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리비의 죽음이 남긴 교훈

  • 오피니언
  • 중도시평

[중도시평] 리비의 죽음이 남긴 교훈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 승인 2024-11-19 10:58
  • 신문게재 2024-11-20 15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이근찬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1984년 3월 4일 밤, 맨해튼의 저명한 부부인 앨바와 시드니 지온은 부부는 18세 딸인 대학 신입생인 리비를 뉴욕병원의 응급실로 데려갔다. 딸은 고열에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 그녀는 팔과 다리를 불규칙하게 흔들고 움직였다.

의사들은 리비를 관찰과 수분 공급을 위해 입원시켰고, 그녀가 바이러스성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의심했니다. 그녀는 떨림을 멈추는 데 사용되는 진정제인 메페리딘을 투여받았다. 하지만 리비는 더욱 흥분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1년차 레지던트는 신체적 구속과 다른 진정제인 할로페리돌을 주사하라고 지시했다. 수십 명의 다른 환자를 진찰하느라 바빴던 응급실 레지던트 1년차 의사는 리비를 다시 평가하지 않았다. 담당했던 2년차 레지던트는 당시 관례대로 몇 시간 잠을 자려고 병원 숙소로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비의 열이 다시 올랐고, 리비는 병상에서 뒤척이며 정맥주사를 뽑았다. 간호사가 인턴에게 바로 오라고 불렀다. 너무 많은 환자에 압도된 인턴은 36시간 연속 근무로 지쳐서인지 오기를 미루었다. 리비는 다음 날 아침 7시 30분에 사망했다.

리비 지온의 죽음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는데, 부분적으로는 그녀의 아버지인 시드니 지온의 노력 덕분이었다. 시드니 자이언은 작가이자 데일리 뉴스의 칼럼니스트였으며, 뉴욕 타임즈와 뉴욕 포스트의 전직 기자, 전직 연방 검사였다. 지온 부부는 딸이 묶여서 환자 상태의 재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 그녀를 진찰한 유일한 의사는 수련 중이었다는 사실, 그런 의사들은 거의 또는 전혀 잠을 자지 않고 36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는 사실, 주치의가 병원에 ​​온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분노로 바뀌었고 소송을 하게 된다.

개혁의 원동력은 대배심이었는데, 대배심은 의사들을 기소하지 않고 병원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보고서를 1987년 발간했다. 지온을 사망에 이르게 한 약물 오류에 대해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았지만, 지온의 사망을 허용한 의학교육 시스템에 결함이 있음을 보고했다. 그 당시 레지던트들은 일상적으로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고 30~40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진료를 봤다. 대배심은 지치고 수면이 부족한 레지던트들과 감독 부족을 환자에게 심각한 잠재적 위험으로 꼽았다. 레지던트 수련 의사는 주당 80시간 이상, 연속 24시간 이상 일하지 말고 상급 의사로부터 훨씬 더 많은 현장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2003년 미국 의학교육인증 위원회(ACGME)는 모든 레지던트의 근무 시간을 4주 동안 평균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도록 규정했다. 20년 이상이 걸렸지만 시드니 지온의 꿈은 어느 정도 실현되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올해 4월부터 의사의 일하는 방식 개혁 제도가 실행되면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의사의 연장 근로시간의 상한을 두는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2019년 4월부터 일하는 방식 개혁은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단계적인 적용으로 인해 올해 의사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최근의 국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국가는 60~80시간, 유럽 국가는 48시간으로 레지던트의 주당 근무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레지던트들은 24시간 또는 26시간 연속 근무를 하지만 야간 근무는 2시간에서 10시간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현행법은 전공의에게 1주일에 80시간, 연속해서 36시간(응급상황 시 40시간)을 초과해 수련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이 2016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외국에 비해서 허용된 연장근무 시간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의료계는 환자 안전과 의료진의 근로조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과로로 인한 의료 사고를 방지하려면 법적 규제와 함께 병원 운영 체계, 교육 환경, 그리고 의료진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구체적인 행동이 동반돼야 한다. 시스템의 모순은 어떤 촉발 요인에 의해 드러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제공체계는 예상하지 못한 결정적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이근찬 우송대 보건의료경영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의료원 ‘어떻게 지을까’… 시공사 공고 앞두고 주민·의료계 의견 듣는다
  2. 대전 여야,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놓고 '공방전'
  3. 대전교도소·대전의사회 협력,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4. 32사단, 대둔산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 착수
  5. 90년 역사 품은 테미오래,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공간으로
  1. 대전 금연구역 5만여 곳에 지도원 35명… 단속 한계에 정책 실효성 의문
  2. 대전 서구 '구청장 직통문자' 100일…민원 999건 접수
  3. 탈석탄 충남, 신재생 전환 이익 절반은 역외로
  4. [세상보기] 각자도생의 시대
  5. '대학생이 제안한 위성을 우주로'…항우연 경연대회 7개 팀 선정

헤드라인 뉴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 수용자 대면진료 ‘메디컬센터’ 전국 첫 개설

대전교도소가 전국 교정시설 중 처음으로 스마트 메디컬센터를 구축하고 대전시의사회와 협력해 수용자에게 가장 필요한 안과와 이비인후과 그리고 신경과에 대한 시설 내 전문진료를 시작한다. 2005년 교정시설의 원격진료가 허용된 이후 수용자 의료처우 개선을 위한 가장 혁신적인 도전으로 여겨져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는 22일 유성구에 위치한 대전교도소에서 스마트 메디컬센터 개소식을 갖고 새롭게 조성하고 확보한 시설과 장비를 소개했다. 이날 법무부 교정본부 권창모 의료과장과 이동철 의료 교정관이 참석하고, 김재술 대전교도소장 주관으로 임정혁..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 '장애인 학대사건' 무혐의 뒤집혀… 시설 직원 구속 송치

세종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시설 직원이 구속 송치됐다.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의 미흡함을 인정하며 재수사 돌입한 지 5개월 만이다. 세종경찰청 강력마약범죄수사대는 시설 직원 A(30대) 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 13일 대전지방공소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5월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시설 내 목격자 진술과 A 씨의 근무 시간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을 확보하고 지난 7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앞서 경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A 씨에게 무혐의 처분..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고교 이주배경학생 급증하는데…대전·세종 한국어학급 '0'

대전과 세종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주배경학생이 797명에 달하지만, 이들을 위한 한국어학급은 한 곳도 운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충북이 각각 한국어학급을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전·세종은 고교 단계의 한국어 교육 기반이 부족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대전지역 고교 이주배경학생은 655명, 세종은 142명으로 집계됐다. 두 지역의 학생 수를 합하면 797명이지만, 고등학교 한국어학급은 모두 운영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수험생들의 꿈을 향한 섬세한 붓 터치

  •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2026 대전 장애인 취·창업박람회 성료

  •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대전 3대 하천 가을 꽃단지 ‘인기’

  •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 대전경찰청, 제81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