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특별한 빛, 레이저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특별한 빛, 레이저

이강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측정그룹 책임연구원

  • 승인 2025-01-23 17:02
  • 신문게재 2025-01-2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123094255
이강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측정그룹 책임연구원
전구, 형광등, LED 등 다양한 광원들이 우리 생활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중 레이저는 다른 광원들과 비교할 때 훨씬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활용하는 레이저 바코드 스캐너는 물체의 정보를 빠르게 인식할 때 사용되며, 레이저 포인터는 발표 시 내용을 지시하는 데 활용된다. 이 외에도 레이저는 금속을 자르거나 용접하는 정밀 가공 분야, 라식수술이나 피부치료와 같은 의료 분야에서도 사용된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활용한 무기도 개발하고 있으며, 미사일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소형 비행체를 요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른 광원들과는 다르게 레이저가 특별히 더 많은 곳에 활용되는 이유는 레이저가 가진 몇 가지 독특한 특징 때문이다. 우선 대부분의 레이저 빛은 잘 퍼지지 않고 직진하며, 일반적인 태양광이나 형광등 빛과는 달리 특정한 한 가지의 선명한 색상을 가진다. 또한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 있으나, 레이저 빛은 높은 결맞음(coherence)을 가져 여러 상황에서 물결무늬와 같이 나타나는 간섭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이 높은 결맞음 성질 덕분에 레이저 빛은 매우 작은 지점에 모으기도 쉽다.

이러한 레이저의 독특한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도방출복사(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라는 현상을 알아야 한다. 사실, 레이저(Laser)는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의 약자이며 그 이름 안에 이미 유도방출복사란 말이 들어가 있다. 여담이지만, 유도방출복사를 처음 이론적으로 예측한 사람은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남들이 1개도 이루기 어려운 업적을 무수히 많이 이룬 것을 보면 천재는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유도방출복사란 어떤 물체에 빛이 들어오면 그 빛에 의해 유도되어 추가로 빛이 방출되는 현상이다. 이때 방출된 빛은 들어오는 빛과 동일한 성질을 갖는데, 이를 유도방출복사의 자체 일관성(self consistency)이라고 부른다. 레이저 내부에서 똑같은 성질을 가진 유도방출된 빛이 거울 2개로 이루어진 반복 반사 구조를 통해 반복적으로 더해져 증폭(Light Amplification)되며, 이것이 레이저가 다른 광원과 다르게 특별해지는 이유이다. 처음 발생했던 빛이 똑같은 성질을 가진 채 계속 증폭되기 때문에 보통의 레이저에서 나오는 빛은 방향, 파장, 위상, 편광 등 빛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물리적 특성이 단일화된다.

이 단일성 덕분에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레이저는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도구이다. 최첨단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활용하는 극자외선을 생성시키기 위해 레이저를 사용하며, 최근에 큰 주목을 받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 때도 사용한다. 특히, 단일성은 측정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측정표준과 관련된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그 활용 비중이 높다. KRISS에서는 레이저 빛의 일정한 주파수를 원자시계가 내는 신호와 동기화하여 정확한 시간을 구현하거나, 선명한 간섭 현상을 측정하여 길이를 정밀하게 측정한다. 또한, 빛의 세기의 기본 단위인 cd(칸델라)를 정확히 정의하는 데에도 레이저 빛을 활용하며, 초정밀 압력측정 및 미세 화학 물질 분석에도 레이저를 사용하고 있다.

레이저는 과학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면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기초 이론 및 초기 개발에 대한 공로로 196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찰스 타운스, 니콜라이 바소프, 알렉산드르 프로호로프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아토초 레이저 기술의 발전에 대한 공로로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크라우스, 앤 륄리에에게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이 돌아갔다. 독자분들도 다음번에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할 때, 단순히 발표 도구로서만 생각하기보다 레이저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활약하는 초특급 에이스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시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과학자들이 레이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기를 바란다. 이강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측정그룹 책임연구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영화·드라마' 촬영 명소로 간다
  2. 충청권 7월 본격 장마 예상…올해 평년보다 강수량 많아 '주의'
  3. 두 자녀 태우고 만취운전 30대 사고까지…여름철 엄격 단속 필요
  4.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①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5. K리그 휴식기, 대전 서포터즈는 '청소' 중?… "승리의 기운을 줍습니다"
  1.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2. 창업기업 74곳에 최대 4억원 '대전 창업기업 들썩'
  3. 대전 보건소 인력부족에 '허덕'…전국 광역시 중 가장 적어 보건의료 '빨간불'
  4.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5. 천문연구원, 희귀 왜소신성 발견…공전주기 짧아 중요 연구대상

헤드라인 뉴스


대형 참사 잇따른 대전서 `119 정밀위치추적` 전국최초 실증 나선다

대형 참사 잇따른 대전서 '119 정밀위치추적' 전국최초 실증 나선다

대전에서 대형 참사가 잇따르며 구조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구조대상자가 있는 층수와 함께 15m 오차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 대전 소방 현장에서 전국 최초로 시작된다. 대전 안전공업 화재 당시 국가소방동원령 발령 이후에도 일부 요구조자가 유가족과 통화를 이어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난 현장에서 요구조자의 위치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번 정밀위치측정 기술의 구조 현장 적용 여부에 관심이 더 쏠리는 이유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소방청, 대전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긴급구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 2030년 하반기로 늦어진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이 2030년 하반기로 지연된다고 대전시가 공식 인정했다. 당초 2028년 개통보다 2년여가 더 늦어지는 것으로, 주요 공정 리스크와 차량 시운전 계획 반영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득원 대전시 행정부시장은 23일 대전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관련 브리핑을 갖고 "향후 통합공정 계획 수립을 통해 개통 일정 등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면서 개통 지연을 공식화 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총연장 38.8㎞, 정거장 45곳, 차량기지 1곳 규모로, 2024년 12월 착공해 현재 본선 14개 전..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문창동 화재피해 복구 돕는 손길

  •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월드컵 응원 고조

  •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폐현수막의 변신은 ‘무죄’

  •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 우송대 응급구조학과 학생들, ‘실무능력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