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 아산에서 횃불 든 승일상 지사 등 후손들 대전현충원 참배 "자긍심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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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아산에서 횃불 든 승일상 지사 등 후손들 대전현충원 참배 "자긍심 이어지길"

3월 1일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묘역 인터뷰
아산 학성산 횃불 만세운동 승일상 애국지사
후손 "옥바라지 할머니께서 자긍심 교훈 남겨"
정윤면·정기연 후손들 "매년 삼일절 현충원에"

  • 승인 2025-03-04 05:01
  • 신문게재 2025-03-04 3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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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학성산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해 옥고를 치른 승일상 애국지사의 손자손녀가 3월 1일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1919년 4월 2일 오후 8시 충남 아산 학성산 정상에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하나씩 불붙었다. 서울에서 이뤄진 3·1운동에 대한 공감대가 이곳까지 전해져 읍내리와 오목리 주민 200여 명이 횃불을 쥐고 산에 집결했다. 1시간 동안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군중은 산을 내려와 일제의 면사무소와 헌병주재소에 돌을 던져 문짝을 파괴하고 전등 유리를 깨트렸다. 그리고 시위대 40~50명은 그날 오후 10시께 신창공립보통학교로 가서 다시 독립만세를 외치자 일본인 교장이 만세를 못하게 제지함으로써 시비가 일어났다. 군중은 학교 건물을 향해 돌을 던져 유리창 272장과 문 4짝을 파손시켰다. 3월 11일 온양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만세운동을 전개한 것을 시작으로 아산에서 전개된 시위 중 가장 격렬했던 신창면 학성산의 만세운동은 이렇게 전개된 것이다.

3월 1일 찾은 국립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3묘역에서 아산 학성산의 만세운동에 참여해 일경에 붙잡혀 징역 6개월의 옥고를 치른 승일상(1889~1953) 애국지사의 손자·손녀를 만났다. 묘비를 닦고 잔디를 정돈하고 돌아가려는 찰라 기자와 만난 이들 후손은 할아버지 승일상 애국지사에 대해 공훈록에 담기지 않은 이야기를 전해줬다.

손자 승흥배(61) 씨는 "할아버지께서 만세운동으로 일경에 붙잡혀 6개월간 공주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하는 동안 할머니께서 아산에서 공주까지 매일같이 걸어 찾아가 옥바라지하셨고 무척 고생하셨음에도 할머니는 우리에게 만세운동의 자긍심을 가르치셨다"라며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순천향대학교 교수님을 현충원 할아버지 묘역으로 초청해 가족 심포지엄을 개최한 일도 있는데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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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반대해 독립운동을 벌인 순국선열 정윤면 선생과 애국지사 정기연 선생의 여러 후손이 삼일절을 맞아 대전현충원에서 함께 제례를 지내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유공자 2묘역에서 순국선열 정윤면(1851~1909) 선생과 애국지사 정기연(1903~1949) 선생의 여러 후손을 만날 수 있었다. 일제에 반대하며 독립운동으로 항거하다가 목숨을 잃은 분을 순국선열로 기리고, 순국선열과 마찬가지로 일제에 반대하며 독립운동으로 항거했으나 목숨을 잃지 않고 살아서 광복을 맞이하신 분을 애국지사로 그 업적을 추모하고 있다. 대전현충원에 함께 영면한 정윤면 순국선열과 정기연 애국지사는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로 정윤면 지사는 1905년 을사조약이 강제로 체결되자 이에 반대해 의병에 투신해 광주 광산구 어등산 의병 전투에서 큰 전과를 올렸으나, 1908년 일본군의 습격을 받아 체포되어 같은 해 2월 11일 나주 산기슭에서 순국했다. 손자 정기연 애국지사는 1920년 3월 26일 전남 함평읍 장날을 이용해 태극기를 나누어주고 시위군중의 선두에 서서 태극기를 휘두르고 독립만세를 외치며 장터를 시위행진을 벌였다. 이때 일본 경찰·헌병의 무력행사에 체포되어 1920년 5월 26일 대구복심법원에서 징역 1년형을 받아 옥고를 치렀다.



애국지사 정기연 선생의 자녀인 정철옥(62) 씨는 "서울과 인천 전남에 흩어져 지내던 가족이 매년 삼일절 이날만큼은 대전현충원에 모여 제례를 지내며 독립운동과 헌신에 대해 다시 후대에 계승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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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전의 한 골동품 수집가가 전북에서 발견한 태극기.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를 그려 태극기를 만든 것으로 일제강점기를 극복한 우리 역사를 상징한다.  (사진=중도일보DB)
이날 끝으로 만난 후손은 애국지사 이지택(1899~1976) 선생의 손자 이효근(57) 씨였다. 연로한 아버지(93)를 대신해 할아버지 묘역을 참배한 이 씨는 할아버지가 옥고를 치른 서대문형무소처럼 붉은색 벽돌 한 장을 집에 보관하며 국내외를 오가며 어느 곳 뿌리내리기 어려웠던 독립운동가의 삶을 떠올려본다. 그의 조부 이지택 선생은 1919년 3·1운동 당시 '기미독립선언서'가 발표되기 한해 앞서 1918년 만주지역에서 대한독립선언서가 발표되자 명동학교 학생들과 지금의 중국 지린성의 용정 일대에 독립선언서를 배포하고, 1921년 이르쿠츠크 고려혁명군에 입대해 활동했으며, 1926년 귀국해서는 순종의 장례 행렬이 서울 연도를 지날 때를 계획해 6·10만세시위 운동을 전개했다. 1928년 2월 경성지방법원에서 소위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이 씨는 "할아버지께서 나라에 해를 끼치는 세력에 저항하는 삶을 사셨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고, 어린 나이에 국외를 다니며 고생한 아버지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도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현충원에 독립유공자 4037명이 잠들어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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