을 고취하기 위하여 11월1 일 11시 진잠향교에서 조선시대 나라에서 베풀던 「기로연」행사를 재현했다.

그래서 필자도 양완석 장의를 따라 이곳을 찾았다. 양완석 장의는 전통 유교문화에 남다른 지식을 갖고 계신분이다.



이번 진잠 기로연 행사는 관내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새보미 예술단원들(단장: 이미옥, 원장: 권혜경)의 국악공연, 난타 공연, 전통놀이 공연이 있었고, 가수 정길채, 이민아가 우리의 가곡을, 부채춤의 명인 박태희가 부채춤과 한령무를 선보였다. 그리고 제이제이 출장뷔페가 마련한 푸짐한 오찬 등 경로잔치가 풍성하였다.

진잠향교에서 매년 개최하는 「기로연」 재현행사를 통해 기로연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고, 어른을 공경하는 경로사상 고취로 미풍양속 계승과 전통문화의 보존 및 향교의 역할을 널리 알리는데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로연(耆老宴)은 1394년(태조 3) 한양 천도 후 태조가 60세의 나이로 기로소에 들어가면서 학문과 덕행이 높은 늙은 신하들을 모아 잔치를 베푼 것이 시초였다 한다. 매년 상사와 중양에는 보제루(普濟樓)에서 큰 잔치를 열었고, 기로연에는 정2품의 관직(官職)을 지낸 70세 이상의 문과 출신 관원만 참여할 수 있었으며, 70세 이상으로 2품 이상인 종친(宗親)을 위한 기영회(耆英會)와 구분된다고 한다.

기로연에 참가한 문신들은 먼저 편을 갈라 투호(投壺) 놀이를 하면서 진 편에서 술잔을 들어 이긴 편에 주면 이긴 편에서는 읍을 하고 서서 술을 마시는데, 이때 풍악을 울려 술을 권하였다. 이러한 의식이 끝나면 본격적인 잔치를 열어 크게 풍악을 울리고 잔을 권하여 모두 취하도록 마신 연후에 날이 저물어서야 파하였다는 것이다.

태조·숙종·영조와 고종과 같이 나이 많은 왕들은 직접 이 잔치에 참여하기도 하였다 한다.

기로연은 유교 문화 전승 역할이 커서 지방의 유림들을 통해 오늘날까지 맥을 이어 내려오고 있는데 처음 시작된 기로연 행사는 '작헌례(酌獻禮)'[문묘에 술을 올리는 예]와 '헌수(獻壽)'[오래 살기를 바라며 술을 올림], '가무 연주(歌舞演奏)' 순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오늘 진잠향교에서 행해진 기로연은 진잠향교에서 운영중인 서예 교실 수강생들과, 장상현 교수에게 '맹자'강의를 듣는 수강생들, 관내 노인회 어르신들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루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하늘이 우중충하고 오가는 길이 질퍽거렸다. 불편한 맘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왔는데 이게 웬일?

"비가 와도 신나, 바람 불어도 신나"가 전개 되었다. 위에 말한 '새보미예술단원'들과 무용가 박태희, 가수 이민아와 정길채가 분위기를 띄웠다.

'아아, 대한민국'이 울려퍼지고, '독도는 우리땅'이 난타공연으로 인해 공중에 부앙됐다. 어디 그뿐이랴. 가수 박수갈채(정길채)의 '세월아 너는 어찌'가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했고, 미모의 박태희 무용가가 부채춤과 한령무로, 가수 이민아가 섹시한 모습으로 나타나 '폼나게 살거야'와 '도련님'을 불러 보는 이들의 눈을 황홀하게 했다. 달려가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주저앉아 엉덩이만 들썩거렸다.

그러나 참는 데도 한도가 있다.

흥이 나면 춤을 춰야 하고, 춤을 추다보면 살맛 나는 것이다. 벌떡 일어나 무대쪽으로 나가 흔들어 댔다. 신이 났는데, 그래서 흔들어 대는데 누가 뭐라면 대수랴. 그래서 비가 오는데도 오히려 분위기를 더 띄웠던 것이다. 사회를 보던 신상래 사무국장도, 점잖게 앉아만 계시던 권송웅 전교와 예복을 차려입은 40여 명의 장의들께서도 박수를 쳐대기 시작했다.

이때의 분위기야말로 "비가 와도 신나, 바람 불어도 신나"였던 것이다.

그만 얘기하자. 오늘 참석못한 어르신들께서 아쉬워하실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빼놓아서는 안 될 것이 둘이나 있다.

그 하나는 이 지역구 출신의 조승래 의원의 축하 메시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제에제이 출장 뷔페'인 것이다.

조승래 의원은 비록 함께하지는 못했으나 축하메시지로 뜻을 전했고, '제에제이 출장 뷔페' 는 신정섭 대표가 운영하며 유성구 진잠로에 위치해 있다 하는데 출장뷔페치고 그렇게 맛이 좋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의 손맛'이 아니라 '엄마의 손맛'이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만들어주던 그맛이기 때문이다. 건강 천연양념의 맛과 엄마의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었다. 거기에 권송웅 전교께서 따라주는 한 잔의 소곡주 맛은 필자의 졸필로는 형언할 수 없이 좋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부터 비가 내렸지만 진잠향교에서 베푼 기로연은 비가 와도 신났던 것이다.

김용복/평론가

김용복
김용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드디어~맥도날드 세종 1호점, 2027년 장군면 둥지
  2. 세계효운동본부와 세계의료 미용 교류협회 MOU
  3. 성탄 미사
  4. 이장우 대전시장에 양보? 내년 지방선거, 김태흠 지사 출마할까?
  5. [다문화] 이주배경인구, 전체 인구 5% 돌파
  1. [충남 10대 뉴스] 수마부터 행정통합까지 다사다난했던 '2025 충남'
  2. [대전 다문화] "가족의 다양성 잇다"… 2025 대덕구 가족센터 성과공유회
  3.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4. [세상보기]섬세한 도시
  5. [대전 다문화] 다문화가정 대상 웰다잉 교육 협력 나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행정통합, 가속페달…정쟁화 경계도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 지원을 위한 범정부적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가속페달이 밟히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둘러싼 여야의 헤게모니 싸움이 자칫 내년 초 본격화 될 입법화 과정에서 정쟁 증폭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행정안전부는 24일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과 관련해 김민재 차관 주재로 관계 부처(11개 부처) 실·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출범을 위한 전 부처의 전폭적인 특혜 제공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이날 회의에서 대전·충남 통합특별시 출범을 위한 세부 추진 일정을 공..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윤석열 탄핵에서 이재명 당선까지…격동의 1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조기대선을 통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 두 사안은 올 한해 한국 정치판을 요동치게 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연초부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국면에 들어갔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어졌다. 결국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대통령 궐위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헌법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올해 6월 3일 조기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다. 임기 만료에 따른 통상적 대선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꺾고 정권..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2025 대전·세종·충청 10대뉴스] 대통령 지원사격에 '일사천리'…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배를 띄운 것은 국민의힘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다. 두 시·도지사는 지난해 11월 '행정통합'을 선언했다. 이어 9월 30일 성일종 의원 등 국힘 의원 45명이 공동으로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 여당도 가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 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전면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충청특위)를 구성..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기름값은 하락세

  • 성탄 미사 성탄 미사

  •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크리스마스 기념 피겨쇼…‘환상의 연기’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