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남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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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남탓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승인 2024-11-19 10:58
  • 신문게재 2024-11-20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김성현 프리즘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잘못된 상황에서 남 탓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서워서 그러려니 하다가도 거짓말하는 아이로 자라거나 자신만 생각하는 아이로 자랄까 걱정이 되어 타이르곤 하게 된다. 다행히 학교 가기 전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하는 이런 남 탓은 우리 아이들의 경우에는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잦아들어 큰 걱정을 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미취학 아이적 습관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어른들도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 탓은 결국 자신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자신에게 숨기고 싶은 것이 드러났을 때 그 숨기고 싶은 것의 발생 원인을 '나'가 아니라 '남'에게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나'를 부끄러운 순간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남'이 되는 대상자가 부끄러워지는 것 따위는 생각할 여지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남 탓은 거짓말보다 나쁘다. 사람들이 남 탓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실수나 실패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는 책임회피,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남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낮은 자존감, 주변의 기대와 평판의 손상을 지나치게 두려워해 남 탓을 하게 되는 사회적 압력, 스트레스나 불안한 감정을 극복하기 위한 감정적 반응,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남에게 탓을 돌리는 습관적 행동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십 수년 전, 대학원에 입학하여 처음 연구한 결과를 들고 학회에 발표하러 갔었다. 학회장이란 곳은 관련 연구에서 최고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와서 발표하고 질문과 대답을 하는 곳으로 몹시 긴장하고 있었다.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학문의 깊이가 거의 깊지 않았던 상태에서 올라간 무대는 공포 그 자체였다.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대답을 못 할 텐데, 그럼 내가 아무것도 채워진 것이 없는 깡통이라는 것이 들통날 것이 아닌가.

그로부터 몇 년이 흘러 박사학위를 받을 무렵에는 국내가 되었든 국외가 되었든 그 학회장의 무대가 두려운 곳이 더는 아니었다.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질문은 모르지만 내가 전공한 분야에 대해선 내가 훨씬 더 많이 안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껏 자만심이 가득했던 순간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겸손해졌지만 최소한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할 수는 있게 되었다.

내가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할 수만 있으면 남 탓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부끄러운 부분이 내보였을 때 그것이 나의 것이다 할 수만 있으면 남 탓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한 행동이 비록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나의 최선을 다한 행동이었으며, 내가 내 '권위'를 다하여 결정해서 한 일이라면 내 책임을 인정하고 남 탓을 하지 않아야 한다. 지도자라면 더욱 그렇다. 남 탓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얻기 힘들고, 그가 내리는 판단을 한 마음으로 추진하기 힘들기에 그렇다. 스스로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자기방어의 수단으로 남에게 문제의 원인을 떠넘기는 사람의 주위에 과연 누가 남아 있겠는가? 일리노이 주립대학 심리학과 로자노와 로랑(Lozano and Laurent, 2019)은 그들의 논문에서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회적 평가와 다른 사람들의 비난을 피하려는 일반적인 욕구 때문에 자신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꺼린다. 따라서 일이 잘못되었을 때 체면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은 때때로 외부 원인에 주의를 환기함으로써 불행을 일으킨 자신의 역할을 은폐하려고 시도하여 비난을 자신에게서 돌리기도 한다"고 하였다. 그들은 심지어 다른 연구결과를 이용하면서 이 남 탓(책임전가)은 전염이 되기까지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은 남탓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남 탓을 통해 책임 전가를 한 사실을 보면서 그것이 다른 사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성공적인 전략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강력한 전략임을 무의식적으로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최고리더의 남 탓은 결국 조직 전체로 퍼지게 되고,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지고, 동시에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 또한 없어지게 되며, 조직의 효율성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한 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내 탓이오" 캠페인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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